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훈식 기자 기자 2013.02.13 10: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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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크로스투어는 승용차와 RV, 쿠페의 장점만을 융합해 강인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을 실현하려 노력했지만 이들의 장점들만 강조되면서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혼다코리아 |
[프라임경제] 얼마 전까지 극심한 판매 부진을 겪었던 혼다코리아가 최근 3개월간 5개의 신차종을 선보이면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어코드와 함께 모습을 선보인 크로스투어는 만만치 않은 스펙을 지닌 차량으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어코드의 미국 시장용 AWD 왜건형인 크로스투어는 2009년부터 미국과 캐나다,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어코드가 9세대로 모델 체인지(2012년) 되자 '크로스투어'라는 별도의 모델로 독립했다.
사실 크로스투어는 △역동적인(active) △세련된(sophisticated) △다목적인(utility) 등 세 가지 컨셉 아래 개발됐다. 프리미엄 CUV를 지향하며 '스포티 프리미엄(Sporty Premium)'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구축하는 동시에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창조하는 선구적인 모델인 것이다.
이러한 '크로스투어'가 지난해 12월 국내시장에 9세대 어코드와 함께 출시했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최근 트렌드에 적합한 모델이라 하지만, 정작 이를 바라보는 국내 소비자들에겐 생소할 뿐이다.
실제 500㎞ 가량 주행하는 시승을 통해 크로스투어의 장점과 단점을 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이번 시승코스는 신촌(서울)에서 출발해 △중부고속도로 △영동 고속도로 △중앙고속도로 △제천외곽도로 등을 거쳐 사북을 왕복하는 총 500㎞에 해당하는 거리다.
◆부분만 보면 '완벽' 부족한 조화…공간 활용성은 '우수'
크로스투어의 제원을 살펴보면 △전장 5015㎜ △전폭 1900㎜ △전고 1560㎜로, 플랫폼을 공유한 CR-V(4535·1820·1685)와 비교해 길고 넓고 낮으면서 세단과 쿠페의 중간 형태를 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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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스러움'과 '활동적인' 이미지를 결합시킨 실내 인테리어는 뛰어난 공간 활용성을 자랑했지만, 운전석에서 멀리 떨어진 큼직한 멀티미디어는 조작하기 위해선 상체를 움직여야 하는 불편함이 발생한다. ⓒ혼다코리아 |
전체적인 크로스투어의 캐릭터 라인은 어코드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지만, 후면부의 경우 쿠페의 뒷모습이, 옆모습은 해치백과 매우 유사한 모습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전면부의 두줄 크롬 장식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HID 헤드램프와 어우러져 보다 공격적인 강인함을 표현했다.
이처럼 크로스투어는 승용차와 RV, 쿠페의 장점만을 융합해 강인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을 실현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이들의 장점들만 강조되면서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지 못했으며, 리어램프(시빅) 및 후면부(어코드 해치백)와 같이 다른 혼다 모델의 해당 부분을 그대로 옮겨 놓은 모습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반면, 실내 인테리어는 '고급스러움'과 '활동적인' 이미지를 결합시키면서 뛰어난 공간 활용성을 자랑했다. 특히 성인 3명이 승차할 수 있는 공간을 갖춘 2열 시트는 접이식으로 필요에 따라 모두 접을 수 있어 최대 1918mm 길이의 화물도 수납이 가능할 정도이며 2열 승객의 편의성을 위해서 2열에도 열선시트 기능을 장착했다.
트렁크의 경우 △폭 1415mm △길이 1059mm로, 세단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적재공간을 제공했으며 플로어 아래에는 탈착이 가능한 54ℓ의 카고 박스를 탑재해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시켰다.
◆뛰어난 정숙성과 주행성능…연비는 '글쎄'
시승을 위해 차에 앉아 시동 버튼을 누르자 온열 시트가 차디찬 엉덩이를 따뜻하게 달궈주는 동시에 조용한 정숙함이 적절 수준이다.
서울을 벗어나 제천까지 뚫린 고속도로는 고속 주행을 체험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코스다. 차가 없는 고속도로에서 가속 페달을 밟자, 약간의 소음과 함께 순식간에 속도가 150km/h에 육박했다.
고속 주행에서 느낀 것이 의외의 정숙성이다. 어코드(혼다)에 적용됐던 ANC&ASC 시스템(외부 소음 차단 및 반대 주파수 생성 시스템)이 크로스투어에도 적용되면서 차량 소음을 최대한 줄여줬다. 여기에 흡·차입재 배치와 리어 휠아치, 썬루프 프레임 등 균형 잡힌 바디의 강성도 확보하면서 수준급의 정숙성을 구현했다.
최신형 엔진과 변속기를 탑재한 크로스투어는 혁신적인 스타일에 어울리는 동력성능을 갖췄다. 어코드에 적용된 가솔린 3.5ℓ급 V6 엔진이 장착돼 △최고출력 282마력/6200rpm △최대토크 34.8kg·m/4800rpm의 성능을 자랑했다. 여기에 운전대에 달린 패들시프트로 변속하는 소소한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크로스투어의 매력은 편의사양인 '레인 워치(Lane Watch)'다. 동반석 사이드 미러에 카메라를 달아 후측방 상황을 모니터로 직접 보여주는 레인 워치는 안전운전에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최근 국내외 소비자들의 화두인 연비가 크로스오버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엄청난 덩치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주행성능을 갖췄기 때문일까. 공인 연비는 9.9km/ℓ(도심 9.4·고속도로 12.7)이지만, 실주행 연비는 6.5km/ℓ(도심 5.3·고속도로 10.2) 가량으로 공인연비와 큰 차이를 보였다.
크로스투어는 '스포티 프리미엄(Sporty Premium)'이라는 새로운 세그먼트를 구축한 혼다의 이색 차종이다. 물론 모델의 다양화 측면에서는 반가운 일이지만, 국내 소비자들이 이에 익숙해질 때까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3.5 단일 트림으로 국내에 출시된 크로스투어의 가격은 4690만원(부가세 포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