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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선택적 기억'의 씁쓸한 단편

이보배 기자 기자  2013.01.14 18:2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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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근 톱스타 김태희와 한류스타 비의 열애설이 보도되며 세간에 화제로 떠올랐다. 군부대는 물론 연예사병 논란까지 문제가 불거진 것.

당시 일부 네티즌들은 '국회의원 연금법'이 김태희-비 열애설에 묻혀 어물쩍 국회를 통과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회의원 연금법'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은 법안이다.

IT의 발달로 인터넷과 온라인 SNS 등을 통해 정보의 전달이 급속도로 빨라졌다. 하지만 보다 쉽게 정보를 접할 수 있을지 몰라도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 정확한 정보를 찾아내기엔 어려움이 따른다.

이 때문에 일명 '카더라' 성의 이야기가 사실 확인 없이 쉽게 퍼지고 있고, 걸러지지 않은 정보가 온라인을 통해 무분별하게 확대·재생산 되고 있는 것이다.

다시 지난주 정치권의 화제가 됐던 '국회의원 연금 논란'으로 되돌아가보자. 이는 지난 1일 '대한민국 헌정회'를 지원하는 보조금 128억여원이 포함된 국회 예산안이 통과되면서 시작됐다.

여기서 칭하는 의원연금은 엄밀히 따지면 '대한민국 헌정회 지원금'으로 '헌정회 육성법'에 따라 하루만 금배지를 달아도 65세 이상 전직 의원에게 월 120만원이 지급되는 지원금을 말한다.

논란이 거세지자 여야는 지난 11일 "합의 하에 '의원연금'을 전면 폐지하고, 이미 의원연금을 받고 있는 원로 의원에 대한 지원 규모도 대폭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원연금'과 '헌정회 지원금'이 혼용되면서 여야의 폐지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를 둘러싼 오해와 정치권을 둘러싼 국민들의 불신은 아직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아직도 각종 포털 사이트 게시판과 커뮤니티, SNS를 통해 국회의원들이 매달 120만원을 수령하는 '의원연금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퍼져나가고 있다.

그중 눈에 띄는 내용 하나를 정리하자면 이렇다.

"국회의원 연금법이 통과됐다고 합니다. 국민들이 내는 세금이 국회의원 연금으로 지급된답니다. 65세 넘으면 죽을 때까지 한 달에 120만원씩 받는 제도라네요. 국민연금으로 따지면 매달 30만원씩 30년간 저축해야 받는 금액이랍니다. 참고로 6·25 전쟁 때 목숨 걸고 싸우신 우리 할아버지들의 목숨연금은 월 9만원입니다. 이 글을 널리 퍼뜨려주세요. 온 나라가 난리인데 3개 방송 메인뉴스에는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김태희랑 비 열애설 났을 때 통과 됐다네요."

해당 글에는 국회의원은 물론 우리나라 정치권을 비난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액면상으로 저 글만 읽었을 때 국민으로서 화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위의 글에서 말하고 있는  '의원연금 법안' 국회통과는 팩트에서 벗어나 있다.

'의원연금법'은 국회에서 공식적으로 논의된 적이 없다. 공식적인 논의도 관련 법안 발의도 없었기 때문에 국회 본회의에 통과될 수도 없고, 방송 3사에 메인뉴스로 보도될 수도 없는 사안이다.

앞서 말했듯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128억여원의 '헌정회 예산안'인데 마치 '의원연금법'이 통과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선택적 기억'이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뉴스를 보거나 기사를 읽었다면 그 차이점을 분명히 알 수 있고, 현안에 대해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신이 '진짜'라고 믿는 정보가 있으면 '사실' 확인을 하지 않은 채 퍼트리고 이에 동조하는 사람들하고만 '소통'하려 한다.

몇 해 전 논란이 됐던 '타진요 논란'도 다르지 않다. 가수 타블로 본인과 지인, 방송사 심지어 해당 대학 역시 학력위조가 아니라고 재차 확인해줬지만 네티즌들은 믿지 않았다. 타블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어떻게든 '존재하지 않는 사실'을 증명하려 했다.

'의원연금법 통과 논란'의 경우, 전직 국회의원이 돈 한 푼 내지 않고 월 120만원의 지원금을 받는 것에 대한 지적은 당연하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매달 120만원을 받는다"는 '선택적 기억'에 의존하지 않고, 사실 확인을 분명히 했다면 이미 폐지하는 것으로 합의된 사안을 뒤늦게 퍼뜨려 혼란을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보의 바다'라고 불리던 인터넷은 사람들의 '선택적 기억'에 의해 '폐쇄성'을 드러낸 지 오래다. 10명 중 9명이 "콩 심은데 팥 났다"고 해도 믿을 텐가. '그렇게 믿는 것'과 '정말 그런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선택적 기억이 아닌 '다양한 체험'과 '정확한 확인'을 통해 정치권을 바라보자.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객관적인 잣대를 기울인 지적은, 쇄신을 꽤하고 불필요한 법안은 폐지하겠다는 정치권의 변화에 국민들의 목소리를 분명히 전달하는 방법 중 하나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