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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우량 中企 편애 현상, 대안은 정책금융 선별육성?

풀리지 않은 자금줄, 회사채·은행대출 모두 개편 절실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2.06 15: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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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기업 자금 조달 경로 경색이 쉽사리 풀리지 않고 있다. 신용등급이 양호한 일부 대기업은 싱가포르 자본시장으로 눈길을 돌리는 등 새 유행을 창조해 가며 상황을 즐기고 있지만 이런 경우는 극소수다.

대부분의 기업 특히 중소기업들은 자금줄이 마른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회사채를 통한 조달 방식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물론 은행권 대출도 양극화 경향이 심화되는 등 활로를 모색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

이런 경색 상황은 자금 공급자인 은행의 태도, 수요자인 기업의 신용리스크 및 은행의 대출형태에 영향을 미치는 정부의 건전성 규제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고 설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자금 조달을 위한 선별성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신용평가정보의 관리법 변경, 정책 변화 등이 진행돼야 할 필요가 함께 제기되고 있다.

회사채 시장, 은행 대출 모두 '부익부 빈익빈'

회사채시장은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 기관들의 신규 자금 등의 요인으로 어려움이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으나 여전히 경색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6일 '비우량 회사채시장에 대한 정책방향'이라는 제목의 현안분석에서 올해 중 회사채 36조4000억원 규모의 만기도래가 예정돼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일부 기업과 업종에 대한 경색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만기도래액 중 위험 업종으로 거론되는 건설·해운·조선업 부문의 회사채 규모가 약 8조4000억원으로 추정되고 A등급 이하 채권 규모도 16조2000억원 이상으로 파악된다는 것이다.

은행의 대출 지원 역시 중소기업간에도 양극화 상황이 빚어진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은행권은 중소기업 대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일부 우량업체에 쏠리고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으며 그 반사효과로 객관적 지표가 마련되지 않은 중소기업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최근 은행권에서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하고 있지만, 중소기업 77.5%가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1월말 나온 중소기업중앙회의 '설자금 수요조사' 결과에서 중소기업의 50.2%는 자금 사정이 곤란하다고 답했고 지원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이유로 △중소기업 지원 실제 집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거나(57.7%) △우량 중소기업에 혜택이 집중되어 일반 중소기업에는 해당이 없다(33.3%)고 느끼는 등 실질적으로 지원폭을 넓히는 방안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을 분석해 봐도 이런 쏠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금리가 4% 미만인 여신의 비중은 6.1%였지만 지난해 12월에는 10.5%로 4.4%포인트나 증가했다. 32%였던 4~5% 구간의 대출 비율도 같은 기간 40.2%로 늘었다.

이 중간인 지난해 10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하향조정(3.0%→2.75%)하기는 했지만, 이미 중기대출 금리가 낮아진 상황에서 몇 달새 이 같은 흐름이 조성된 점은 시사점이 크다. 즉 이렇게 좋은 조건의 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난 것은 우량 중소기업으로 중기대출이 집중되고 있는 까닭이라고 분석된다.

지표 관리, 심사 스킬 강화에 제도적 변화 필요 높아

이런 상황에서 우선 회사채쪽으로는 시장의 불신을 제거해야 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6일 보고서에서 KDI는 "최근 회사채시장의 우려는 취약업종 내 기업의 재무건전성 악화와 신용등급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결국 회사채 신용등급 변경이 제때 이뤄지도록 평가하는 제도를 개선해야 할 필요가 주문된다고 할 수 있다.

은행들의 경우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고, 선별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최근 외환은행은 윤용로 행장이 '2013년 상반기 부점장 영업전략회의' 자리에서 연말까지 중소기업 대출을 3조원 늘리겠다고 밝히고 나섰다.

이것이 전체적인 총량을 늘리는 방안이라면, 중소기업에 대한 평가를 더 정밀히 하는 안을 추진하는 경우도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10월 말부터 신용보증기금과 '기업가치 및 기업정보 공유를 통한 중소기업 금융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이것은 완전한 방안이 되지 못한다.

우선 유동성을 지원해 줘도 실효성이 적을 영역은 도려내는 동시에, 중소기업 같은 경우도 역할 분담 등으로 효율성을 제고할 필요가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제도적으로 자금의 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현행 시스템 손질을 통해 새 자금 흐름을 끌어들이는 방안도 주목받고 있다.

우선 강동수 KDI 연구위원은 "건설·해운·조선업 내 부실 우려 기업에 유동성 지원보다는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정책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 중소기업 대출이 우량과 일반간의 양극화 경향으로 흐르는 점은 정책금융의 역할을 키워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월 말 열린 '중소기업 발전을 위한 새로운 정책방향과 금융의 역할' 세미나에서 구본성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기 경쟁력 제고를 위해 중기금융의 역할을 민간·정책자금간에 적절한 역할을 분담케 하자는 안을 내놨다.

같은 자리에서 이동주 IBK경제연구소장은 "중소기업이 영위하는 사업은 대기업보다 다양하다”며 “최근 맞춤형 중기금융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우량기업을 선별해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가능성 중기 발굴해서 정책금융에 맡겨라?

이런 여러 아이디어를 종합하면, 중소기업 중 우량업체를 선별해 시중은행에 맡기고, 사각지대로 밀릴 수 있는 부분 중 다시 선별을 해 정책금융에서 키우는(인큐베이팅) 이원화 구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구정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 이달 3일 '중소기업 자금조달시장에서 정책금융의 역할과 향후과제'라는 논문을 통해 내놓은 안이 위의 의견들을 모두 절충한 것과 유사한 구조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구 연구위원은 논문을 통해 "정책금융기관이 신용도는 낮지만 성장가능성이 있는 중소기업을 발굴해 지원하는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성장가능성이 있는 초기기업에 집중 지원하고 성장단계에 맞추어 축소하는 방법을 통해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기업들의 자금 조달줄 중 하나였던 김치본드를 지난 2010년부터 크게 규제한 점을 푸는 안, 하이일드펀드에 대한 세제혜택 등 정책적 유연성 역시 현재 필요한 게 아니냐는 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