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야기꾼의 책공연은 기존의 청소년 기관에서 진행하던 프로젝트였어요. '언니와 오빠가 들려주는 치마폭 이야기'라는 주제로 커다란 치마를 만들어 치마폭에 아이들을 앉히고, 언니와 오빠들이 책을 읽어준다는 형식이 흥미로워 이야기꾼들의 책공연을 시작하게 됐죠."
유난히 폭설이 잦았던 2월. 사회적기업들이 한곳에 모여 있는 '하자센터'로 향했다. 총 9곳의 사회적기업이 모인 하자센터는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로 불렸지만, 청소년들이 사회로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주기 위해 '사회적기업 육성계획'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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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꾼의 책공연은 '책읽는 사회'로 만들기 위해 아이들이 직접 이야기 속으로 참여하는 공연을 매년 약 150회씩 진행하고 있다. =이혜연 기자 |
9곳 중 찾아간 '이야기꾼의 책공연'은 지난 2010년 10월 공식인증 받은 문화예술분야 사회적기업이다. 의뢰인으로부터 공연을 의뢰받아 '찾아가는 공연'으로 진행하고 있는 이야기꾼의 책공연의 속 이야기를 들어봤다.
◆오랜 전통, 사회적기업으로 재해석
이야기꾼의 책공연은 지난 2009년 1월부터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았으며, 이들을 사회적기업으로 이끈 곳이 바로 '하자센터'다.
이곳은 지난 2008년 하반기부터 사회적기업 육성계획을 세웠다. 스토리텔링, 미디어, 음악, 여행 등 다양한 분야의 예비 사회적기업들이 이곳에 모여 사업의 방향을 공유하면서 모두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자센터에 모인 사회적기업들은 모두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사회적기업의 역할에 대한 목표는 뚜렷해요. 이야기꾼도 한국사회에서 꽤 오래된 전통 중 하나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꾼의 역할을 살리고 시대에 맞춘 지식공연을 펼치고 있어요."
황덕신 이야기꾼의 책공연 공동대표는 '책공연'의 문화예술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이야기꾼과 같이 문화예술분야의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으면 정부로부터 인건비, 컨설팅비, 대출 등의 지원을 제공받아요. 하지만 문화예술을 펼치기엔 열악한 재정환경 속에 놓여있지요. 그럼에도 참여하는 공연이라는 창작활동을 통해 아이들의 교육 사업에 기반을 마련하고 싶어요."
◆이야기 풀어가며 잠재력 유도
이야기꾼의 책공연이 가장 활발히 진행 중인 프로그램은 '이야기 해결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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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덕신 이야기꾼의 책공연 공동대표는 "이야기꾼의 책공연은 해마다 '책읽기 문화'에 대한 사회적 해결과제를 제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지혜 기자 |
"공연이 시작되면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 마음속에 숨어있는 잠재력과 책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있어요. 공연을 마친 후 본래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결말을 공개하죠. 아이들이 해답을 찾은 결말과 기존의 결말이 동일하지 않더라도 이야기 속에 직접 체험했다는 생각을 심어주는 것이 이야기꾼들의 역할이에요."
김형아 공동대표는 이 같은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선 개발단계부터 최대 1년의 기간을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이야기꾼으로 불리는 팀원들은 배우, 기획, 음악 작업 등을 함께 공유하고 무대에서 이야기를 표현하는 예술인이다.
팀원들이 개발해 만들어진 공연은 진행하면서도 계속 수정되고 보완과정을 거친다. 매순간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면서 보는 시각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무대 없는 공간, 이야기꾼은 '몸으로 표현'
황 대표에 따르면, 이야기꾼의 책공연은 전국각지로 직접 찾아가기 때문에 활동범위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 물론 대부분 무대를 갖춘 곳이 많지만 무대와 조명이 없는 곳에서도 이야기꾼은 공간을 확보하고 이야기를 이끌 줄 알아야 한다.
"우리들의 책공연은 찾아가는 공연이기 때문에 화려한 무대와 의상보단 '마임'이라는 몸으로 할 수 있는 표현을 활용하고, 라이브 연주자가 있다는 점이 특징이에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이야기 전부를 전달하기보단 한 장면, 한 단어를 통해 해답을 스스로 찾게 돕고 있어요."
이어 황 대표는 '그림책'이 일반 책보다 이야기 속의 장면이나 단어를 찾기 쉽다고 말했다. 그림책은 5분 이내로 책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단순한 책이지만, 그림 속에 담긴 소리와 이야기를 찾고 싶은 궁금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야기꾼들은 아이들이 책을 통해 상상한 부분을 연극을 통해서도 찾을 수 있다는 '참여형식'으로 사업을 키워가고 있다.
"책을 잘 살려 공연하는 것이 이야기꾼들의 최고의 목표입니다. 결말에만 집중하고 해답을 빨리 찾기 위해 속도를 높이는 사회로 변화하고 있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을 만나 책을 읽는 목적과 흥미를 전해주고 싶어요."
◆책공연, 아이들 '책읽는 사회'로 인도
황 대표와 김 대표로부터 앞으로의 이야기꾼의 책공연 사업방향과 바라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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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아 이야기꾼의 책공연 공동대표는 "우리의 책공연은 이야기꾼이 주인공이 아닌 등장인물과 아이들이 이야기를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 강사의 역할을 모두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지혜 기자 |
또, 이야기꾼의 책공연은 만 3세 이하인 아기들만을 위한 '아기 연극'도 개발했다. 김 대표는 아기도 느낄 수 있고, 느끼고 있다는 것을 연극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미 다른 나라에서는 아기 연극을 선보였지만, 우리나라에선 시작 단계라는 설명이다.
"이야기꾼은 책읽기란 무엇인가, 책읽기를 잘한다는 것, 책읽기가 즐겁다는 것이라는 다양한 질문들을 통해 아이들에게 어떤 책공연이 될 수 있을지 항상 연구하고 있어요. 하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구하고, 접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선 책과 도서관이 가까이 있어야 하고, 문화복지사업이 활발히 이뤄져야 가능해요."
책공연에 대한 포부를 밝힌 김 대표와는 다른 내용으로 황 대표는 예술정책의 방향을 제시했다.
"우리는 사회적기업이자 예술 단체로써 작품을 만드는 곳이기에 시민들과 함께 참여하는 공연이 활발히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사회에선 예술인을 사회적 취약계층으로 전락시키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결과에만 지원하고 지식을 소비하고 있는데, 책을 통해 자신의 지식을 쌓고, 창조하는 사회로 바뀌어야 합니다. 이야기꾼의 책공연이 바로 지식을 창조하는 사회적기업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