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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설마 유리벽 하나 아까워 그랬을까?

'커피+자동차' 융합 전시장 이런 점 아쉬워… '르노삼성+엔제리너스' 발상 전환 배워야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2.05 08:5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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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어렵게 운전면허를 따고 본격적으로 자동차에 꽂힌 A양. 근래 A양은 여러 자동차 전시장을 돌아다니며 차를 구경하고 있다. 특히 커피전문점과 전시장이 결합돼 있는 등 특색있는 매장들도 있어 지루할 새가 없다. 그런데 같은 찻집 안 자동차 전시장이라도 어느 자동차메이커는 복닥복닥 노천카페처럼 꾸미고, 어느 회사에서는 투명한 유리벽으로 구분을 짓는 등 차이가 있다. 왜 이런 차이가 있을까, 또 굳이 맞고 틀린 점을 따질 수 있는 걸까? A양은 궁금증이 생겼다.

현대자동차의 테마 전시장 전략이 눈길을 끌고 있다. 새로운 개념의 자동차 전시장을 선보이면서 고객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서는 계기로 살리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 테마 전시장은 기존 전시장에 특정 테마 브랜드가 입점한 형태로 구성된다. 여의도 금융권 한가운데 자리한 여의도 국제금융센터 인근에서는 커피빈, 서초와 분당에서는 꽃꽂이 브랜드와 손을 잡았다. 그리고 용인 수지와 대전에는 '로보카 폴리' 캐릭터숍이 들어서 있다. 유동 인구의 규모와 상권의 특징에 맞춰 적당한 업종을 결합하는 셈이다.

일례로 대전의 경우 아동층 자녀를 둔 30~40대 고객이 많은 지역이라는 점에서 인기 애니메이션 로보카 폴리와 연계해 아이와 함께 찾을 수 있는 전시장을 만든 것으로 풀이된다. 유동 인구가 많은 금융권 한복판인 여의도에는 커피점과 전시장을 결합시켜 차(茶)를 마시고 사람을 만나러 왔다가 자연스럽게 차(車) 구경까지 할 수 있게 했다.

숍-인-숍 기법: 노천카페에서 자동차 구경 기분은 장점

이 같은 현대차 마케팅의 성공은 숍-인-숍(Shop-in-Shop) 전략이라는 관점에서도 풀이해 볼 수 있다. KT와 기업은행이 숍-인-숍으로 제휴한 사례가 있고, 이마트 매장에 들른 김에 하나은행 업무를 볼 수 있게 한 경우도 이 같은 예다.

하지만 이런 기존 사례들이 금융권이나 IT 등 경박단소한 물품을 취급하는 경우에 주로 이뤄졌다면 현대차의 경우는 전형적인 중후장대 아이템을 접근이 쉬운 아이템과 결부시킨다는 이질적 요소가 더 두드러진다.

   
커피빈과 결합한 점포로 운영 중인 현대차 여의도 전시장. 1층에 차량을 전시해 커피숍 고객들이 음료를 마시면서 자연스럽게 차를 구경하거나 내부에 앉아볼 수 있게 공간 혼용을 하고 있다.ⓒ현대차
일례로 커피+자동차의 시도를 꼽을 수 있다. 여의도 전시장의 성공에 이어 현대차는 31일, 커피빈과 결합한 사례의 두 번째 작품인 성내테마전시장을 출범시켰다. 

커피빈 결합 형태의 원조격인 현대차 여의도 지점의 경우 애초부터 유럽 노천카페를 모티브로 전시장 디자인과 조명 등을 새롭게 디자인하겠다는 게 현대차의 야심찬 접근 태도였다.

다만 그렇게 당초 잡은 컨셉트에 충실하게 따라가다 보니 실제 여의도 지점의 1층에 들어서면 어디까지가 차를 전시한 공간이고 어디부터가 찻집의 테이블 배치 공간인지, 차를 파는 매대인지 구분이 명확치 않다.

바닥의 색깔로(황토색이냐 갈색이냐로) 차를 팔고 마시기 위한 공간, 자동차를 전시하는 공간으로 구분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구획이 명확한 것도 아니다. 좋게 말하자면, 그야말로 어느 오래된 유럽 도시의 뒷골목 카페처럼 자연스럽게 오가는 차, 생활에 파고들어온 차를 보는 식으로 돼 있다. 
 
이번에 문을 연 성내 테마전시장도 준비 단계에서부터 커피와 함께 신차쇼핑 및 시승까지 즐길 수 있게 한다는 여의도 지점 케이스를 충실히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편 당초 성내 테마전시장의 경우 신차 전시공간과 시승센터, 커피숍이 '각 층별로 들어설 예정'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공간 활용 사례를 보면 찻집과 전시장이 혼재되는 여의도의 사례를 그대로 반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식품위생법 관련 규정 위배 우려?

다만 장점은 여기까지다. 꽃이나 애니메이션 캐릭터와의 결합 등은 문제가 없지만, 커피를 파는 경우 식품위생법의 규율 대상이 된다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다.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지난해 12월17일부터 일부개정 시행 중) 제 36조 등을 종합하면, 일반음식점이나 휴게음식점 등 식품접객업에 적용되는 공통기준에 의해 이들의 영업장은 독립된 건물이거나 식품접객업의 영업허가 또는 영업신고를 한 업종 외의 용도로 사용되는 시설과는 분리돼야 한다.
   
