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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 약세 가속화…"상반기에 100엔 접근할 수도"

수출기업 수익 악화 불가피…외인 연초 이후 17조 순매도

이정하 기자 기자  2013.02.07 17: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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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엔·달러 환율이 장중 94엔을 상회하는 등 엔화 약세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엔저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상반기 중 100엔 수준에 접근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엔저 효과로 한국과 일본 수출기업의 희비가 교차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전망을 살펴봤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달러당 엔화 평균 환율은 89.03엔으로 지난 2010년 6월의 90.91 이후 3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민당이 양적완화 의지를 보인 9월 이후 4개월 만에 엔화는 13.9%나 뛰었다.

◆자동차·철강 불이익…외국인 'BUY'

엔화 약세로 국내 수출 기업은 그야말로 직격타를 맞았다. 자동차, 철강, IT 기업의 수익 악화가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엔저 현상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시장을 떠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1월 한달 동안 17조5000억달러어치를 순매도했다.

올 들어 자동차대표주로 분류되는 기아차는(-11.28%), 현대위아(-8.61%), 현대차(-7.64%), 만도(-5.49%) 등은 일제히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엔 약세가 시작된 지난 9월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하락폭은 더욱 크다. 기아차는 33.93%, 현대차는 17.39% 급락했다.

배재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굳이 지금 일본과 수출경합도가 높은 IT와 자동차에 베팅할 필요는 없다"며 관망세를 유지하라고 밝혔다. 또 박성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환율 급락 관련 섹터 주인 자동차, 철강, IT의 주가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 연구원은 실제 2004~2007년 원화 강세가 나타난 시기를 살펴보면 수출시장에서 일본의 마켓쉐어(MS)가 확대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다만 IT(하드웨어)의 경우 각종 마이크로 데이터(micro data)들은 오히려 더 가파르게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한국기업이 생존을 넘어 기술 선도 위치에 도달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방만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철강 섹터에 대해 "달러 엔화 약세가 본격화된 지난 10월 이후 주요 수출 시장인 동남아시아에 대한 일본 수출이 가파르게 늘며 9.1%(MoM) 증가했으며 11월에는 해당 지역에서 한국산 수출 역시 10.9% 증가해 상대적 경쟁력이 훼손됐다고 볼 수 없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BOJ 조기 사임에 엔화 약세 지속

이날 엔화가 달러당 105엔대까지 오를 것이라는 주장이 나와 시장의 우려감을 사기도 했다. 7일 산케이신문은 일본 내 전문가들이 일본 중앙은행(BOJ) 총재가 교체될 경우 엔화가 최대 105엔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고 보도했다. 일본은행 새 총재가 임명될 경우 금융완화가 빠르게 진행돼 엔저 압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유익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예상치 못한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는 향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으며 주요국의 양적완화 규모가 재차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환 변동성 또한 확대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유 연구원은 이어 "엔·달러 환율도 연평균 89.5엔, 연말 94엔 수준까지 점진적 상승을 전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이종 통화 환율인 원·100엔 환율은 연평균 1178원, 연말 1106원까지 하락할 전망"이라고 부연했다.

박성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중앙은행(BOJ)의 조기 사임과 더불어 엔화 약세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며 "이에 엔·달러 환율이 당사가 상반기 중 고점으로 예상한 95엔을 돌파해 100엔 수준에 접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며 향후 전망을 어둡게 봤다.

그는 "다만, 15~16일 G20 재무장담 회담이 열리는 점을 가만하면 회담이 주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고, 엔·달러 환율은 95엔에서 안착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