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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 전우 우리銀·외환銀, 중기대출서 갈림길 행보

부실채권처리 난항 등 동병상련…朴 중기대출 독려국면서 온도차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2.07 11:3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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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기업금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안정적 포트폴리오 분배를 이루고 있는 은행. 하지만 한때 '부실은행'이라는 평가마저 들어썬 은행. 이런 공통분모를 가진 우리은행(053000·은행장 이순우)과 외환은행(004940·은행장 윤용로)의 최근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달 28일 금융감독원이 은행들에게 중소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자금지원을 주문하고 나서는 등 중기 금융 지원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금감원이 신년간담회 기회를 빌어 은행권에 이 같은 요청을 전달한 것은 실상의 창구지도(행정지도)인 셈인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중소기업 중시정책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여러 은행은 적극적으로 중기 대출에 나서는 모습이다. 하지만 외환은행과 우리은행의 경우 과거 동병상련의 정서적 연결끈을 가졌던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다른 색깔로 중기 자금 경색 국면에 대응하는 것으로 읽힌다.

부실채권 정리나 DJ시대 CLO 등 함께 겪은 유대감

이들은 기업금융 때문에 적잖은 고생을 했다는 점에서 최근 눈길을 끈 적이 있다. 지난 연말 부실채권 처리 국면에서 우리은행과 외환은행은 부실채권 처리 가이드라인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까지 부실채권 비율을 1.3%로 맞춰달라고 독려했지만 우리은행은 연말까지 작년 9월 수준(1.87%)을 기록했고 외환은행은 9월 1.25%에서 오히려 연말로 가면서 1.42%까지 올라 '후진'하는 양상까지 보였다. 물론 KB국민은행의 1.75% 수준(9월 기준)이나 하나은행의 1.05%(9월말에서 연말까지 큰 변동 없음) 등 은행마다 포트폴리오가 각각 다르고 관리 수준이 천차만별이어서 일의적으로 이야기할 것은 못 된다. 다만 우리은행과 외환은행의 경우는 기업금융에 강세를 보여 왔다는 점, 지난해 부실채권 문제가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부실기업이 늘어난 영향이라는 상황에서 함께 관찰할 여지가 있고 이런 상황에서 두 은행이 고전한 공통점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런 상황은 이들이 지난 2000년 당국의 필요와 요구에 따라 적극적으로 기업 살리기에 선봉장으로 나섰던 이력이 있다는 점과도 겹쳐 보인다.
   
우리은행과 외환은행 사이에 중기대출 태도 변화가 감지돼 눈길을 끈다. 좌측 우리은행 본점, 우측 외환은행 본점. =임혜현 기자

국민의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00년 연말 '금융구조조정'시대에 외환은행과 우리은행의 전신인 한빛은행은 적극적으로 기업에 손을 내민 몇 안 되는 은행들이었다. 정부는 그해 연말 회생가능 기업들에 대해 대출담보채권(CLO)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신규 자금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대다수 은행들이 되살아날 가능성이 높은 이들 회생가능 기업군에게마저 대출하기를 꺼리는 상황이 연출됐다. 그런 상황에 CLO를 발행하는 데 적극적으로 시동을 건 은행은 한빛은행과 조흥은행(현재 신한은행으로 합병), 외환은행 등 일부 은행에 불과했다.

심지어 이런 상황을 가리켜 일부 언론에서는 부실 은행들만 CLO 발행에 나선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이런 노력에 화답해 당국은 해가 바뀌고 나서 CLO 등 관련으로 BIS 비율이 나빠진 은행들을 위한 구제책을 내놓기도 했다(진념 당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2001년 2월 "은행은 BIS목표 수준을 10%이상에서 8%이상으로 바꿔 금융기관의 기업대출 확대를 유도하겠다"고 공개석상에서 발언).

하지만 이런 공통점과 달리 최근 중소기업 대출이라는 화두를 놓고 보면 온도차가 느껴지고 있다.

윤용로시대 일취월장 "중기대출 더 늘리겠다" 외환 vs 안전드라이브 우리

우선 우리은행도 적극적인 중기 지원 태도를 보이고는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경우 중기 대출 문제에서 일정 부분 우량기업의 선별쪽으로 방점을 찍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중소기업 지원에 대한 신용평가에서 대표이사의 평판을 추가하고 있고 이를 통해 재무제표상에서 나타나지 않는 리스크를 사전에 예방하는 등 '선별'이라는 점에 신경을 쓴 태도가 여럿 눈에 띄는 것. 또한 근래 우리은행이 회사채 차환 시장이 크게 설 것에 대비, 은행측에서 신용보증을 해 신용등급을 높여주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높이도록 돕는 안을 추진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우리은행의 이런 태도는 실제 중기 대출 관련 지표로도 확인된다. 우리은행의 연말 중기 대출잔액은 55.2조원. 중기 잔액 규모로는 시중은행 중 상위권을 차지한다. 하지만 금감원 1월17일자 '2012년도 중소기업 지원 실적'에 따르면, 작년 국내은행의 중기 자금공급이 재작년과 대비할 때 2조4000억원 증가할 동안, 우리은행은 3000억원 감소세를 보였다.

   
외환은행은 부장 및 점장들을 모두 모아 금년 영업전략을 논의하는 자리(4일)에서 중기 대출을 크게 늘리자고 결의했다. ⓒ외환은행
외환은행의 경우 약간 다른 태도를 보인다. 외환은행은 중기 대출 잔액 규모로만 보면 우리은행과 비교가 되지 않지만(외환은행 14.1조원), 작년과 재작년간 중기자금의 공급액 증감을 보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외환은행의 경우 이번 2월 중소기업 대출을 3조원 더 늘리겠다고 천명하고 나섰다(4일 서울에서 열린 2013년 상반기 부점장 영업전략 회의' 결의 내용). 이 같은 흐름을 지난해 초 윤용로 행장이 취임하면서 새 행장 리더십에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렇게 두 은행이 국제경제 위기 국면이라는 어려운 사정 속에서 서로 다른 해법을 보이는 상황은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또 무작정 어렵기만 한 상황이 아니라 일각에선 지금 우리 경제가 바닥을 찍은 상황이며 앞으로 천천히 회복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더 시선이 쏠린다. 경기가 회복되는 국면일 수록 기업금융이 날개를 펼 수밖에 없고 이런 상황으로 변화하면 어려운 시절에 은행권이 보인 태도가 고객 충성도나 이탈 문제 등에도 적잖이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00년대 초반 많은 고난을 겪었던 두 은행은 현재 다른 처지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외환은행은 난관 속에서도 줄곧 발군의 영업 실력을 발휘해 오다가 현재 새 주인의 품에 안겼지만 우리은행은 공적자금 회수 마무리의 기약이 없다는 대조점을 보이고 있는 것. 그런 여러 포인트에서 명동 은행권의 전통있는 두 은행 사이에서 느껴지는 중기 관련 태도의 온도차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