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대형가맹점과 카드사간의 카드 수수료 갈등이 길어지며 소비자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대형가맹점들이 카드사가 제시한 인상된 수수료를 받아드리지 못하겠다고 버티며 신용카드 자동납부 서비스를 중지하고 나선 것이다. 설연휴가 끝나면 일시적으로 진행됐던 무이자할부 서비스도 다시 중단될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동통신사들은 일부 카드사에 한해 신규 고객들의 인터넷 요금 자동납부 대행 서비스를 중단했다. 통신사는 현재 카드사와 카드수수료 협상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업계 중 한 곳이다. 이미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지난해 말부터 수수료 문제로 카드사들과 마찰을 일으킨 뒤 통신요금 자동납부 접수대행 제휴를 중단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고객들은 앞으로 통신요금 및 인터넷요금의 카드납부를 원할 시 이통사에 따로 요청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신용카드 가입 신청 시 휴대폰, 인터넷 요금을 카드로 자동 납부하겠다고 표시만 하면 됐지만 이제 이통사에 전화 또는 방문해 직접 등록해야 하는 것이다.
아파트관리비 신용카드 납부도 불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관리비 신용카드 결제를 대리하는 전자결제대행 업체인 이지스엔터프라이즈가 수수료 인상에 반발, 10월부터 카드사와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고 관리비 결제사업을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현재 아파트관리비 신용카드 자동이체 결제를 독점하고 있는 이지스엔터프라이즈는 연간 200만 가구의 아파트관리비 자동이체를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까지 카드 수수료를 적용받지 않았던 이 업체는 여전법 개정으로 1.5%의 수수료를 내게 되자 사업유지를 할 수 없다며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밖에도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등 4대 보험료의 카드 자동이체 신청도 지난달부터 중단됐다. 4대 보험료를 통합 징수하는 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12월 인상된 카드 수수료율에 반발하며 지난 1월부터 신용카드 자동이체 납부 신청을 중단한 상태다. 기존 이용 고객은 계속해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나 신규 신청 고객은 창구나 인터넷을 통해 카드 납부를 별도로 신청해야 한다.
소비가 급증하는 설연휴를 맞아 일시적으로 진행됐던 무이자할부 서비스도 17일 대부분 종료된다. 카드사들은 개정된 여전법에 따라 무이자할부에 사용되는 마케팅비용을 대형가맹점과 함께 부담해야 하지만 대형가맹점 측이 이를 거부하며 1월부터 무이자할부 서비스를 전면 중단했다. 이후 갑작스런 서비스 중단과 다가오는 설 연휴로 소비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이벤트 형식으로 무이자할부 서비스를 제기했지만 카드사들은 경영 부담과 대형가맹점과 분담을 규정한 여전법에도 어긋나는 행위라 계속 서비스를 유지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신한카드, 롯데카드, 현대카드, 하나SK카드 등은 17일 서비스가 중단되며 삼성카드, KB국민카드 등도 이달 말부터 무이자할부 서비스를 종료한다.
한편, 가맹점들이 카드수수료를 이유로 서비스를 줄줄이 중단하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에게 돌아가고 있다. 특히 아파트관리비의 경우 각 카드사별로 전용카드를 출시하고 다양한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있어 카드 자체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이통사와는 3월초 카드 수수료율 재계약 시점이 돌아오는 만큼 조만간 협상이 마무리되길 기대하고 있다"면서 "아파트관리비 카드의 경우도 9월까지 유예기간이 있는 만큼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현재 각 카드사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통신요금 자동납부 신청방법 등에 자세히 하는 등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무이자할부의 경우 할부 기능이 탑재된 카드를 사용하거나 카드사가 진행하는 관련 행사에 참여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또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사전 안내가 부족했던 점 때문에 무이자할부 상시 행사를 진행했지만 더 이상의 연장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향후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들은 무이자할부가 가능한 카드를 이용하거나 관련 행사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여전법 개정으로 소비자들은 이미 한차례 카드 부가서비스를 축소 당한 상태인데 대형가맹점도 협상력을 제고하기 위해 소비자 서비스 축소를 방법으로 들고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 대표는 "금융당국은 카드 소비자로 모든 화살을 돌리는 현 상황을 용인하지 말고 카드사에 가이드라인 제시 등을 제시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