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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기의 책보기] 뻔한 책, 잘 쓴 책, 대견한 책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기자  2013.02.08 09: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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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불경기에 스마트폰으로 그나마 있던 독서인구 마저 크게 줄어 출판계가 매우 어렵다고 한다. 그런 중에도 날마다 신간은 나온다. 출판인들의 고군분투 덕분이다. 덕분에 오늘도 꼭 읽었으면 하는 '잘 쓴 책'들이 그침이 없다.

그런데 출판사도 회사인데 경영이 어렵다 보니 경영수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상업적이란 비판에도
   
 
불구하고 힐링이나 자기계발서들이 줄을 잇는 까닭이다.

물론 그런 책들이 모두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라서 거기까지는 이해가 된다. 그러나 시류에 편승해 돈 좀 벌어보겠다거나, 얼렁뚱땅 책 한 권 대충 내서 저자 프로필에 장식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뻔한 책'들은 좀 얄밉다.

잘 썼다고 하기도 어렵고, 뻔하다고 보기도 어려운 책 중에 '대견한 책'이 있다. 책을 쓴 저자와 쓴 의도, 책을 낸 과정 등이 '박수쳐줄 만한' 그런 책들이다.

오래 전 이 칼럼에 소개했던 '도시 소년이 사랑한 우리 새 이야기(김어진 지음)'같은 책이 바로 그 '대견한 책'이다. 고등학생인 저자가 어렸을 때부터 탐조에 심취해왔던 새에 대한 기록들을 묶어, 한 권의 야무진 책으로 냈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다지 팔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우리 학제로 고등학생 정도에 해당하는 반휘은 학생의 동화집 '하나가 되는 작은 세상 이야기 (미문커뮤니케이션 출판)'도 그런 맥락에서 아주 대견한 책이다. 어렸을 때 해외에서 자신이 '다문화 아이'로 분류돼 겪었던 생활이 계기가 돼 귀국 후 '다문화 되어 가는 한국'에 관심이 컸다.

현재 결혼하는 열 쌍 중 한 쌍은 국제결혼이다. 더구나 농촌의 경우에는 절반 정도가 외국인과 결혼을 한다. 이들 사이에 많은 자녀들이 태어나고 있고, 학교에 다니고 있다. 이제 우리도 과감하게 단일민족의 깃발을 내리고 다인종, 다민족, 다문화 사회를 위한 전향적, 포괄적인 준비를 서둘러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하나가 되는 작은 세상 이야기는 바로 그런 준비의 작은 노력이다. 할머니 무릎을 베고 들었던 '옛날 옛적에,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 이야기'를 중국, 스리랑카, 몽골, 베트남, 필리핀 등에서 온 엄마의 자녀들도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책이다.

   
 
그래서 저자는 한국에 온 그들로부터 각 나라의 전래 동화 16개를 수집해 국어와 영어로 정리했다. 이른바 '국제 다문화 동화집'인 것이다. 산업개발은 늦었더라도 정신은 깊은 나라들이라서 그런지 동화들이 그저 그런 수준이 아니다.

잉어가 머리를 물 밖으로 내미는 이유(베트남), 봉숭아꽃(중국), 바다거미가 된 욕심쟁이 부부(베트남), 울란바토르 이야기(몽골) 등은 어른이 읽어도 배울 점이 많은 동화들이다. 다문화 가정 아이와 엄마들에게 작지만 기쁜 선물이 될 것 같다.

프라임경제 칼럼니스트 최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