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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 컵밥은 2000~3000원 사이의 저렴한 금액으로 한끼를 때울 수 있어 노량진에서 공부하는 고시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고,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별미로 꼽히며 노량진 명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동작구청은 수년전부터 민원을 제기해 온 인근 음식점 상인들과 노점상으로 인해 통행이 불편하다는 시민들의 불만을 바탕으로 가장 민원이 많은 4곳을 우선 철거, 이달 말일 이후 나머지 컵밥 노점상도 철거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사실 노량진 컵밥을 둘러싼 소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인근 음식점의 지속적인 민원으로 동작구청은 지난해 4월16일부터 노점상을 대상으로 밥을 팔아서는 안 된다는 조치를 취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일정기간이 지나자 컵밥 노점상은 슬며시 영업을 다시 시작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컵밥 노점상 상인들의 입장은 '생존권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막무가내 철거는 안 된다'며 동작구청에 맞서고 있습니다. 나아가 지하경제 양성화에 노점도 포함 되서 세금을 내면서 장사할 수 있는 제도가 정비 되었으면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막무가내 단속의 득은 일부 음식점 상인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입장인데요. 인근 음식점 상인들도 할 말은 있습니다. 가게세와 세금 납부는 물론, 위생교육과 점검 속에서 장사하는 자신들과 비교했을 때 노점상은 법을 어기고 장사하는 불법영업에 불과하다는 주장입니다.
저렴한 가격으로 한 끼를 때우는 노량진 고시생들도 불만을 갖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동작구청이 강제철거라는 강수를 둔 그날 밤에도 철거당하지 않은 다른 컵밥 노점상에는 손님이 넘쳤습니다.
컵밥 노점상이 불법이라는 것과 단속 대상이라는 것, 나아가 조만간 철거될 상황인 것을 알면서도 고시생들은 숟가락질을 멈출 수 없습니다. 어쩌면 노량진에서 컵밥이 사라질 경우 가장 큰 피해자는 고시생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형편이 넉넉지 못한 고시생의 경우 돈을 아끼기 위해서는 식비를 조절하는 방법이 유일한데, 컵밥이 사라지면 울며 겨자 먹기로 인근 음식점에서 끼니를 때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관점을 조금 달리 보겠습니다. 컵밥 노점상을 반대하는 음식점 상인들은 노점상과 경쟁하기 위해 음식값을 낮추려 해도 한계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실제 노량진은 다른 지역에 비해 평균 식대가 3000~4000원 정도로 저렴합니다.
하지만 월세와 인건비, 관리비 등을 생각하면 더 이상 가격을 내리기는 무리라는 입장입니다. 컵밥의 인기가 이들에게는 한숨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렇다고 컵밥 노점상들이 생각만큼 돈을 긁어모으는 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일부 상인들은 노점상들이 기업형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월 평균 최고 30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까지 수익을 올린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과는 상반되는 주장입니다.
재료비가 아무리 저렴하다 하더라도 한 끼의 구색을 갖추면서 고시생들의 입맛을 맞추려면 신 메뉴 개발에도 힘써야 하기 때문에 실제 마진은 얼마 되지 않아 기본적으로 많이 팔지 않으면 안 되는 가격구조라는 것이지요.
컵밥의 주요 고객인 고시생들의 생각도 조금은 다릅니다. 일반인들은 재미삼아, 간식삼아 이따금 사먹기 때문에 별미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돈을 아끼기 위해 매일 컵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입장에서는 싸서 좋을 뿐 그런 자신들의 처지가 때로는 슬프다고 합니다.
컵밥의 인기로 주변 음식점들은 장사가 안 되고, 저렴한 컵밥의 가격 때문에 노점상은 많이 팔지 않으면 마진이 남지 않습니다. 한 끼를 때우기는 하지만 고시생들은 서서 밥을 먹는 자신들의 처지가 슬프다고 합니다.
컵밥은 분명히 잘 팔리는데 그 누구도 맘 편히 즐거워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노량진 명물'에서 '논란의 대상'이 돼버린 컵밥은 과연 누구를 위한 컵밥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