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기자 기자 2013.01.31 08:50:25
[프라임경제] 주식회사 '송지'는 서울시가 선정한 '혁신형 사회적기업'이다. 사회적기업 중에서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기업이다. 송지는 '천 기저귀'를 취급하는 회사다. 듣기만 해도 아련한 추억처럼 떠오르는 천 기저귀. 언젠가부터 종이 기저귀에 밀려 종적을 감춘 듯했던 그 천 기저귀가 사회적기업 송지를 만나 새로운 가치로 거듭나고 있다.
송지가 주목받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친환경 대세에 적극적으로 발맞추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재활용이 가능한 천 기저귀로 깨끗한 환경 만들기에 한몫 하는 모습이 귀감이 되고 있다. 또 피부염, 발진 등 요즘 아이들을 괴롭히는 질병으로부터 예방하는 노력도 아름답다. 뿐만 아니라 고령자 일자리 창출에도 힘을 쏟고 있어 기업의 존재 가치가 빛난다.
◆아이들 위한 아이디어에서 이젠 '사회운동'으로
송지 본사는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에, 공장은 구로구 개봉동에 있다. 취재를 위해 사무실에 들어섰다. 조촐한 분위기지만 열정으로 분주한 모습들이 인상적이다. 황영희 대표를 포함, 5명의 직원들은 고객을 만나고 주문 상담을 하느라 경황이 없었다. 회사가 팽팽 잘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황 대표가 바쁜 일을 끝내고 기자들을 맞았다. 밝은 인상이 건강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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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영 송지 대표가 올해 혁신형 사회적 기업으로 거듭나며 궁극적 목표인 프랜차이즈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병호 기자 |
"천 기저귀를 사용하면 종이기저귀와 달리 아기들의 피부염이나 아토피, 천식, 발진 등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생활에 필요한 아이들의 지각 발달은 물론이고 종이 기저귀의 화학적 성분으로 야기되는 환경문제까지 막을 수도 있지요."
황 대표는 물론, 천 기저귀 이용자들에 따르면, 일회용 종이 기저귀가 빠른 속도로 확산된 가장 큰 이유는 사실, 어른들이 편의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왜곡된 어른들의 편견에서 출발한다.
아이들이 기저귀를 더 오래 사용하고 불쾌감을 덜 느끼도록 하기 위해 화학적 성분을 종이 기저귀에 첨가하는데, 이 화학성분은 대‧소변을 화학적 성분으로 흡수하고 고체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일정한 열이 발생하는데 이 열은 아이들 체내에 영향을 미쳐 정자 생성에 안 좋은 영향을 미쳐 성기능을 저하시키기도 하고, 또 고체화된 배설물이 장기간 아이들의 피부에 닿아 아토피나 발진 등의 피부병을 유발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어른들 편하려고 아이들에게 과거에 없던 고통을 주는 것이다.
◆형광증백제 제품 등장하면서…
친환경 천 기저귀 사업은 좋은 취지와 뜻으로 시작된 사업이지만 산 넘어 산, 수차례 고난과 역경을 맞았다. 특히 2000년대 후반 형광증백제가 이슈화되면서 천 기저귀를 찾는 사람들은 현저히 줄었고, 명맥을 유지하던 천 기저귀 업체들마저 속속 무너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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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 본사에서는 한 켠에 내방공객들을 위한 친환경 샘플 기저귀와 세제들을 배치해 두고 있다. =김병호 기자 |
"우리의 최대 장점은 친환경 그리고 '아이 사랑'입니다. 최고의 친환경 세제를 사용하고 있고, 청결에 만전을 기합니다. 우리의 존재 이유죠."
황 대표는 천 기저귀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설명하는 내내 직접 사용하고 있는 천 기저귀를 손에서 놓질 않았다.
