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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매경vs한경 '병림픽' 비판에도 갈데까지 갈까?

매경 회장 비난 기사에 보복성 보도?…독자 "똑같은 X들" 핀잔

이수영 기자 기자  2013.02.05 14:5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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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개싸움이 따로 없네." 국내 대표적인 경제 매체인 '매일경제'(이하 매경)와 '한국경제'(이하 한경)의 이전투구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서로에게 불리한 폭로성, 고발성 기사를 국수집 면발 뽑아내듯 하더니 이제는 법적대응 카드까지 운운하는 모양입니다.

   
두 매체의 신경전을 불러온 '한국경제' 1일자 4면 보도와 이튿날 '매일경제'가 게재한 한경TV 전 PD의 구속사건 기사, 5일 '한국경제' 1면에 실린 매일경제 비난 기사.(왼쪽부터) ⓒ해당 매체 캡처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질까' 두려운 말단 기자들이야 숨죽이는 모양새지만, 출입처에서 마주치는 타 매체 기자들의 입방아에 빠지지 않는 소재가 됐으니 안쓰럽기도 하네요.

일부 언론보도를 통해서는 이번 소동이 지난 2일 매경 1면 톱에 개제된 '자본시장 독버섯 고발한다' 기사가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이에 앞서 좀 더 민감한 이슈에 한경이 속칭 '선빵'을 날린 게 시작이라는 게 더 정확한 얘기입니다.

지난 1일 한경은 김용준 총리지명자가 닷새 만에 자진 사퇴한 것을 보도하면서 과거 김대중 정부 시절 총리서리로 임명됐으나 낙마한 장대환 매일경제 회장을 실명 거론했습니다.

기사 본문에는 '장대환 매일경제신문 회장도 세금 탈루, 업무상 배임 및 횡령,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학력위조 등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했다'(한국경제 2월1일자 4면)고 적었으며 장상, 김태호, 박은경, 신재민 등 당시 청문회 낙마 인사들과 함께 사진을 실었습니다.

오너 얼굴에 먹칠을 하게 된 매경은 이튿날 전쟁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1면 대부분과 7면을 통째로 할애해 한국경제TV 전(前) PD가 거액의 주가조작 사건에 휘말려 구속된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지요.

제목부터 화려합니다. '자본시장 독버섯', '주가조작 놀이터'라는 문구와 함께 한국경제TV가 공개적으로 언급됐고 이미지에는 방송 프로그램 화면까지 고스란히 실렸습니다. 일반 독자 입장에서는 한경TV가 주가조작의 온상인 몹쓸 방송이 된 셈입니다.

업계에 퍼진 소문에 따르면 한경 측은 기사가 나간 직후 매경에 연락해 "너무한 것 아니냐"며 항의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매경 측에서 "김용준 총리후보자 사퇴 언급하면서 장 회장 사진을 박을 필요가 있었냐"고 반박했다는 후문입니다. 이번 싸움의 원인을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꿀 같은 주말을 앞두고 한 방 제대로 맞은 한경은 주말 내내 이를 갈았던 모양입니다. 곧장 특별취재팀이 꾸려졌고 5일 1면 톱에는 무려 '폭주언론 매일경제를 고발한다'는 컷제가 달렸습니다. 매경을 '언론을 빙자한 거악(巨惡)'으로 지칭하는가 하면 본문에 '일탈' '파행' '횡포' 등 살벌한 단어가 연이어 등장합니다. 나아가 특별취재팀은 관련 기사를 시리즈로 엮어 끝장을 보겠다는 기세지요.

그런데 한경의 '한 방'이 아직은 약한 모양입니다. 이미 종합편성채널 출범 과정에서 한 번씩 지적됐던 문제들을 총정리 한 수준의 리포트라서 업계 반응이 영 썰렁한 탓입니다.

역시 들리는 바에 따르면 특별취재팀 정예요원(?)들이 매경의 '숨통을 쥐고 흔들만한' 소스를 여러 건 확보했다고 하는데요. 이미 매경 측이 예정됐던 반박보도를 보류하는 등 한 발 물러선 바람에 다소 애매해진 상황이라는군요.

   
'매일경제'와  '한국경제'의 신경전을 접한 누리꾼들이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린 댓글들.

좀처럼 볼 수 없는 동종업계 간 이전투구에 신이 난 것은 구경꾼들입니다. 그런데 기자들은 둘째 치고 일반 독자들의 시선은 유독 싸늘하네요. 소식을 접한 독자들은 '똑같은 것들끼리 볼썽사납다' '이것이 병림픽(병신올림픽)' 등등 막말도 쏟아졌습니다.

아무래도 광고주와 대주주 입김에 따라 논조가 오락가락하지 않았느냐는 편견 때문일 겁니다. 죽어라 물어뜯는 두 매체가 서로 '건강한 자본시장 수호'를 외치는 모순적인 상황도 비웃음을 사기에 충분하고요.

재밌는 싸움 구경은 이제 할 만큼 했으니 이젠 제대로 된 '진짜' 기사를 보고 싶다고, 독자들은 외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