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경기 침체에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증권사들이 부동산 시장을 신대륙 삼아 위기 타개를 노리고 있다. 대표적인 부동산 투자 상품이었던 리츠(REITS)가 대부분 마이너스 수익률에 허덕이고 있고 국내 부동산 경기가 여전히 냉랭하다는 점에서 다소 의외다.
그러나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이 주식거래에서 자산관리로 옮겨가고 있고 여전히 대부분의 VIP 고객들은 부동산을 주요 투자처로 꼽는다. 이런 까닭에 최근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부동산 컨설팅을 새로운 사업 부문으로 채택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일부 증권사는 지점 통폐합과 사무실 축소를 통해 직접 세입자를 모집하는 등 임대 사업에도 손을 대며 먹거리 확보에 열중하고 있다.
◆VIP 컨설팅은 기본, 법인 사업 자문도
KDB대우증권은 지난해 9월 본격적인 부동산 컨설팅 보고서를 발간하며 관련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특히 기존 브로커리지 위주였던 영업모델을 '엘리트 PB하우스 구축'으로 전환하면서 시장의 호응을 얻었다.
이 증권사는 지난해 WM영업지원본부 안에 컨설팅지원부를 설치해 세무와 은퇴설계, 부동산컨설팅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PB 인력을 대거 배치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사업 영역을 다변화해 자산규모를 키울수록 운신의 폭이 넓어지는 셈이다.
조준성 WM사업지원부 파트장은 "작년 말 기준으로 종합자산 규모가 110조원을 달성하는 등 1년 사이 10조원 가량의 목돈이 몰렸다"며 "부동산 컨설팅과 은퇴설계 서비스 등 고도화된 자산 관리 서비스가 좋은 반응을 얻은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 증권사는 또 고객 자산관리 차원을 넘어 대안투자(AI)로서 부동산 시장에 직접 투자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고유자산운용본부 내 AI부는 최근 오피스텔 등 복합시설물에 대한 투자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에 앞서 대신증권은 작년 5월부터 법인 및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부동산 사업 타당성과 자금조달 방법을 조언하는 투자자문 업무를 시작했다. 우리투자증권도 지난해 7월 신탁그룹 안에 부동산 금융팀을 신설했으며 키움증권 역시 기업 고객을 상대로 부동산 자문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HMC투자증권은 좌초 위기에 놓인 부산 해운대 비즈니스 호텔 PF사업의 구원투수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시행사가 부도를 맞으면서 사업 자체가 백지화될 위기에 놓였지만 증권사가 금융정상화 자문을 담당하면서 안정을 되찾는 분위기다.
◆대형사는 컨설팅, 중소형사는 임대사업 주목
대형사들이 컨설팅과 투자자문 등을 오가며 자산운용사와 영역 다툼을 벌이고 있다면 중소형사는 상대적으로 부동산 직접 임대 등에 더 주목하는 모양새다. 구조조정 등을 이유로 폐쇄된 지점을 제3의 세입자에게 임대하는 식으로 부수입을 올리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증권사들의 부동산 임대 수익은 500억원을 훌쩍 뛰어 넘었다.
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증권사들의 전체 순이익에서 임대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8% 이상"이라며 "거래대금 감소 등 증시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무시할 수 없는 수익원이 된 셈"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에스지증권은 지난해 3월 사무실 일부를 세놓았으며 한맥투자증권도 지난해 11월 금감원에 부동산 임대를 부수업무로 등록하고 임대 사업에 뛰어들었다. 앞서 키움증권은 2009년 5월부터, 애플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도 2010년 4월과 7월 각각 부동산 임대업을 부수 사업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수익성 악화 "돈 안 되는 리츠는 사양길"
반면 증권사의 부동산 사업 중 중추 역할을 했던 리츠는 찬밥 신세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으로 증권사가 직접 부동산에 투자하는 상품은 없다. 재간접투자인 펀드와 리츠만 남아 있다.
그러나 리츠의 수익률이 대부분 마이너스를 면치 못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에서도 멀어진 상황이다. 현재 상장된 리츠 중 이코리아리츠의 경우 8일 기준 1년 수익률이 -56.93%에 달했고 케이비부국위탁리츠와 광희리츠 역시 각각 26.35%, 22.91%의 손실을 봤다. 케이탑리츠와 코크렙8호, 트러스제7호 등도 모두 마이너스 수익에 머물렀다.
골든나래리츠가 같은 기간 29.95% 상승하긴 했으나 주당 가격이 300원대인 동전주이고 코크렙15호는 그나마 6.93%의 수익을 올려 간신히 체면치레를 했다.
리츠는 소액투자자들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고 수익을 배당하는 간접투자 상품이다. 적은 돈으로 부동산 투자의 맛을 볼 수 있는데다 현금화도 쉬워 한때 대체투자 상품으로 각광받았지만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한편 증권사들이 리츠 대신 부동산 컨설팅 등 다른 부문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결국 수익성 악화 때문이다. 금투협에 따르면 3월 결산법인 중 연결실적을 제출한 증권사 17곳은 전년대비 영업이익 규모가 40% 이상 급감했다.
협회에 따르면 이들 증권사가 지난해 4~9월 거둬들인 영업이익은 총 4590억원으로 전년 7672억원대비 40.8% 감소했다. 이런 탓에 2012년 회계연도가 끝나는 내달쯤엔 대규모 구조조정 등 감원한파가 여의도 증권가를 덮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