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희 기자 기자 2013.02.07 15:18:47
[프라임경제] 오늘 7일자로 국민과 신한 등 4대 금융지주회사가 일제히 실적을 공개합니다. 이에 앞서 지난 6일 KB국민카드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하루 앞당겨 발표가 됐습니다.
이런 특별한 상황을 놓고, KB금융 전반의 실적이 참담한 사정을 예고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생각됩니다.
6일 장 마감 후 KB금융 지주에서 공시한 KB국민카드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보면, 영업이익이 127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9.67%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KB국민카드의 매출액은 7419억원으로 6.07%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967억원으로 15.6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KB국민카드의 실적이 왜 KB금융 전체의 실적에 '앞서', '따로' 나놨을까요?
이와 관련해 7일 아침 KB국민카드 관계자는 "공시의무사항에 따라 움직였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또한 KB국민카드의 앞당겨진 발표를 두고 한국 거래소 공시부 관계자는 "공시하는 날짜가 따로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다. 자회사에서 결산 후 이사회 협의를 통해 내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즉 하려면 하는 건데, 왜 굳이 그렇게 했냐는 것입니다.
반대의 사례를 봅시다. 자회사라면 같은 날 실적발표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일정 변경을 추진한 사례가 있습니다. 하나금융그룹의 새 가족이 된 외환은행은 지난해 3분기 실적을 10월16일로 잡았으나 하루 전날 갑자기 19일로 연기하며 일정을 사흘 미뤘습니다. 금융권에서 하루 전날 실적발표 일정을 변경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로, 이와 관련해 하나금융의 압력이 가해졌기 때문이라는 후문이 돌았습니다.
다시 이야기를 되돌려 봅니다. KB금융의 전체 비중에서 KB국민은행의 80%가 넘는 높은 의존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KB금융지주의 3·4분기 영업이익은 6조2200억원, KB국민은행의 영업이익은 5조2006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 중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8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KB국민카드가 제대로 된 성적을 내지 못하고, KB국민은행마저 실적이 참담하다면, 어떻게든 예고편을 내보내 충격을 줄여야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죠.
지난해 국내은행들은 당기순이익이 9조원으로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저금리 여파를 빗겨가지 못한 은행들이 저조한 실적을 드러내면서 은행의 높은 의존도를 보유하고 있는 KB금융이 실적 공개하기 하루 전, KB국민카드의 부진한 실적을 미리 당겨 발표하면서 미리 충격 상황에 브레이크를 한 번 걸어준 게 아니냐는 '기술적 분석'입니다.
효자노릇을 하던 은행의 실적이 진땀을 흘리고 있을 때 KB국민카드가 효자 노릇을 하며 상쇄를 해 주면 참 좋으련만…실제로 국내 4대 지주사중 은행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곳은 신한금융으로 타 금융에 비해 신한카드가 효자종목이라는 소리가 오래 회자돼 왔습니다.
P.S. 7일 오후 3시를 좀 넘겨 금융감독원 공시를 열어보니 KB금융 지난해 성적은 전년도 대비 25.2% 순이익이 급감하는 등 실제 성적이 좋지 않다고 합니다. KB국민카드의 실적을 미리 떼어 내 알려주는 이상 행동을 함으로써 어느 정도 '시장'에 마음의 준비흘 할 '신호'를 보내준 KB금융측의 고심어린 결단에 박수를 보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