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K씨는 지난 가을 주택청약종합저축을 '깼다'. 남자친구와의 혼담이 무르익는 과정에 여기저기 돈이 필요한 상황인 데다, 무엇보다 너무 많은 물량이 풀려 '너도 나도 1순위' 아니냐는 소리가 심심찮게 들려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몇 년 안 돼 주택청약종합저축을 해지하면 그 전에 받았던 소득공제분을 추징당한다는 괴담이 들려와 최근 K씨는 경악하고 있다. 분명히 2009년 봄에 사전예약을 할 때만 해도 은행 창구에서는 이런 설명을 들은 적이 없는 것 같은데, K씨는 억울하기 짝이 없다.
K씨의 경우처럼 가입 5년 이내 해지를 하는 이들이 추징이라는 무서운 단어를 접하게 되는 것은 조세특례제한법상 제87조(아울러 같은 법 시행령 81조) 등 때문이다. 이 법의 제 6항은 '주택청약종합저축 납입액에 대하여 소득공제를 받은 사람'이 저축 '가입일부터 5년 이내에 해지' 혹은 '국민주택규모를 초과하는 주택에 당첨된' 경우를 겨냥한다.
물론 국세청 관계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규모가 크지 않게 한도가 규정돼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즉 추징을 당하는 경우라도 폭탄 운운할 정도의 규모가 되지는 않는다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인 셈.
하지만 심리적 박탈감은 의외로 심각할 것이라는 반론이 여전히 존재하고, 이런 사람들이 왜 발생했는지를 들여다 봐서 정책적 교훈을 챙겨야 할 필요는 남는다.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중 무주택 세대주인 근로자로서 국민주택 규모(전용면적 85m²) 이하 주택에 청약하는 경우만 소득공제 혜택이 주어진다는 점이 발표된 것은 2009년 5월15일.
이날 기획재정부는 국토해양부와 협의를 거쳐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중 당시 소득공제 대상인 청약저축과 동일한 요건을 구비한 사람에 대해서 청약저축과 같은 수준으로 세제지원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이 당시 발표대로 계산을 해 보면 소득공제금액은 연간 불입액의 40%, 다만 한도 48만원 적용이다).
하지만 '주택청약종합저축은 기존의 청약저축·청약부금·청약예금이 통합되는 통장이되, 소득공제 혜택은 기존 청약저축 가입 대상자만 받을 수 있음'이라는 내용이 정리되기까지 시중은행 창구에서 일어난 혼잡은 상당했다.
소득공제 혜택을 두고 부처간 입장이 다소 상이해 이를 조율한 점은 불가피했고, 위와 같이 결론이 난 자체는 문제가 없고 일단 상식적으로 맞다고 할 수 있다. 청약저축에는 소득공제가 됐는데 만능청약통장에서는 안 된다고 결론이 났다면 어폐가 있었을 것이기 때문. 또 동시에 과거에는 소득공제가 안 됐던 청약예금이나 청약부금에서 갈아타는 사람들까지 소득공제를 해 주면 그만큼 세수 감소 문제가 생길 것이었고, 이 두 가지 난제를 잘 푸는 절충안이 위의 결론이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주택청약종합저축은 기존의 청약저축·청약부금·청약예금이 통합되는 통장이되, 소득공제 혜택은 기존 청약저축 가입 대상자만 받을 수 있음'이라는 내용이 정리되기까지 시중은행 창구에서 일어난 혼잡은 상당했다.
소득공제 혜택을 두고 부처간 입장이 다소 상이해 이를 조율한 점은 불가피했고, 위와 같이 결론이 난 자체는 문제가 없고 일단 상식적으로 맞자고 할 수 있다. 청약저축에는 소득공제가 됐는데 만능청약통장에서는 안 된다고 결론이 났다면 어폐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과거에는 소득공제가 안 됐던 청약예금이나 청약부금에서 옮기는 사람들까지 소득공제를 해주는 것은 소득공제 규모를 넓히는 일이라 그만큼 세수가 줄어들게 된다는 문제가 있었고, 이 두 가지 난제를 잘 푸는 절충안이 위의 결론이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문제는 시기였다. 가입자 유치에 혈안이 된 은행들이 이미 그해 4월부터 사전예약 등으로 이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관심이 과열된 상황이었음을 겹쳐 보면(예를 들어 당시 신한은행 사전예약의 경우 4월까지 20만명선이었던 것으로 알려짐), 5월15일에 두 부처간에 결론을 지은 점은 시기가 다소 아쉽다고 할 수 있다. 국토부가 2008년 무렵부터 부동산경기가 침체하면서 주택기금의 주수입원이던 국민주택채권 발행이 급격히 줄어들어 기금 조성에 비상이 걸리자 고안해 낸 작품이 주택청약종합저축이었음을 감안하면, '무리한 분위기 띄우기를 위한 방조' 정도로 봐도 지나치지 않다는 분석이다.
다시 K씨 사례로 돌아가 보면, 물론 상품의 각종 혜택, 그리고 주의점을 챙기는 것은 우선 가입자 본인의 책임이다.
하지만 당국에서 기금 관련 대책으로 내놓은 상품이 보기에 따라서는 무주택자 지원의 취지에서 다소 벗어나게 재테크 수단 이미지까지 덧씌워지면서(금리 등), 일선에서 과열된 고객 유치 상황으로 치달았다는 상황이었다면 이후 모든 상품의 이해와 관리를 가입자 책임만으로 돌리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는 지적이다.
2009년 봄 당시 이 상품은 소득공제 혜택이 없어도 가입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까지 일각에서 제기됐을 정도로, 밀려든 '주택+재테크족'에 '순수한 무주택자 수요층'이 휩쓸리는 구도였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무주택자로 주택관련 상품을 들어야 하는 이들이 오히려 정책적 고려를 우선적으로 받지 못하는 모순점이 생긴다. 주객전도라고 할 수 있다. 즉 소득공제의 문제를 빨리 봉합해 일선의 혼선을 줄이자는 과정에서 다른 방법론의 논의 기회를 잃는 결과로 연결됐다고 볼 여지가 있다. 아울러 무주택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건 좋지만, 그 방법이 꼭 소득공제의 형태가 돼야 하는가, 다른 방법은 없는가도 당시에 함께 검토됐으면 더 나은 결론이 날 수도 있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런 점에서,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 후 5년 이내 이탈자에 대한 소득공제 추징 문제는 해프닝이라고 보기보다는, 정책 수립과 조율 및 진행면에서 미리 숙성된 부처간 논의와 단호한 집행이 있어야 일선의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는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또 혼선 와중에 어설프게 휩쓸려 '정책적 미아'가 되는 사람들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과정에 일정한 시사점을 준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