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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넓고 이머징은 많다" 거래소, 글로벌 진출기 下

사업 편중·공조 지연은 부담…비전 읽는 효과적 전략으로 극복

정금철 기자 기자  2013.01.15 10:3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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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10일 한국거래소(이하 KRX)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주식, 채권, 상장지수펀드(ETF)를 거래하는 UAE 최대 증권거래소 '아부다비증권거래소(ADX)'와 상호협력 및 정보교환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한류도 이만한 한류가 없다. 2000년 대만증권거래소(TSEC)를 시작으로 2001년 상해선물거래소(SFE), 2006년 말레이시아거래소(BM),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네팔, 태국, 필리핀. 여기에 벨라루스까지….

동남아 주식시장에서는 거의 바이러스 수준이다.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등 인도차이나 반도 3국에 '한국형 주식벨트'가 설치되는 등 현재 미얀마를 제외한 모든 동남아국가에 한국형 증시시스템이 퍼져있다. 매매·IT·시장감시시스템 공급부터 증시 설립까지 수출 형태도 다양하다.

이머징 주식시장 가운데서도 상대적 선진시스템과 인프라를 갖춘 한국 증시의 해외진출이 예사롭지 않다. KRX는 10년 넘게 해외 진출을 이어가며 한국 시장의 우수성을 해외에 알리는 동시에 해외 진출을 노리는 국내 금융투자업체를 위한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동남아에 사업 편중…현재까지는 선견지명

일각에서는 세계 각국, 대륙 간 경계를 허물고 해외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KRX의 행보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아직은 빈국이 많은 동남아시아에 사업이 집중된 것은 당장이라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

실제 지난해 10월18일 부산 거래소에서 치러진 한국거래소 국정감사에서 김영주 민주통합당 의원은 "베트남에 이어 지난 2010년부터 209억원 정도를 들여 만든 라오스와 캄보디아 증권거래소는 큰 규모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장기업이 손에 꼽을 정도인 라오스와 캄보디아 증시에 한국거래소가 이들 국가의 증시 운영자금으로 40억원가량을 추가출자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격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김 의원 측은 라오스의 경우 2017년까지 115억원의 순손실을, 캄보디아에서는 2014년까지 33억원의 순손실을 예상했다.
  
이에 대해 김봉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중국에 앞서기 위해 빠른 시장 선점이 중요했다"며 성장 가능성이 높은 국가에 대한 장기적 안목의 투자였음을 강조했다.

다행스럽게도 '한국형 주식벨트'로 국내에서 통칭되는 인도차이나반도 베트남·라오스·캄보디아 3개국의 계사년 비전은 KRX의 선택이 선경지명에 가까웠음을 반증하고 있다.  

이달 초 베트남 주요언론은 베트남 기획투자부 자료를 인용, 베트남 기업들이 지난해 전 세계 28개 국가에서 13억달러 규모의 투자인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베트남 업체들의 누계기준 해외투자 신고액은 전 세계 60개국 124억달러, 집행액은 38억달러 정도다. 광물, 농림수산, 발전, 정보통신 업종 등을 중심으로 712개 프로젝트가 진행됐으며 특히 국가별로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등지에 집중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몸집은 언제 키우나 VS 장점 살리면 잽도 무기

합종연횡을 통한 세계 각국 거래소의 몸집키우기 시도가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거래소만 추세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국내 한 증권사 고위 임원은 "사실상 국내 독과점인 한국거래소는 해외 기업체나 증시 입장에서 봤을 때 딱히 주목할 만한 메리트가 없다"며 "공공기관 탈피 등 지배구조 개선을 둘러싼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규모를 키워 세계에 내세울만한 위용을 갖춰야 한다"고 꼬집었다. 

실제 지난 4일 도쿄거래소는 오사카거래소와 합병, 시가총액 3조5000억달러에 이르는 전세계 4위의 매머드급 거래소가 탄생했다. 이는 물론 아시아 최대 규모다. 이들의 합병은 곧 바로 한국거래소에 위협요소가 됐다. 동남아에서 가장 성장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는 미얀마 증시시스템 구축사업은 덩치로 밀어붙인 도쿄거래소에 넘어가고 말았다.

당초 한국거래소는 도쿄증권거래소(TSE)와의 양국 증시 간 교차거래를 추진했지만 지난 8월 TSE로부터 잠정 보류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도쿄거래소와 오사카거래소(OSE)의 합병 이슈에 한국과의 논의는 뒤로 밀린 것이다.

또한 TSE와의 사업 연기와 맞물려 '한·중·일 삼각투자'를 통한 동북아 자본시장 허브정책도 사실상 뒷걸음질을 치게 됐다. 홍콩거래소와의 교차거래는 런던금속거래소(LME) 매입 변수에 논의가 중단됐고 교차 상장 후 교차거래를 노린 중국과의 사업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KRX 관계자는 "현재 글로벌증시는 IT의 발달로 벽이 없어지면서 거래소 간 인수합병 사례가 늘고 있으나 이러한 추세에 맞추는 것만큼 중요한 게 시장을 읽는 것"이라며 "복싱에서도 스트레이트 헛손질보다 무게실린 잽이 효과적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경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도 "동남아 등 후진국 위주의 투자는 향후 투입비용 대비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메리트가 있다"며 "한국거래소가 IT시스템 구축 등 특화한 장점을 살려 진출하는 것도 비교적 안전한 투자법 중 하나"라고 거래소 관계자의 의견에 동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