황 대표에 따르면, 대개의 경우 천 기저귀라고 하면 주로 하얀 광목천을 연상하지만 누런 황토색을 띈 천 기저귀도 있다. 색깔을 보고 의아한 눈빛을 보내는 이도 있다 하는데, 청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예전엔 주로 흰 천을 사용했는데, 시간이 지나다 보면 아기 대·소변으로 인해 기저귀 색이 변하는 것은 당연한 일. 이 색바램을 잡아주려면 불가피하게 형광증백제를 써야 하는데, 이 화학제품을 쓰지 않으려면 차라리 황토색 천을 쓰는 게 낫다는 주장이다. 변색 현상은 청결과 상관이 없지만 시각상 불결하게 보일 수도 있기 때문에 황토색을 쓴다는 얘기다.
◆혁신형 사회적 기업, 이젠 프랜차이즈로 거듭 나
서울 개봉동 공장의 세탁 과정은 매우 까다롭게 진행된다. 수거해온 세탁물은 배설물 확인을 거친 후 애벌세탁 단계로 들어간다. 그 다음 본세탁, 헹굼세탁, 고온스팀 등의 순서를 차례차례 거친다. 그리고는 식물성 항균물질을 이용한 마지막 청결 과정 후 다시 새로운 기저귀로 태어난다.
공장의 한 직원이 한 마디 거들었다.
"세탁에 사용되는 세제 또한 친환경 세제입니다. 주로 야자수 등의 식물성 원료에서 추출한 세제를 쓰고 있는데요, 좀 더 나은 세제를 찾기 위해 다른 나라의 제품까지 연구해 보고 사용을 검토합니다. 여러분들 상상하시는 것 그 이상으로 친환경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부모 입장에서 아기들 건강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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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동 송지 세탁장에서 직원들이 세탁공정을 진행하는 모습. ⓒ송지 |
일반적 사회적기업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혁신형 사회적기업은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할 혁신적인 사업 모델을 제시한 기업을 일컫는다. 서울시의 '혁신형 사회적기업' 선정 기준은 복지 도시, 경제 도시, 문화 도시, 안전 지속 가능한 도시, 시민이 주인 되는 도시 등의 서울시가 정한 5대 전략 분야에 해결 대안과 솔루션을 제시했느냐는 것. 송지는 혁신형 사회적기업에 선정됨으로써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셈이다.
송지에 따르면, 현재 이곳에서 근무 중인 직원의 평균연령은 50~58세. 55세 이상의 고령자(취약계층 분류)들의 일손이 많이 움직이고 있다. 배송팀 또한 취약계층이 맡고 있다.
송지는 이처럼 아이들의 건강을 앞서 챙기고,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지만 앞길이 평탄한 것은 결코 아니다. 까다로운 국내의 '부모 고객'들을 상대해야 하고, 또 고령 인력들로 업체 간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송지는 나름의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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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장안의 포장실 모습. ⓒ송지 |
황 대표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직원들이 취약계층 고령의 인력들이 많은데, 이들의 밝은 얼굴엔 우리 송지를 대기업 못지않은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열정이 있습니다. 최소한의 인력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이룰 수 있도록 시스템이 체계화돼 있고, 직원 하나하나가 자기 회사라는 생각으로 의견을 내고 능률을 높여 가족 같은 분위기로 기쁘게 일하고 있습니다. 기업 운영에 있어 이것보다 더 희망적인 게 또 있을까요?"
황 대표는 올해 중 천 기저귀 사업을 프랜차이즈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한 아이당 평균 5000개에서 6000개의 종이 기저귀를 사용하는데, 우리나라 아이들 수를 감안하면 종이 기저귀 사용으로 인해 연간 10억그루의 나무가 쓰인다는 추산이 가능하다.
또 썩어 없어질 때까지 보통 100년에서 150년 정도가 걸리는 종이 기저귀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황 대표는 이 일에 계속 매달릴 생각이다.
"프랜차이즈를 생각하는 1차적인 목적은 수익 극대화를 위한 게 아닙니다.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또 아이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물려주고픈 마음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