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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BO·CLO 변종수요 상승 전제조건은? '심사기능 높여라'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2.08 11:5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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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은 가운데, 일부 은행에서 금융 지원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침체된 경제 사정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게 희망을 기업들에게 주려는 은행권의 노력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또 직접대출 등 지원책 외에도 신용공여를 하는 등 구조화를 통해 지원을 더 효율적으로 하는 틀을 짜는 경우도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중소기업의 신용을 보증해 주는 방식으로 회사채 발행과 그 유동화를 돕는 안을 검토 중이다. 회사채를 발행하더라도 신용도가 낮으면 시장에서 소화하는 데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은행에서 보증을 해 신용도를 제고하며 이를 담보로 유동화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을 발행해 자금 흐름의 물꼬를 튼다는 것이 핵심이다.

우리은행이 이 같은 방식을 택한 것은 우량한 기업들에 대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큰 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을 막론하고 자금 상황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런 아이디어에 대해 일각에서는 프라이머리 자산담보부채권(P-CBO) 구조를 중기 자금조달에 대입하겠다는 것이라는 풀이가 나오고 있다(P-CBO는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의 신규발행 채권을 모아 정책금융의 신용 보강을 거쳐 이를 담보로 자산유동화회사 즉 SPC가 채권을 발행하는 구조).

즉 P-CBO의 경우라면 신용보증기금 등에 보증을 받는 게 기본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경우 신보 등 정책금융의 보증을 얻는 것보다 직접 보증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정책금융의 신용 보강을 얻으려면 보증료 부담이 있어 이를 줄여 자금 조달비용을 기업에 되돌려 주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기존 P-CBO로는 한계…중소기업용 CLO 등 본격화 주문

이런 P-CBO 차용 아이디어는 우리은행에게 전혀 낯선 것은 아니다. 작년 4월 우리은행과 같은 우리금융 가족인 우리투자증권이 이와 유사한 구조를 추진한 적이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이때 (주)두산,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중공업 등 총 5개사에 각각 500억원씩 총 2500억원을 대출한 뒤 원리금을 받을 권리(대출채권)를 SPC에 양도했다. 그 다음 SPC는 5개 계열사의 대출채권을 기초로 ABL 500억원과 ABCP 1659억원어치를 팔아 대금을 댔다.

이 과정에서 우리은행 등 몇 개 은행이 SPC가 ABL 및 ABCP의 원리금을 갚지 못할 경우 대신 갚아주겠다는 신용공여 약정을 맺었다. 이 덕분에 이 채권은 불안하다는 평을 크게 누그러뜨릴 수 있었고 결국 기관투자자들에 의해 모두 소화됐다(이 사례는 금융권이 두산 계열사들과 합심해 일을 성사했다는 점에서는 높게 평가할 만 하다. 다만, 두산의 여러 계열사들이 협력해 신용도의 '평균'을 높였기 때문에 금융권이 흥미를 보였다는 점에서 '안전 드라이브' 사업이었지 진취적으로 위험 부담을 크게 안은 '도전 사례'로까지 꼽을 건 아니라는 해석도 존재한다).

이를 두고 은행이 이 같이 개입한 것을 당시 금융권이나 기업계에서는 원활한 자금조달을 돕기 위해 대출채권을 묶어 유동화하는 P-CBO 발행 방식을 택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2000년 기업들을 돕기 위해(국민의 정부 집권기이던 이 시기는 '금융구조조정'시대로 기록되고 있을 정도로 기업들의 금융 사정이 좋지 않았음) 처음 발행된 P-CBO는 민간 금융시장과 투자의 위험을 공유하지 못한 채 해당 정책금융에서 은행 신용공여에 대한 보증을 제공, 전적으로 신용위험을 지고 있다. 이로 인해 현재는 신보기금 등 일부만 남아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제도처럼 정책금융이 부담을 크게 지거나, 위의 사례처럼 민간이 스스로 유사한 제도틀을 운영하는 대신 적절한 절충안이 요청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국신용평가 보고서(6일)에 의하면, 독일의 경우 정책금융기관인 독일부흥금융공고(흔히 KfW라고 부르는)가 전대은행들과 같이 중소기업 지원을 하고 있다. KfW의 경우에는 전대은행들이 풀링(Pooling)한 대출채권에 대해 신용부도스와프(CDS) 계약을 맺고 이를 기초자산으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한다. 다만, KfW는 이 발행된 유동화증권이 아닌 CDS계약 등을 통해 신용위험만은 투자자에게 넘긴다. 투자자가 신용위험을 사는 셈이다. 이는 CLO의 일종(SME CLO: Small&Medium-sized Enterprise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중소·중견기업 유동화증권)으로 분류된다.

은행권 자체 심사능력 제고해야 여러 제도 도입 가능

하지만 독일 등 선진국의 경험처럼 SME CLO  등을 활성화 등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정책금융에서 심사 등 기능을 도맡는 상황에서 벗어나 은행권에서도 검증 능력과 적극성을 키워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마련돼야 한다.

예를 들어, SPC를 끼고 있는 위의 우리은행 구상과 다른 구조를 쓰면 (지원되는) 금액이 소액이거나 담보제공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기에 더 적절할 수도 있다. '전형적이지 않은 구조의 ABL'을 활용하면 SPC를 세우지 않아도 되게 때문이다. 박훤일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논문에서 "일본 비전형 ABL 시범사업을 보면 지방은행, 대형 시중은행, 정부계 금융기관 등 다양한 업태의 금융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각기 차주와의 관계 및 비지니스 모델에 따라 ABL 업무에 다양한 변형이 생기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운영 사례의 융통성 발휘와 맞춤형 제공 가능성을 언급한다.

다만 이런 운영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려면 사업상의 과제를 공유할 정도로 금융측과 기업 사이에 신뢰감이 형성돼야 하고, 그 대목은 은행권의 노력으로 메워야 한다. 더욱이 다양한 여러 변형 형태를 짜고 관리를 하는 게 가능할 정도로 기업의 상황을 정확히 판단 및 심사할 능력과 법적인 지식 배경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도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