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경 기자 기자 2013.01.30 10:06:13
[프라임경제] 한파가 한풀 꺾여 비교적 포근했던 29일 서울을 출발, 1시간30분여 달려 충북 음성에 도착했다. 음성은 중부고속도로 개통 후 수도권 접근이 용이한 지리적 요건을 앞세워 대표적인 공업지역으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식품, 제약, 화학, 물류 등 산업종류를 막론하고 수많은 공장이 포진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국내 최초의 로스팅 공장인 '던킨 로스팅센터'도 이곳에 자리 잡고 있다.
중부고속도로 길목 아래 위치한 던킨 로스팅센터는 비알코리아가 던킨도너츠의 커피부문 강화를 위해 지난 2009년 3월 설립했다. 로스팅 공장으로는 국내 최초이자, 던킨도너츠 본사가 위치한 미국을 제외하고 유일한 해외 로스팅 공장이다. 던킨도너츠는 국내 진출 20주년, 커피사업 본격 전개 10주년을 맞아 던킨 로스팅센터를 공개했다.
던킨 로스팅센터 첫 인상은 '단조롭다' 한마디로 표현된다. 군더더기 없이 옅은 회색 외관은 던킨도너츠 로고가 없었다면 여타 공장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다.
내부를 살피기 위해서는 우선 여러 단계의 소독과정을 거쳐야한다. 방진복(위생복)에 위생모와 덧신을 갖추고 손세척·소독, 에어워시 기계를 통과해야만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 공장하면 흔히 떠올리는 많은 기계와 기계들을 서로 연결하는 복잡한 파이프라인, 소음은 이곳 던킨 로스팅센터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외관만큼이나 내부 시설과 설비도 심플함 그 자체였다.
정태수 비알코리아 총괄부사장과 김재훈 큐그레이더(커피감정사)의 도움을 받아 던킨 로스팅센터를 둘러보기로 했다.
◆산지직거래 통해 안정적 물량공급·합리적 가격 확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생두창고다. 던킨 로스팅센터에 입고된 생두가 보관되는 곳으로,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항온·항습 조건을 갖추고 있다. 생두창고에 들어서자 흙냄새 비슷한 향이 풍겼다. 보관된 생두의 냄새로, 벽 양측으로 세워진 하이랙(high rack)에는 생두포대들이 가득히 쌓여있었다.
컨테이너 24개 분량의 생두가 저장될 수 있는 창고에는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수마트라산 생두가 저장돼 있었다. 각 생두포대에는 입고일자와 수량, 검수자를 표기해 저장과 관리에 철저함을 엿볼 수 있었다. 이곳의 생두는 모두 품질 테스트를 통과한 것으로, 기준을 통과하지 못할 경우 다시 산지로 되돌려 보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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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고된 생두가 보관되는 던킨 로스팅센터 생두창고. 컨테이너 24개 분량의 생두가 저장될 수 있다. ⓒ던킨도너츠 |
정태수 비알코리아 총괄부사장은 "중간 vendor(상인)를 거치지 않고 산지와 직거래(다이렉트 트레이딩)를 통해 원두를 매입한다"며 "양질의 생두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원가경쟁력을 확보해 고객에게도 합리적 가격으로 커피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선한 원두 공급도 던킨도너츠의 강점이다. 대부분 글로벌 커피브랜드가 로스팅한 원두를 수입해 오는 반면, 던킨도너츠는 생두를 들여와 이곳 던킨 로스팅센터에서 로스팅해 갓 볶은 커피를 공급하는 덕이다.
국내 로스팅된 원두는 스페인, UAE, 중국, 태국, 러시아로 수출되고 있으며, 던킨도너츠는 점차 해외수출 물량을 늘려 향후 던킨 로스팅센터를 아시아 로스팅 거점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블렌딩 별 12가지 로스팅 매뉴얼…품질균일화 구현
생두창고 옆에는 생두투입실·배합실이 있다. 이곳에서는 로봇팔이 자동으로 각 원두별 블렌딩 조합에 맞춰 생두포대를 들어 생두를 투입한다. 투입된 생두는 섞여 있는 나뭇가지부터 금속이물, 생두 먼지까지 걸러진 뒤 관(파이프)을 통해 로스터기로 보내진다.
