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중략)…
하루에 현미 네 홉과 된장국에 야채 조금을 먹고
…(중략)…
동쪽에 병든 아이가 있으면 간호해 주고
서쪽에 지친 어머니가 있으면 볏단을 옮겨주고
남쪽에 죽어가는 사람이 있으면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북쪽에 싸움이나 소송이 있으면 부질없으니 그만두라 말하고
…(중략)…
칭찬도 받지 않고 걱정도 끼치지 않는
그런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미야자와 겐지, '비에도 지지 않고 중' 일부)
최근 국내 개봉한 애니메이션 '부도리의 꿈'에도 인용돼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 시는 미야자와 겐지가 자비를 들여 출판한 시집에 있는 작품이었다고 한다. 애니메이션에서는 고양이 마을이 평화롭던 시기에 여선생님이 학생 고양이들에게 읊어주면서 소개되고, 나중에 일종의 공직자가 된 주인공 부도리가 대위기 국면에 살신성인을 결심하면서 또 한 번 반복된다.
이 시는 사람답게 사는 게 어떤 모습인지에 대해 잘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은인자중, 혼자 세상을 사는 사람 같지만 동서남북 모든 일에 참견을 하는 사람을 시적화자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우리 같이 자원도 없고 무역으로 먹고 사는, 소규모 개방경제에서는 사상 최고의 이기주의자였다는 중국의 '양자'처럼 남에게 줄 것도 받을 것도 없이 완전한 이기적으로 살 수는 없다.
일본의 양적 완화 정책에 이어 중국도 환율전쟁 방아쇠를 당긴 상황이다. 로이터 통신은 1일(현지시간) 위안화 약세를 놓고 인민은행이 최근 아시아 국가들의 자국 통화 절하경쟁을 의식,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했다는 풀이를 내놨다.
이렇게 사방에서 우선 나부터 살자며 환율전쟁에 나서는 상황에, 옳은 소리를 늘어놓아 봐야 제대로 위세가 서지를 않는다. 또 아예 환율전쟁 움직임에 불만을 표하는 국가들에 대해서도 자국 이기주의의 또다른 발로라며 도매금 취급을 하는 시각도 있다.
결론은 명확하다. 남들은 환율전쟁을 유력 카드로 생각하는 마당에 아무런 힘없이 고담준론만 펼쳐봐야 공염불이라는 것이다. 사방에 다니며 군자 노릇을 하려 해도 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만국공법(국제법) 책이 아무리 많아도 대포 하나만 못 하다"던 제국주의시대의 냉엄한 현실이 작금에 되풀이되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 북한까지 불안한 흐름을 조성하고 있다. 우리와 미국도 이에 정면으로 대응, 함께 대잠훈련에 돌입하는 등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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