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1. 현대자동차가 원화값 때문에 수익성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달 24일 실적발표에서 현대차는 지난해 매출액 84조4697억원, 영업이익 8조436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09년부터 4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가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것이지만, 환율 문제로 상승 흐름이 꺾인게 아니냐는 우려를 사고 있다.
#2. 영국 저명 경제지인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빅맥지수(The Big Mac Index: 세계에서 두루 팔리는 인기 햄버거인 빅맥의 현지가격을 기준으로 각국 화폐의 가치 평가 상황을 역산해 내는 것)를 근거로 주요 국가들의 적정환율을 산정한 결과를 언급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1월초 원·달러 환율(1085.48원)을 기준으로 할 때 우리나라의 평균 빅맥 가격은 3.41달러(3700원)로 미국의 평균 빅맥 가격 4.37달러보다 22%나 낮았다고 한다(원화가 저평가 상황이라는 뜻).
햄버거와 자동차가 말하는 한국 경제는 이렇다.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엔화 대방출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일명 '인근 궁핍화 피해'를 정면으로 입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런 환율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앞으로 어떻게 정책을 갖고 가야 할까?
적어도 해외투자 분야에 있어서는 적극적 투자의 물꼬를 터 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햄버거 曰 "원화는 저평가: 한국 환율전쟁 국면서 더 고생해라?"
이런 주장은 토빈세 토입 추진 등 들어오는 자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쪽에 시선이 우선 쏠리는 상황에서는 일견 부차적인 것으로 치부될 여지도 없지 않다. 예를 들어 채권거래세를 강화하는 카드를 꺼내면, 채권거래 시 거래대금에 일정 세율을 부과하는 제도다. 거래비용 증가, 기대수익 감소로 해외 채권투자자금의 유입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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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노믹스의 일환으로 일본 엔화 풀기가 진행 중인 가운데, 우리 기업의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직도 우리 원화가 저평가됐다는 풀이까지 나오고 있어 문제가 더 크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해외투자를 활성화해 환율의 방어책으로 쓰자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임혜현 기자 |
하지만 지난달 말 김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해외자본 유출입 변동성 확대, 이대로 괜찮은가' 세미나에서 "공공 및 민간의 해외투자 활성화를 통해 외환수급을 시장에서 조절하는 방법도 있다"며 우리가 가진 돈을 해외로 내보내는 방안도 있음을 지적했다. 즉 "국민연금과 외환보유액 등 공적기금의 해외투자나 세제혜택, 투자상품 개발 등을 통한 민간의 안정적인 장기해외투자 확대를 유도도 가능하다"라는 조언이다.
◆증권사도 가능성에 주목…중국펀드 손실 본 사람들 연말 철수 대신 새로 나갈 돈은?
김효진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도 1일 최근 논의는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향후 해외투자 활성화를 위한 방안이 시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여러 조언이 해외로 투자할 길을 열어주자는 쪽으로 나오는 점은, 현재 우리 돈이 여전히 저평가돼 있고(위에서 언급한 빅맥지수 분석 결과), 원고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1월27일 한국경제연구원 '신환율전쟁: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에서 여러 선택지를 갖고 모두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그렇지만 현재 밖으로 투자를 하는 것은 길의 폭이 넓지 않다. 2007년 펀드 활성화 차원에서 도입한 해외펀드 비과세 혜택은 2010년 1월부터 사라졌기 때문이다.
다만 2008년 국제적으로 불어닥친 금융위기 여파로 큰 손실을 본 사람들이 많아 한시적 구제책을 주는 정도다. 당국은 위의 비과세 혜택을 없애면서 해외펀드 비과세 기간 중 발생한 손실과 이후 난 수익을 합산해 세금을 덜어주는 방식(상계)을 부차적으로 도입한 바 있고, 이번 세법 개정 국면에서 다시 연장되는 조치가 진행됐다. 예를 들어 중국펀드에서 손실을 크게 본 사람들이라면 다시 금년 말까지로 비과세 혜택이 연장됐으니 숨을 돌릴 틈이 생기는 것이다.
다만 이 같은 조치가 이미 투자를 한 사람들이 손실을 메우기 위한 시간벌이로 허락받는 상황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현재 비과세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경우는 생계형(?) 투자자들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이들에게 환율을 떠받치는 등 거대 담론의 기대를 거는 것은 가혹하다는 분석이다. 결국 앞으로 돈을 더 해외로 투자할 수 있게 하는 문제는 결국 세제를 다시 적극적으로 활성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는 뜻이 된다.
위와 같이 환율의 전쟁 국면은 이미 시작된 것이고, 당분간 우리를 괴롭힐 수밖에 없어 보인다. 가동 가능한 모든 방어 수단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해외투자 특히 거액 자산가들의 투자 물량이 나갈 물꼬가 돼 줄 수 있는 환노출형 해외주식형펀드의 비과세 추진 등은 관심을 모을 수밖에 없고, 그래서 연초부터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