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사회적기업 탐방 ⑥] 유린보은동산 원광작업장 '꿈의 세탁소'

일과 보람 동시에 가꾸는 '장애인자립 위한 탄탄한 직장'

이지숙 기자 기자  2013.01.31 09:13:10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가끔 사회적기업 제도를 '정부에서 주는 눈먼 돈'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많아요. 하지만 우리와 같은 장애인 직업재활센터는 사회적기업 제도를 통해 크게 성장했고, 이를 통해 함께하게 된 취약계층 분들과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내고 있죠."

사회적기업 '유린보은동산 원광보호작업장'의 조숙자 원장은 사회적기업이란 제도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할 수 있게 돼 서로 상부상조하며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었다고 밝혔다. 매출 또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조 원장은 "사회적기업이란 제도는 잘만 이용하면 엄청난 재정이 될 수 있다"면서 "이 제도가 없었다면 많은 직업재활시설들이 아직도 어려움에서 허덕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적장애인 위해 선택한 세탁업 '승승장구'

지난 29일 찾은 원광보호작업장에서는 쉴 새 없이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1층 작업장은 세탁을 위한 세탁기, 건조기 등 다양한 기계들이 채워져 있었으며 2층에서는 좀 더 정교한 다리미질이 필요한 세탁물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조숙자 원광보호작업장 원장은 "지적장애인들도 사회의 일원으로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무조건 보호해줘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지혜 기자
1991년 유린보은동산 장애인 종합복지관 직업재활부서로 시작한 이곳은 2000년도에 시설로 인가가 난 뒤 2009년 4월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인정받았다 .이후 2011년 12월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아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현재 원광보호작업장에는 세탁사업에 지적장애인과 자폐성장애를 갖고 있는 28명이 배치돼 있으며 이외 20명의 장애인이 임가공 훈련프로그램에 참여 중이다. 또한 2009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으며 13명의 취약계층이 추가로 작업장에 투입됐다.

조 원장은 "예전에는 주로 임가공 사업을 진행했지만 2008년 세탁사업을 하기 위해 국고를 지원받아 필요한 설비를 구축했다"며 "지적장애인만으로는 세탁사업을 이어나가기 힘들지만 13명의 비장애인이 투입돼 교육과 작업을 함께하며 작업속도를 맞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세탁사업을 선택한 이유는 지적장애인들에게 좀 더 많은 월급을 주기 위함이다.

조 원장은 "직업재활시설은 장애인들로 구성돼 있다 보니 고급 사업을 하긴 어렵다"면서 "육체노동을 주로 해야 하는데 많이 선택하는 임가공은 50명이 한달을 매달려도 300만원을 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 원장은 "장애인들의 경우 직업재활시설의 수익이 월급이 되는 만큼 제대로 된 사업 아이템이 필요했고 육체노동이 필요하면서도 기술도 요구되는 세탁업으로 성공한 곳을 발견해 벤치마킹했다"고 말했다.

◆지적장애인, 경제적 독립 시급

물론 처음부터 순조롭게 일이 진행되지는 않았다. 장애인들이 근무하는 회사라는 이유로 일을 맡기기 꺼려하는 업체가 대부분이었고, 주변 이웃들은 장애인의 노동을 착취한다며 신고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들은 그럴수록 더욱 일을 '완벽히' 하고자 노력했다.

그 결과 현재 13군데의 거래처를 갖고 있는 원광보호작업장은 지난해 연매출 5억원까지 달성했다.

   
원광보호작업장 1층 모습. 두 장애인 근로자가 세탁된 빨래를 꺼내고 있다. =한지혜 기자
조 원장은 "보통 세탁공장은 연매출이 7억원 이상 발생한다"면서 "계속 매출이 상승하고는 있지만 노동자들이 장애인, 취약계층이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노동 강도를 더 높일 수 없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장애인이라고 하면 마냥 보호해줘야 한다고 하지만 이들도 자기 능력만큼 일을 해서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장애인 자력갱생을 위한 일자리 창출 각오를 다졌다.

◆'업무량' 보다 '방법' 알려주는 것이 중요

실제로 원광보호작업장에서 일하는 지적장애인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었다.

현재 세탁물 배달 업무를 맡고 있는 지적장애인 김수철씨(27)는 "돈을 벌면서부터 부모님께 용돈도 드리고 있다"면서 "회사 다니는 것이 너무 즐겁고 앞으로 더 많은 돈을 벌고 싶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장애인 친구들이 돈에 대한 개념은 없지만 부모님을 통해 자기통장에 월급이 들어온다는 걸 알고 무척 행복해한다"면서 "또한 비장애인들이 옆에서 지속적으로 업무교육을 하니 라이벌 의식도 생기고 노동력도 크게 향상됐다"고 말했다.

   
다 된 빨래는 건조작업 후 다리미 작업을 거쳐 다시 업체로 보내진다. 조숙자 원장이 근로자들과 함께 건조돼 나오는 빨래를 접고 있다. =한지혜 기자
하지만 초반에는 장애인에 대한 의식 차이로 시행착오도 많았다. 일반인들이 지적장애인들의 업무 적응 기간을 기다려주지 못하고 본인들이 대부분의 일을 맡아 한 것.

조 원장은 "처음에는 그분들도 지적장애인이 일을 해낼 것이라고 믿지 못하고 장애인들에게 일을 시키지 않았다"며 "하지만 우리는 장애인들이 똑바로 갈 수 있게 방향을 잡아주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시키고 훈련을 엄격히 시키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조 원장은 매출을 높이기 위해 세탁 품목을 다양화하고 이를 위한 기계 구입을 준비 중이다. 또한 이를 통해 원광보호작업장이 지적장애인들과 사회적기업 인증으로 함께 하게 된 취약계층에게 탄탄한 직장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년퇴임 전까지 원광보호작업장을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일터로 만들어 주고 싶다"면서 "사회적기업도 지원기간이 끝나 후에도 계속 유지해 참여근로자들과도 계속 함께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