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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동네빵집의 승부수 '짜장면케익'

김병호 기자 기자  2013.02.13 14:5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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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좋아하는 짜장면과 케익을 접목해 만든 짜장면케익. =김병호 기자

[프라임경제] '동반성장'이 사회·경제 이슈로 자리 잡은 지 시간이 꽤 흘렀죠? 최근엔 재래시장, 슈퍼, 동네빵집 등에서도 동반성장이 화두입니다.

지난 2월5일 동반성장위원회에서 동네빵집 살리기 일환으로 내놓은 정책을 두고 말들이 많은데요, 반경 500m내에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을 열 수 없게 하는 규제에 소상공인들이 열띤 지지를 보내고 있는 반면, 대기업을 위시한 일각에선 '이런 간섭, 너무 심한 것 아니냐' '일관성 없는 인기영합 정책이다' '프랜차이즈 산업 죽이기나 다름없다' 등의 볼멘소리가 나옵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지난 2009년부터 새로운 창업자들의 실패 확률을 줄인다는 차원에서 프랜차이즈 산업 활성화 정책을 펴고 있던 터라 동반성장위원회의 이번 정책에 충격이 꽤 큰 모양입니다.

하지만 동네빵집 소상공인들이라고 해서 마냥 마음 편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동반성장 정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일인데, 결국은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과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근원적인 생존게임에 내몰려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한 동네빵집의 노력이 눈길을 끕니다. 대형 빵집에선 찾아볼 수 없는 신상품들로 고객의 입맛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독특한 상품으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데 인기가 좋다고 합니다.

또 이른 아침부터 만들어 낸 식사용 샌드위치를 출근하는 직장인들에게 시식용으로 제공하면서 고객들의 발걸음을 붙잡기도 한다네요.

이 빵집은 정공법을 택하고 있습니다. '더 맛있는' '더 신선한' 빵으로 고객들로 하여금 다시 가게를 찾도록 정면승부를 벌이고 있는 것이죠.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이 하나 둘씩 늘어날 때마다 더 맛있게 더 신선하게 빵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열의를 불태운다고 합니다.

불만을 토로하고 개선된 정책을 얻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론 '우리 빵집 아니면 맛 볼 수 없는, 누릴 수 없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경영철학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 밤, 서울 외국어대학교 앞 이 빵집을 찾았습니다. 그리 크지 않은 가게였지만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빵이 많다는 소문이 자자했던 터라 한번쯤 가보고 싶었습니다. 깔끔한 프랜차이즈 빵집과는 달리 약산은 어수선한 분위기였습니다.

또 진열대 빵도 얼마 남지 않아 좀 허전한 느낌마저 들었죠. 하지만 그 빈자리가 당일치 빵이 대부분 다 팔렸다는 걸 방증하는 것인만큼 '맛으로 승부하는 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 집의 명물 '짜장면케익'이 아직 남아 있었습니다. 생김새는 영락없는 짜장면인데, 케익이라고 합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짜장면과 케익을 접목해서 만들었습니다. 일명 짜장면케익이죠."

이곳 사장님이 넉넉한 웃음으로 설명했습니다.

"이젠 동네빵집도 프랜차이즈 빵집에 맞설 경쟁력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프랜차이즈 빵집처럼 많은 양의 빵을 싸게 공급하지는 못하더라도 (동네빵집은) 얼마든지 신선하고 다양한 제품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설 기회가 있다고 봅니다. 불평·불만 할 시간에 더 나은 제품 하나 더 만드는 데 몰두해야 사랑 받는 빵집이 될 겁니다."

프랜차이즈 산업도 육성해야 하고, 소상공인들도 살려야 하고…. 정책은 그때그때 다르게 등장할 수 있고, 또 소비자 트랜드도 계속 변합니다. 동네빵집이든 어디든 간에 정책에 따라 장사가 잘 될 수도 있고 나쁜 영향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책에 휘둘리지 않을만한 탄탄한 경쟁력을 먼저 갖춰놓는 일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짜장면케익.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이 아이템 때문에 이 동네빵집은 '모진 프랜차이즈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