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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박종수 취임 1년' 금투협이 다시 보이는 이유

구조조정 성공 마무리, NCR 규제완화·자율규제 사수 소신발언 주목

이수영 기자 기자  2013.02.06 14: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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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이 6일 취임 1주년을 맞았다. 국내 금융투자업계 즉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선물사 총 281개(2011년 기준)의 회원사를 거느린 거대조직 수장으로서 그의 1년 간 행보는 나름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지난해 2월 협회 노조 등 업계 일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기 협회장으로 선출된 그는 "지난 1년은 업계와 소통을 위한 시간이었다"고 자평했다.

5일 출입기자들과 취임 기념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박 회장이 꼽은 최우선 핵심과제는 규제 완화를 통한 업계의 자율성 확보였다. 전임 황건호 회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업계 입장에 무게 중심을 둔 그의 철학이 일부 드러난 대목이다.

특히 증권사의 재무건전성 지표인 NCR(영업용순자본비율) 규제와 관해서는 "증권사와 운용사 모두에서 건의를 받았다"며 "은행에 비해 규제가 과도한 면에 대해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늦어도 하반기에는 변화된 부분이 실현되도록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NCR은 증권사의 유동성자기자본(영업용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눈 비율로 은행 BIS 비율과 비슷한 개념이다. 수치가 높을수록 유동성이 풍부해 안정적인 회사로 볼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소 150% 이상을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장외파생영업 인가 및 유지를 위한 필수조건은 200% 이상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금융투자업계의 평균 NCCR 비율은 485.95로 권고 기준을 3배 이상 충족하고 있다. 하지만 당국은 최근 NCR 비율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 바 있다.

박 회장은 당국의 주문에 대해 "증권사들의 능력 부족은 아니다"라고 변호했다. 정부가 투자를 위한 환경을 제대로 만들어주지 못한 상황에서 증권사들이 투자할 곳을 못 찾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 특히 기관투자자, 그중에서도 입김 센 국민연금이 지나치게 높은 NCR 비율을 요구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당국 기준이 150% 이상인데 국민연금은 400%를 요구한다"며 "말도 안 되게 높은 벽을 세워놓았는데도 정부는 가만히 보고만 있다"고 꼬집었다.

한 발 더 나아가 "항상 정부가 시장을 보는 시각이 문제"라며 "시장에 나쁜 놈들이 많다고 하는데 정말 나쁜 놈이 많은지는 생각해 봐야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자본시장의 근간은 자율성"이라고 강조한 박 회장은 그간 민감한 이슈에 대해 업계 수장다운 시원스런 화법을 구사해 왔다. 이런 과정에서 당국과의 불협화음을 일부 피할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취임 첫 1년을 업계와의 '소통'에 쏟아 부은 박 회장의 남은 임기가 금융당국과의 협력 강화에 쏟아 부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초 협회장 선거 당시 노조는 "어용 협회장 당선 저지"를 이유로 박 회장을 비롯한 후보 3명을 부적합 후보자로 낙인찍었었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는 취임 이후 조금씩 잦아들었다.

오히려 박 회장은 금융위원회의 일방적인 금투협 이전 추진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과 코넥스(제3시장) 개설과 관련해서는 꾸준히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지난 9월에는 협회 창설 이래 첫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업계의 신망도 두터워졌다.

반면 금융위로 대표되는 당국과는 유독 잡음이 잦았다. 금투협은 지난해 3월 협회 이전을 둘러싸고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박 회장은 당시 금융위의 협회 내 이전에 대해 "협회 건물은 상업용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공공기관이 쓰기에는 편리하지 않다"며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이후에는 협회 노조가 김석동 금융위원장을 강하게 성토하며 시위를 벌이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반대 여론에 밀린 금융위는 지난해 10월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로 이전하며 여의도 잔류가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박 회장은 고교 후배인 김 위원장에게 '호출굴욕'을 당했고 금융위에 파견됐던 협회 직원이 석연찮은 이유로 복귀하는 소동도 있었다.

업계에서는 '갑'의 위치인 금융위가 박 회장과 금투협을 길들이려 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지난해 말에는 금융위가 협회 내 자율규제본부를 금감원으로 이전하는 안을 추진한다는 설이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금융위와 금투협의 갈등이 자율규제 역할 이전으로 재점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자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일단 박 회장은 이날 오찬에서 직접 자율규제본부 이전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관련 질문을 받고 "그런 것 없다. 금융위 쪽에서 (나온)아이디어인데 문제의 본질은 자율규제를 통해 시장을 공정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자율규제를 민간이 아닌 정부 조직에 넘길 경우 비대화만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감독당국이 협회의 고유 권한인 자율규제까지 가져가겠다고 나선 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셈이다. 그러나 이후 기자들에게 발송된 응답지 전문에는 '금융위 쪽에서 (나온)아이디어인데'라는 부분이 삭제됐다.

   
 
협회 측은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라고 했지만 그간 정면 돌파를 고수했던 박 회장이 임기 2년차를 맞아 요령껏 속도조절에 나섰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임기의 1/3을 채운 박 회장은 올해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할 일이 많아졌다. 지난해까지는 협회 구조조정을 비롯한 조직 장악과 업계 대부(代父)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올해는 이해관계가 얽힌 금융위를 비롯한 당국과 손발을 맞춰야 하는 입장이다. '박종수 리더십'의 본격적인 시험무대는 이제 막 시작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