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새로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가 어김없이 정부부처 조직개편안을 내걸었다. 집권당은 그대로인데 대통령이 바뀌니 정부조직도 대대적으로 손질한단다. 5년마다 정부부처 명칭을 갈아치우는 관행은 우리나라가 가장 약삭빠르다. 역대 정부가 다 그랬다.
미국은 보수와 진보정당이 치열하게 경쟁해 정권을 교체하더라도 부처명칭은 그대로 두고 있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관철시킬 사람(장관)만 바꿀 뿐이다. 영국,일본도 마찬가지이다.
이들 선진국의 공통점은 부처이름이 간결하고 성격이 명확하다는 특징도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부처이름도 '잡탕식'일 뿐만 아니라 추상적이라는 비판도 받는다.
박근혜 당선인이 심혈을 쏟는다는 '미래창조 과학부'는 가치 지향적인 모호한 이름이다. '과학기술부'라면 또 모를까. 이런식으로 작명한다면 법무부는 '정의실현 법무부'로, 국세청은 '조세정의실현 국세청'으로 바꿔야 한다는 논리도 성립될 수 있다.
또 교육부는 '백년대계 교육부'로, 보건복지부는 '행복한 보건복지부'로 바꿔야 직성이 풀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부처명칭이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는 일부의 비판은 나름의 설득력이 있다. 영문표기에도 어려움이 뒤따른다고 한다.
부처명칭은 국민이 알기쉽고 업무를 연상시킬 수 있는 이름이 좋다. 그런 점에서 미국 행정부는 상무부·재무부·국무부·노동부 같은 부처 명칭을 수십 년째 쓰고 있다. 사회변화에 따라 일부부처를 신설하거나 보강하는 수준에 머무른다.
일본도 총무성, 법무성, 재무성, 문부과학성, 후생노동성, 농림수산성, 경제산업성, 국토교통성, 환경성, 방위성 등으로 아주 간결하다. 자민당→민주당→자민당으로 정권이 바뀌었지만, 부분손질만 하지 우리처럼 깡그리 뜯어고치지는 않는다.
여기에도 부서명칭을 유지시키려는 로비가 치열하다보니, MB정부에는 '보건+복지+여성부'를 합한 약칭 '보복녀부'가 될뻔했다가 이의가 제기되자 간신히 놀림감은 피했다.
미래창조 과학부는 약칭으로 할 경우 '미창과부'가 부를텐데 '청상과부'가 떠올려진다. '안행부'는 '안행복부'로 우스개가 될수도 있을 듯 하다.
부처를 이리저리 나누다보니 '가래떡마냥' 길어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대표적이다. 저간에는 부처이름에 따라서 공무원 서열이 갈리는 우리나라 특유의 공직사회 풍토라는 얘기도 있다.
MB정부의 '행정안정부'를 앞뒤만 바꾼 '안전행정부'로 고집하는 것도 '안전'을 담당하는 경찰이나 소방행정직이 우대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벌써 불거진다. 오죽했으면 차라리 '그때'가 좋았다는 말이 나온다. 내무부, 외무부, 국방부, 법무부 등은 1948년 정부수립 이후 한번도 바뀌지 않았다.
정부조직 개편은 당장에 부처 이전에서부터 외부간판 교체, 기안서류까지 모두 바꿔야하기 때문에 5년마다 수십억원의 예산이 들어가고 있다.
지방도 예외는 아니다. MB정부가 '건설교통부'를 '국토해양부'로 바꾸자, 산하 '국도유지관리사무소'가 '국토관리사무소'로 간판과 이정표까지 전부 바꿨다.
예를 들면 진주국도관리사무소나 순천국도관리사무소가 각각 진주·순천국토관리사무소(사진)로 'ㄷ'에서 'ㅌ'으로 자음만 바뀐 것이다.
MB정부가 출범하던 2008년 한 중앙부처의 공무원이 인수위 보고 때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라는 유명한 일화를 남겼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광우병 소고기의 위험성을 강조했다가, MB정부에서는 "무조건 안전"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박근혜 시대가 되니 감사원은 MB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4대강사업은 총체적 부실"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5년동안 "4개강 문제없다"던 감사원이 말이다.
그래서일까.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라는 말은, "공무원은 (정치적)중립을 지킨다"는 소리 같기도 하지만 속내는 정권에 따라서 모시는 시장이나 군수의 입맛에 맞춰 살 수 밖에 없다는 자괴감을 표현한 것으로 이해된다.
공무원들은 5년마다 지방직은 4년마다 상대방의 업무와 기능을 빼앗거나 유지하기 위해 전방위 노력을 기울인다. 언제까지 이런 후진관행을 이어갈 것인가.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 역시 부처이름에 혹시 오자는 없는지 하도 헷갈려 일일이 인터넷을 뒤져가며 글을 쓰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특히 헷갈린다. 이 부처는 농림부→농수산부→농림수산부→농림수산식품부→농림축산부(예정)로 바뀌어 '농(農)'자만 빼고 바뀐다. 농간을 부리는 것은 아닌지 괘씸하기까지 하다.
잦은 정부조직 개편은 맡은업무를 애매모호하게 해 국민을 피곤하게 하고, 국정안정을 해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소적으로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