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유독 추웠던 어느 날 퇴근길. 집 근처 전철역에 내려 집으로 종종걸음을 치다가 흠칫, 눈을 의심했습니다. 전철 선로가 인접한 방음벽 사이사이와 전봇대마다 달라붙은 샛노란 전단지 때문이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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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 3만5000원. 노래방 손님들을 대상으로 자존심과 웃음을 팔아 받는 돈이라면 지나치게 싸지요. 그러나 일단 작년 최저시급이 4580원이었고 올해 4860원으로 6.1% 오른 것에 비하면 7배나 많으니 철없는 어린친구들 또는 사정 급한 주부들은 혹 할만합니다.
500미터 근방에 초등학교와 중학교, 아파트 단지가 즐비하고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왕래하는 전철역 바로 앞에 대차게 광고지를 내붙인 패기가 대단합니다. 또 정말 이렇게 공개 구인을 할 만큼 일거리가 정말 많을까라는 호기심이 들더군요.
다음날 전단지에 찍힌 번호로 직접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굵직한 남자 목소리더군요. 광고지 보고 전화했다하니 대뜸 "몇 살이냐"고 묻습니다. 작년에 서른 줄에 들어선 기자가 실제 나이를 이실직고하자 속사포 같은 취업 컨설팅(?)과 함께 "얼굴 한 번 보자"고 합니다.
시급으로 일당을 챙겨주지만 오래 일할 것 같으면 월급제도 가능하다며 '월수 300 이상'을 부르짖는데 '노래방 도우미'만 아니면 넘어갈 뻔 했습니다.
속칭 '노래방 보도'(도우미 공급책)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겠지만 어쨌든 제가 사는 곳 인근 노래방은 대부분 도우미를 고용하고 손님들의 수요가 만만치 않다는 짐작이 가능했습니다. 어쩐지, 밤에 역 근처 산책할 때마다 승합차가 즐비하고 초미니 입은 언니들이 줄줄이 내리기에 뭔가 했지요. 씁쓸한 마음에 다시 한 번 이사를 고민합니다.
한편 정말 불황에도 불구하고 유흥가에 사람들이 몰리는 지 여부를 알아볼까요? 실제 경찰청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9월 기준 전국의 풍속영업소(룸살롱, 단란주점, 노래방 등)는 19만2108개로 2년 전인 2010년보다 1만1357개(6.3%)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노래방은 풍속업소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같은 기간 4만8476개가 영업 중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2년 만에 3600여개가 증가한 것이죠.
이들 업소가 저지른 불법 적발 건수도 적지 않았습니다. 노래방이 술을 팔거나 도우미를 고용하는 등 불법영업을 한 혐의로 단속된 게 3만1144건으로 가장 많았고 유흥주점의 변태영업 등 불법행위 건수도 5600건이 넘더군요.
수요 없는 공급 없다지만 스쿨존과 주택가까지 파고든 유흥가 구인전단지는 정말 꼴불견이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