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풀린 듯 추운 날씨에 손이 무척 건조해져 핸드크림 하나 사려고 화장품가게에 들어갔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동물모양의 핸드크림이 눈에 들어왔다. 유치해 보일 수 있는 동물모양의 핸드크림에 손을 뻗는 고객들은 의외로 많았고, 어느새 기자의 손에도 하나 올려졌다. 어릴 적 가지고 놀았던 인형이 생각나는 아기자기한 모습이 지쳐있는 마음도 풀어주는 것 같았다.
불황에도 소비자 지갑을 열게 한다는 '키덜트 마케팅'은 화장품·패션·영화 등 여러 업종의 새 아이템이 됐고 톡톡한 매출효과를 가져다 준다고 한다. '키덜트(Kidult)'라는 키워드는 '키드(Kid)'와 '성인(Adult)'의 합성어로 어른이 됐는데도 여전히 어렸을 적의 분위기와 감성을 간직하고 즐기는 성인들을 일컫는다. 불황속에서도 키덜트 마케팅이 살아남는 이유는, 유쾌하고 발랄한 분위기로 한참 소비할 연령대 성인들의 동심을 자극하는 향수가 아닐까 싶다.
문제는 이렇게 열심히 살면서 동심을 잃지 않는 키덜트보다는 '피터팬'이 늘고 있는 데 있다. 피터팬 증후군은 어른이 되기 싫어하고 아이로 머물고 싶어하는 의존적 성향을 말한다.
청년실업이 늘어가면서 피터팬들 또한 늘어나지 않았나 싶다. 스펙을 더 쌓아야 한다며 부모의 지갑에 여전히 매달려 있다. 대학까지만 보내면 되겠지 싶었던 우리 부모님들은 다시 한 번 허리띠를 졸라맨다.
졸업과 취업으로 바로 키덜트족을 벗어나는 것도 아니다. 취업도 하고 나이도 어느 정도 먹어 이제는 독립을 할 시기인데, 어머니가 차려주는 편한 밥상과 안락한 집을 추구하며 굳이 나가서 고생할 필요가 뭐 있냐는 '골수파' 피터팬들도 있다. 이쯤 되면 사회 문제가 아닌가 싶다.
지난 17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공개한 '100세 시대 대비 여성노인의 가족 돌봄과 지원방안 연구' 보고서에서도 이 같은 문제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문제가 아닐까 우려되는 대목이 있었다. 지난해 6~7월 손자녀를 돌보는 서울·수도권 거주 여성 노인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일하는 자녀를 돕기 위해 손자와 손녀를 돌보는 우리 할머니들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9시간'이라는 것이다.
'돌봄'이란 이름 아래 중노동을 해야 하는 할머니들의 주된 이유는, '자녀의 직장 생활에 도움을 주려고'(78.3%)가 가장 많았고 '자녀의 양육비 부담을 줄여주려고'(35%)가 뒤를 이었다. 이들의 절반 이상(63.7%)이 돌보기가 체력적으로 힘들다고 답했고 마음의 여유 또한 없어 힘들다고 한다. 여기에는 육아 시설이 부족하거나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먹고 살기 힘들다는 사회 현안도 있지만, 자신이 부모가 되어서까지 의존성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문제도 뒤섞여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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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덜트 마케팅을 사랑하는 1인으로서, 신년에는 몸소 아이처럼 사는 피터팬보다 당당한 독립과 함께 자신의 지갑으로 직접 '키덜트 문화'를 향유하는 아이같은 마음만 향유하는 사람들이 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