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립 순천대학교가 의과대학 유치붐 조성을 위해 77만명을 목표로 전자서명을 받고 있는 가운데 숫자 채우기식 엉터리 전자서명을 무작위로 받는 것으로 드러나 뒷말을 낳고 있다.
순천대학교는 의대유치 분위기 조성을 위해 연말부터 대학 홈페이지에 배너창을 만들어 의대설립 염원 지지서명을 인터넷으로 받고 있다.
참여방식은 의외로 간단하다. 홈페이지 상에서 이름과 주소만을 기입하면 서명명부에 등재되는 방식이다.
12일 오후 1시 현재 9200명을 돌파하는 등 열기를 띄고 있다. 문제는 전자서명이 장난 이름이나 가짜로 주소를 쳐도 집계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홍길동', '김말자', '심마니', 'ㅋㅋㅋ'을 쳐도 "서명운동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안내창이 뜸과 동시에 서명부에 등재됐다.
심지어 인터넷 유머 '개미주소'(허리도 가늘군 만지면 부러지리)를 입력해도 아무런 제재없이 집계되고 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1만명 돌파는 시간문제라는 지적이다.
77만명 서명숫자를 채우기 위해 불량한 마음을 먹기라도하면 학교 관계자들에 의해 얼마든지 숫자조작이 가능하다는 결함을 안고 있다. 학교 당국자들의 안이한 인식이 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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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순천대학교가 의과대학 유치붐 조성을 위해 숫자 채우기식 엉터리 전자서명을 무작위로 받는 것으로 드러나 뒷말을 낳고 있다. ⓒ순천대학교 |
의대유치를 추진하는 경쟁대학들도 모두 이런식으로 전자서명을 받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일찌감치 의대유치를 내건 목포대 홈페이지를 검색한 결과 비슷한 방식으로 전자서명을 받아 벌써 5만명을 돌파했다.
언론사의 취재가 시작되자 순천대학 측은 장난이나 허위로 의심되는 서명인은 명부에서 삭제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주민등록부를 확인하지 않은 이상 색출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어 인증단계를 거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순천대가 서명 목표인원으로 제시한 '77만명'도 유치하다는 얘기가 많다.
77만명이란, 의대유치를 선언한 작년 연말 개교 77주년 기념이라는 상징성과 '행운의 넘버7'이 겹친 '쌍칠(77)'이어서 의대유치의 기운을 받겠다는 발상이 국립대학교 기획력으로는 좋은 평가를 얻기 힘들다는 비판이 나온다.
순천대학이 목표한 77만명은 다소 기괴한 숫자이다.
순천시 인구 27만여명, 여수시 29만여명, 광양시 15만여명을 합할 경우 약 72만명이다. 고흥군 7만여명, 보성군 약 5만명, 구례군 3만명 등을 합해도 90만명 정도여서 '77'과의 연관성이 낮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유승희 순천대학교 기획평가과장은 "의대유치 전자서명은 도민의 염원과 바람 차원으로 봐야 할 것 같다"며 "그 이상의 개인정보 요구는 무리가 있으며 전자서명 명단에서 일부는 삭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순천대는 최근 의과대학이 유치될 경우 의과대학본부 캠퍼스는 여수에, 부속병원은 산재환자가 많은 광양에 세우는 지역연합 유치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