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보수적인 금융가에서도 증권사는 가장 핫(hot)한 업종으로 꼽힌다. 투자자들의 뭉칫돈을 끌어다 최대한 수익을 내야 하는 만큼 공격적이며 수익창출을 위해서는 시장 분위기 이른바 '트랜드'를 선도해야 한다. 증권사 CF는 이 같은 업종 특성을 고스란히 녹여내는 동시에 각 사의 경영철학, 나아가 생존전략을 담고 있다. 특히 최근 고객들은 전에 없이 스마트해졌다. 이들을 잡기 위해 CF도 진화와 발전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증권사 CF 시장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급변했다. 과거에는 단순한 상품소개와 정보제공에 그쳤다면 금융위기가 휩쓸고 간 뒤에는 신뢰회복과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스타마케팅' 신선함 또는 패착
이 같은 기획의도와 가장 잘 들어맞는 것이 바로 스타마케팅이다. 2009년 삼성증권이 'POP'이라는 브랜드를 출시하면서 KBS 예능프로그램 '남자의 자격' 멤버들을 전격 기용한 것이 달라진 분위기의 시작이었다. 이후 이효리, 박해일, 유해진(이상 KDB대우증권), 타블로·강혜정 부부(신한금융투자) 등이 브라운관을 통해 투자자들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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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KDB대우증권 모델로 기용됐던 티아라 멤버 은정. | ||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왕따 사건'을 겪은 티아라의 경우 멤버 은정이 출연한 CF와 지면광고에서 줄줄이 퇴출되면서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며 "일단 불미스러운 사건에 자사 모델이 연루되면 광고주 입장에서는 서둘러 캠페인을 접는 것 외에는 딱히 방법이 없기 때문에 신뢰가 생명인 금융계라면 더욱 위험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업계에서는 최초로 걸그룹 멤버를 내세워 젊은 이미지 변신을 노렸던 KDB대우증권은 '티아라 사태'의 최대 피해자로 꼽힌다. 그간 지적이고 차분한 이미지의 광고를 선보였던 대우증권은 '안 함만 못한 짓을 했다'는 혹평에 시달려야 했다.
2011년 영화 '최종병기 활'에서 전설적 궁수로 분했던 박해일을 내세워 세계 금융시장을 겨냥하는 선두 증권사의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어필했던 대우증권은 이후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비버를 내세웠고 당시 'Hey! Passion, Wake Up!' 카피는 못생겼지만 매력적인 배우 유해진을 통해 대우증권의 열정을 효과적으로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해 은정을 내세운 캠페인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회사는 아직까지 새로운 CF를 선보이지 않고 있다.
이 증권사 관계자는 "김기범 대표 취임 이후 강조된 글로벌 진출 의지와 전문성을 더욱 강조하는 내용으로 새로운 캠페인을 준비 중"이라고만 전했다.
◆'여신' 김태희vs'남신' 다니엘 헤니…엇갈린 반응
비슷한 논란에는 최근에도 있었다. 지난해 합작법인 설립을 마무리한 한화투자증권은 톱스타 김태희를 간판에 내세운지 얼마 안 돼 '열애설' 폭탄을 맞았다. 무엇보다 파파라치 보도로 인한 사생활 공개 뿐 아니라 상대 남성인 비가 군복무 규정 위반 논란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서울대 출신의 똑 부러지는 이미지로 어필했던 만큼 충격도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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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투자증권, 한화생명 모델로 활약 중인 김태희. | ||
지난해 11월 말 한화그룹은 한화투자증권, 한화생명(구 대한생명) 모델로 김태희를 기용하며 13억여원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광고가 전파를 탄 지 불과 한 달 만에 열애설이 불거졌고 이를 문제 삼아 계약을 철회할 수도 없어 난감해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열애설 이후 회사 이미지에 누가 되거나 광고 효과가 떨어진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계약 당시 마약 복용이나 누드 촬영 등에 대해서만 손해배상 조항을 넣어 열애설에 따른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화투자증권이 '여신' 김태희를 내세워 주목 받았다면 현대증권은 '남신' 다니엘 헤니의 활약이 눈부시다. 현대증권은 'able' 캠페인을 통해 앞서 베르나르 베르베르, 앨빈 토플러 등 세계적인 유명 인사를 내세워 혁신과 가능성을 강조했었다.
지난 1일 첫 전파를 탄 'Believable' 편은 able 시리즈의 세 번째 파트다. CF 속에서 끊임없이 고뇌하는 다니엘 헤니를 통해 현대증권은 고객의 가능성을 위해 무한 고뇌하는 증권사의 기본 덕목을 강조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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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증권 'able' 캠페인의 간판 모델로 나선 다니엘 헤니. | ||
이렇듯 톱스타를 비롯한 유명인사에 대한 금융계의 러브콜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각 증권사가 올해 경영 화두로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자산관리 서비스 강화를 내세운 상황에서 부와 명성을 가진 톱모델의 기용은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자산관리 서비스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증권사 입장에서는 단기간에 회사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서는 톱스타를 비롯한 유명 모델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며 "특히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중소형사의 경우 스타마케팅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