투입된 생두가 로스팅되기까지의 과정은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 생두가 이동하고 볶아지는 과정에서 혹시 모를 이물혼입을 방지하기 위해 라인을 일관화했기 때문이다.
생두가 이동하는 관을 따라 로스팅실로 향했다. 이곳에는 240kg의 생두를 한번에 볶을 수 있는 로스터기가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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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두투입실·배합실의 로봇팔이 생두포대를 들어 생두를 투입하고 있다.ⓒ던킨도너츠 |
김재훈 큐그레이더는 "열풍식 로스터 방법은 생두 내부까지 균일하게 로스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또한 대량생산 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품질표준화 구현을 위해 12가지 매뉴얼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로스팅된 원두는 다시 관을 통해 이물선별기로 옮겨진다. 이곳에서 다시 한번 이물질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친다. 생두 산지는 주로 화산암 지대로, 돌이 잘게 부서지는 이 지형의 특성상 원두에 작은 돌이 혼입되기 쉽다고 한다.
이물을 거른 원두는 사일로(저장용기)에서 쿨링·숙성 공정을 1시간 정도 거친다. 로스팅 과정에서 생성된 열과 수분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다. 이후 자동포장 공정으로 이동해 질소 충전한 상태로 포장되며, 포장된 완제품은 금속검출을 위한 X-ray 투시기와 중량선별기를 거친 후 비로소 물류센터로 보내진다.
던킨 로스팅센터에서는 로스터기를 한 번 가동할 때마다 샘플링 테스트를 진행한다. 로스터기에서 1회 로스팅 되는 원두는 포장제품으로 총 300봉으로, 이중 2봉을 무작위로 선별해 저장 및 테스트하고 있다.
김 큐그레이더는 "로스터기를 가동할 때마다 품질을 테스트하고 있다"며 "커피 맛뿐 아니라 산소, 색도, 수분 등을 평가하고 있다"고 말을 보탰다.
또한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품질사고에 대비해 생산제품의 유통경로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바코드를 적용하는 이력추적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1년에 한번 임의모의회수 프로그램을 가동, 문제가 발생한 제품을 단기간 내에 회수할 수 있는 시스템을 평가·개선하고 있다.
샘플링 과정까지 모두 통과한 원두 포장제품은 던킨 로스팅센터 옆에 지어진 물류센터로 보내져, 전국 850개 던킨도너츠 점포에 주 3회 배송된다.
◆'커피&도넛'→'잇&드링크' 커피·먹거리 강화
한편, 던킨도너츠는 이 같은 던킨 로스팅센터 설립 후 커피부문에서 비약적 발전을 이뤘다고 자평하고 있다.
던킨도너츠에 따르면, 던킨 로스팅센터 설립 직전 해인 2008년 395톤이던 생두 사용량이 2012년에는 1000톤으로 4년간 약 150% 증가했다. 전체 매출 중 커피 및 음료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08년 30%에서 2012년 말 기준 45%로 늘었다.
정태수 부사장은 "던킨도너츠는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이 활성화되기 전인 1994년부터 시장에 진입해 2003년에는 '커피&도넛'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며 커피를 성장동력으로 삼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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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킨 로스팅센터에서는 열풍식 로스팅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회당 총 240kg의 원두가 로스팅될 수 있다.ⓒ조민경 기자 |
던킨도너츠는 향후 성장동력인 커피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푸드메뉴 강화에도 힘쓴다는 전략을 세웠다. 주 메뉴인 도넛 매출이 최근 몇 년간 지속 하락세를 그리고 있는데 따른 대안이다.
정 부사장은 "기존 '커피&도넛' 콘셉트를 '잇&드링크, 얼데이 던킨(EAT&DRINK, ALLDAY DUNKIN')'으로 확장하고 다양한 커피·음료와 먹거리를 제공해나갈 것"이라며 "밀(meal, 간편식) 메뉴를 지속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던킨도너츠는 이미 지난해부터 이 같은 콘셉트를 적용한 신규매장을 개소하고 있으며, 올해 120개 매장을 선보일 계획이다.
정 부사장은 "다양한 음료와 메뉴를 선보여 가맹점당 매출 상승과 수익성을 증대시켜 가맹점과 본사가 함께 성장해나갈 것"이라며 "2012년 3500억원인 매출을 2015년까지 4800억원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