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 6일 현판식을 하고 공식 출범한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취재진에게 접근할 수 없는 '철옹성'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박근혜 당선인이 인수위의 '업무보안'을 강조하고, 김용준 인수위원장도 '함구령'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1000명에 가까운 출입기자가 등록된 인수위지만 인수위원들은 기자들과 개별 접촉은 물론 인수위 사무실 앞에서 마주치더라도 입을 꾹 다문 채 자리를 피하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15일 정부조직개편안이 발표된 이후 인수위의 '철통보안' 기조에 변화가 감지됐습니다. 인수위 내 '단독기자'를 자임하며 질문에 대한 답변의 내용이나 수준을 놓고 취재진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던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이 기자들과 커피한잔의 여유를 즐기며 질의응답에 응한 것입니다.
16일 윤 대변인은 오전 브리핑을 마친 뒤 30명이 넘는 기자들을 금융연수원 본관 내 카페로 데려가 커피를 사며 20여분에 걸친 질의응답에 응했습니다.
하루 전날 있었던 정부부처 개편 발표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에 많은 기자들이 의아해 했다는 후문입니다. 15일 당시 상황을 살펴볼까요. 이날 인수위의 정부부처 개편 발표에서 윤 대변인은 굳이 사회자를 자임했습니다.
위원장과 정부부처 개편을 총괄한 유민봉 간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 마이크 앞에 서고자 한 것이죠. 1시간이나 발표가 지연된 상황에서 윤 대변인의 이런 개입은 오히려 발표의 효율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정부부처 개편을 총괄한 유 간사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기로 한 상황에서 기자를 지목하고 바로 설명 해주면 될 것을 이미 질문이 시작된 상황에서조차 윤 대변인이 개입해 흐름이 자주 끊겼기 때문입니다.
유 간사와 나란히 서서 마이크 하나로 주거니 받거니 목소리를 내던 윤 대변인은 '질서'를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기자들을 지목하는 그의 모습은 질서와는 거리가 있어 보였습니다.
이미 질문을 시작한 기자들을 향해 "어디 있느냐, 나와 눈을 맞추자, 어디 소속이냐"를 묻는 모습에서 흡사 '관등성명을 대라'는 위압적인 모습이 감지됐기 때문이지요. 윤 대변인은 실제 수많은 기자들 사이에서 질문자의 모습이 눈에 띄지 않으면 질문 자체를 지연시켰습니다.
앞서 윤 대변인은 "대변인을 통하지 않은 기사는 오보다" "인수위 취재는 쉬운 것" "가치가 없으면 브리핑하지 않겠다" "나를 괴롭히면 여기 내려오지 않겠다" 등의 발언으로 취재진과 충돌하기도 했습니다.
윤 대변인의 이런 모습을 바라보는 기자들의 속내는 한 마디로 '냉소' 그 자체입니다. 이날 인수위에 있던 한 기자는 "윤 대변인 무서워서 인수위에 못 가겠다"며 조롱 섞인 푸념을 늘어놨고, 또 다른 일간지 기자는 "발표시간을 연기한 것도 모자라 일간지 마감시간에 닥쳐서 발표하는 경우가 어디에 있느냐"고 발끈했습니다.
인수위의 지나친 비밀주의 때문에 대변인의 브리핑에 취재를 의존해야 하는데 이 조차 횟수가 적어 기자들은 사실상 무력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 가운데 기자들의 유일한 낙은 그나마 '윤 대변인의 돌출 행동을 조롱하는 일'이라는 냉소도 들립니다.
이랬던 윤 대변인이 기자들과 티타임 한번으로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대변인들이 기자들과 티타임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대변인과 기자들의 만남이 기사화 되는 것을 보면 그간 인수위를 바라보던 취재진의 '불통' 이미지는 상당히 컸던 모양입니다.
문제는 윤 대변인이 기자들과 가진 티타임 한 번으로 본인 이미지는 물론 인수위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느냐에 있습니다.
정부부처 업무보고 모두발언 때마다 공무원들을 상대로 '보안'을 강조했던 김용준 인수위원장도 18일 오후 취재진과 간담회를 예고했다고 하니, 지금까지는 '불통' 비판을 받았던 인수위가 이제는 업무공개 범위를 넓히면서 논란을 불식시키겠다는 판단인 것으로 보입니다.
언론을 불온하게 보고, 보도를 '소설'로 치부하는 인수위와 윤 대변인이 앞으로는 언론 보도에 대한 '경계'를 풀고, 기자들과 진심으로 소통하는 수준 높은 활동을 해주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