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경남은행 분리매각과 관련, 긴키 지역 재일교포들의 투자를 요청하고 나서 일본 자금의 투자 유치 문제가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우선 우리금융 매각이 오랜 숙제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의 분리매각이라는 측면에서 관심을 끄는 발언이기도 하지만, 일본계 자금의 금융 현안 해법 활용이라는 점에서도 들여다 볼 부분이 크다는 것.
우선 이 문제는 당국이 실제로 우리금융 분리매각이라는 칼을 뽑을지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국면 입장이 이런 기조였다고 해도 막상 이 문제가 '없던 일'로 끝나 버리면 홍 지사의 구상도 공염불이 될 수 있다는 이른바 '신중론'이다.
다만 분리매각이라는 시나리오 하에서 이 같은 구상을 들여다 보는 자체가 상당한 재미와 시사점을 주기 때문에 (특히 현재 해외 금융사정과도 맞물려) 관차 자체가 의미가 있다는 풀이도 나온다.
우선 홍 지사는 왜 지역 향토 은행 마련이라는 문제를 일본에 사는 우리 교포들의 자금줄 동원을 통한 경남은행 분리매각 처리로 풀려고 할까. 우선 경남은행이 분리매각된다 해도 기존 지방은행에 인수합병하는 안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영남지역의 금융 판세 균형이 깨진다는 문제가 있다. 경남은행의 총자산이 약 30조원 규모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이다. 즉 기존에 분리매각 추진 상황에서 관심을 보였던 부산은행·대구은행 중 한 은행이 이번에 실제로 가져간다고 하면, 한 은행이 너무 비대해질 우려가 있다는 것.
문제는 또 있다. 홍 지사는 과거 당대표 시절 우리금융 민영화를 '국민주' 방식으로 처리하자고 주장한 바 있는데 홍 지사로서는 특정 금융기관이 경남은행을 안는 것을 가장 좋은 해법으로 보지 않을 여지가 그만큼 크다.
따라서 (분리매각 추진이 실제로 무르익는 때) 일부 기업들의 출자에 교포 자금을 모아 일을 성사시키는 방안을 꿈꾸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럽다는 것.
특히 우리 은행권이 일본쪽 자금을 문제 해결 키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한 전례는 전혀 없지 않은데, 홍 지사로서는 이런 점 역시 염두에 뒀을 것으로 해석된다. 저격수 이미지를 탈색하기 위해 반값 아파트 등 경제 문제를 공부해 온 전력이 있는 데다 지역 현안인 만큼 도백이 되기 위해 나서면서 현안인 향토 은행 문제를 위해 금융쪽에도 여러 가지로 자료 섭렵을 마쳤을 것이라는 풀이다.
우선 2006년 부각됐던 일본 미즈호금융그룹의 신한금융그룹 제휴 추진 문제만 해도, 이 안이 당시 신한으로서는 예보 보유 지분 처리를 흡수하는 문제와 LG카드 인수자금이라는 두 난제를 풀 묘수였기 때문에 세간의 화제가 되며 많은 관심을 모았었다. 또 2008년 미스이스미토모의 KB금융지주에 대한 200억엔 출자 계획 역시 당시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안은 문제를 풀 가장 적당한 해법으로서 의미가 있다. 즉 당시 지주사 출범과정에서 자사주 처리가 문제가 됐고 제 값을 받고 팔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이처럼 미스이스미토모의 출자라는 해결책으로 접근하면 그나마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원래 일본 자금이 유입되기 좋은(일본쪽에서 해외로 눈을 돌리고 관심을 키울) 때는 엔고 사정으로 생각되지만, 현재 국면이라고 전혀 불리하다고 단언할 수만은 없다. 아베 정권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엔화 금리가 하락하고, 자금을 투자할 마땅한 우량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점이 키워드다. 즉 이런 때 일본 은행들이나 투자자들로서는 자금을 쌓아두지만 말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느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홍 지사가 긴키 지역에서 보인 재일교포 자금 관련 행보는 좀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도백으로서는 지역의 메가뱅크 혹은 영남의 리바이어던이 생기는 부작용을 막으면서 향토 은행의 장점을 살릴 해법이자 나름대로 여러 과거 이슈들과 비교해 볼 때에도 나쁘지 않은(현실성이 있는) 카드였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