현대차가 최근 성내동에 문을 연 두번째 커피빈과의 결합 형태 전시장에서도 공간 혼용이 이뤄지고 있다. 준비 당시 일각에서는 커피숍과 차량 전시용 공간을 따로 쓰는 게 아니냐는 소리도 있었으나 여의도 전시장 운영 형태를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현대차

간단히 말하면 커피빈 같은 휴게음식점 등은 전혀 생경한 영역인 자동차의 전시 및 판매라는 업체와 분리돼 있어야 한다는 게 된다. 해당 시행규칙의 별표 14를 보면 물론 예외가 일부 있으나, 일반음식점이 식육판매업과 결합돼 있는 경우(일명 정육점식당)나 휴게음식점에서 음반판매업을 하는 경우 등 극히 적은 가능성만 열려 있을 뿐이다.

공연을 하려는 휴게음식점이나 일반음식점이 영업장 안에 객석과 구분되게 무대시설을 하면 된다는 규정을 현대차+커피빈의 경우에 대입하는 것도 적당하지 않다. 공연의 사전적 의미를 전시와 유사하게 확장시켜야 하는데 지나친 확장해석이 아니냐는 우려 의견이 있을 수 있다. 또 만에 하나 이 규정을 원용하더라도, 객석과 구분이 되게 설치라는 부분은 위에서 지적했듯 구분이 모호하다는 점 때문에 다시 문제가 원점으로 돌아간다.

보건복지부나 서울시 관계자 등 관계 공무원들의 설명도 마찬가지다. 서울시 관계자는 휴게음식점 등이 여행대리점이나 자동차 전시장 등과 같이 공간을 쓰는 것은 규정상 불가능하다고 해석했다. 어떻게든 공간을 구획한다든지 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규정 위반이라는 설명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음식을 취급하기 때문에 위생 보장을 위해 마련한 것"이라고 규정 취지를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커피 등을 파는 업소는 휴게영업으로 등록을 하게 돼 있다고 전제하고 "그래서 식품접객업 영업을 할 때는 별도로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혹시 '관행'으로 용인될 일은 아닐까? 이번 경우의 현대차 전시장 사례나 극장 내 커피숍 등 구획이 명확치 않은 상태로 영업하는 경우가 많아 관행으로 굳어진 게 아닌지 의심의 여지가 있어 이 부분도 문의했다. 하지만 "애매한 경우가 많다"면서도 "영업신고가 나가기 때문에 그때 확인을 하고 시정명령 등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칙상으로는 시행규칙의 구분 규정이 맞고 사문화됐다고 볼 것도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자동차 판매장에 방문하는 고객 접객용으로 무료 제공을 하는 경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현대차, 이 논란 수습 노력했지만

그럼 이렇게 양사 간 복합점포에서 불거지는 점은 커피빈의 문제 혹은 현대차와 커피빈의 공동 문제일까. 오히려 식품위생법규에 가장 먼저 접하고 있는 커피빈측보다는 현대차의 책임이 더 크다고 할 여지도 있다.

결합 테마 전시장이 위치한 건물 특성을 보면 현대차의 소유이거나(성내 테마전시장이 위치한 서울 강북구 성내동 192-3 건물은 1997년 이래 현대차의 소유)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건물(여의도 지점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24-1 건물은 등기부상 현대차가 거액의 근저당권 설정)을 공유하는 경우다.

특히 성내동 같은 경우에는 건물 소유권자로서 자동차측과 커피점의 구획을 명확하게 짓되, 구조나 연결 통로 등을 만드는 정도의 절충적인 모델을 구사할 재량이 100% 현대차측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다른 선택지를 충분히 갖고 있는 건물주 입장에서(단순히 자신도 빌린 건물 공간을 다시 전대하는 등으로 끌어들여 실상 대등한 협업 관계로 일을 함께 하는 것이 아니고) 자기 목적을 위해 행정법규 저촉 우려가 있는 점을 간과하거나 무시하고 자기 건물에 세입자를 끌어들인, 이기적 목적 추구를 극대화한 것이 된다.

다만 현대차로서도 나름대로 문제의 소지를 제거하려는 노력은 했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커피숍과 자동차 전시장의 결합 모델 1호인 여의도 전시장의 경우에 대해 일차적으로 "영등포 구청에서 시정명령을 내렸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커피빈 영업시간에는 차 이동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이 차들은 키가 없고 순전히 전시용이라는 조건으로 (허가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구청의 조건에는 "커피숍 영업시간 내에는 (전시용) 차를 이동시키지 않는 조건이 포함되며, 그러므로 무리가 없다"는 것이 현대차의 설명이다.

르노삼성차는 꼼꼼히 발상 전환… 유리벽 하나만 넣어도

이런 점에서 유사하게 자동차+커피를 융합 매장으로 만든 엔제리너스커피와 르노삼성차 간 콜라보레이션(협업) 사례는 현대차의 이 같은 한계를 작은 발상 전환으로 뛰어넘은 사례라 대조된다.
   
르노삼성차도 엔제리너스커피와 손을 잡고 콜라보레이션 형식의 결합 점포를 열었다. 다만 르노삼성차는 유리벽을 설치함으로써, 눈으로 차를 구경하는 데 시장이 없게 하면서도 커피숍과의 공간 구분을 가능하게 하는 묘수를 뒀다. .ⓒ르노삼성차

즉 삼성+엔제리너스는 커피점에 자동차를 전시하면서도, 투명한 벽으로 구획을 분명하게 지음으로써 식품위생의 관련 법규 위반 논란을 가볍게 제치는 묘수를 둔 것.

결국 테마전시장이라는 시도 일반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과는 별개로, 식품 등 특수한 영역에서는 개별적인 접근과 검토에 미비점을 모두 챙기지 못한 점 또 자동차시장 부동의 1위 업체이면서도 경쟁업체보다 유연하고 치밀한 접근을 이루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이런 부분에서 현대차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