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전남 여수 금오도 '비렁길(벼랑길의 사투리)'이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면서 매년 미달사태를 겪던 시골학교까지 부흥시키는 마력을 발휘하고 있어 교육계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학교는 여수항에서 배타고 1시간을 타고가야 다다르는 금오도 여남중고등학교(교장 변태수). 중학교는 지난 1966년에, 고교는 1985년에 각각 개교해 꽤 오래된 학교이다. 지금껏 7300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인구가 많지 않은 섬 특성상 전교생이라야 고교 30명, 중학생 본교 18명(화태·안도·연도 분교생 포함 전교생 50명)에 불과하다.
작년까지만 해도 고교 신입생이 불과 11명, 그 전에는 6명 등으로 매년 10명 안팎이었으나, 올 신입생 모집때는 30명을 훌쩍 넘는 지원자가 몰려 들었다. 비렁길 관광객이 늘면서 덩달아 신입생까지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
섬학교가 인기를 끄는데는 이곳이 일반계 고등학교라는 특징이 있는데다, 수려한 경관, 학원하나 없는 청정 교육환경, 특성화된 교육과정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결과라고 한다.
금오도 비렁길을 걷는 외지 관광객들이 "섬에도 고교가 있느냐", "학교가 참 아름답다"는 말을 곧잘 하곤한다.
자택에 돌아가서는 자녀들을 진학시키는 관광객들이 많다는 전언이다. '대안 중의 대안'으로 여기고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것이다.
20년전 여수시 남면사무소(금오도)에서 첫 공무원으로 근무했다는 김영호(53) 순천시청 홍보담당은 "금호도는 바다경관도 빼어나지만, 여름에도 숲사이를 걷기때문에 덮지 않은 특징을 갖고 있어 지금도 추억에 젖곤 한다"고 말했다.
금오도 비렁길에 매료된 관광객들이 학교를 둘러보면서 "어떻게 하면 자녀를 입학시킬 수 있느냐"는 문의가 많다고 한다. 걷기 열풍을 타고 금오도 비렁길은 연간 30만명의 관광객이 걷는 필수 관광코스가 됐다.
최근 들어서 괄목할만한 진학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고3 졸업예정 3명이 광주교육대학교에 합격한 것. 졸업반이 13명인데, 3명이나 초등교사 양성소인 교대에 합격한 것은 미니학교로서는 큰 경사다. 도서지역 고교로서는 단연 최고의 성적을 냈다.
광주교대는 전라남도 도서지역 14개 학교에서 4명씩 추천을 받아, 3단계를 거쳐 10명의 학생들을 교육감 추천 전형으로 선발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교대에 입학하려면 수능 1.5등급은 돼야하는데, 섬지역 고교출신 교육감 추천응시생은 기회균등 배려차원에서 수능 4등급이면 도교육감 추천을 받을 수 있다. 여남중고 측으로서는 교육감 추천제를 십분 활용한 것.
광주교대에 입학한 여남중고 출신 학생들은 4년간 잘 적응, 4명 모두 2013년 전라남도 초등임용고시 최종 합격자에 이름을 올려 3월 새학기에 초등교사 발령을 기다리고 있다.
올 졸업생 13명 가운데 12명이 4년제 대학에 진학했으며, 외할머니댁이 있는 이곳으로 전학온 서울 학생은 미용사자격증을 취득해 100% 진학성과를 냈다.
여남중고가 성과를 내는 것은 섬학교라는 특성을 잘 활용한 덕분이다. 시내학교 교사들은 오후 5시만 되면 퇴근하느라 바쁘지만, 이곳 교사들은 교통이 불편해 일주일 내내 학교에 머무르기 때문에 주중에 사제동행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한다.
특히 전교생이 30명 밖에 안돼 1 대 1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학교에서 문화의식 함양과 인성교육 강화를 위해 시행하는 1인1악기 다루기 교육 등으로 이 학교는 학교폭력 없는 '무공해 학교'로 소문이 나고 있다.
지난해 전남도 학교평가 우수학교, 대한민국 창의페스티벌 은상, 학교스포츠클럽 줄넘기 전남대표, 독서.토론 우수학교, 진로교육 우수학교 등으로 잇따라 선정되는 등 작은학교로서는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변태수(60) 여남중고 교사는 "비렁길이 폐교위기의 학교를 살려낸 것이기도 하지만, 교사들이 열정을 갖고 가르치다보니 교사와 학부모, 학생이 서로 신뢰하는 분위기 속에서 학교부흥이 일어나고 있다"며 "서울 등지의 타 시도에서 오신 관광객분들이 '대안학교의 대안'이라며 여러차례 우리학교를 방문하고 있어 보람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