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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 임씨, 화장실 찾아 시청에서 덕수궁까지…

휠체어 타고 시청 인근 '방황'…"시청역 인근 장애인화장실 이용 너무 불편해"

안유신 기자 기자  2013.01.10 08:4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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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하철은 제게 너무 고마운 존재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장애로 인해 이동과 접근성에 심한 불편함을 겪고 있어 고마움과 아쉬움을 함께 주는 것 같아요."

뇌병변 장애가 있는 중증장애인 임씨는 최근 시청역 인근에서 황당한 경험을 토로했다.
 
임씨는 시청 쪽으로 외출했다가 큰 불편을 겪었다. 커피숍에 휠체어를 타고 들어갈 수가 없어 난감했던 것까진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서울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시청역 부근에서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었던 점은 너무 속상한 일이었다.
 
"2호선 쪽으로 가라해서 갔지만, 계단이"
 
   
1호선에서 2호선 방향 이동로에 있는 계단. 을지로 지하보도에 있는 화장실에 장애인용 화장실은 설치가 돼 있지 않았다.
임씨는 눈이 많이 내렸던 지난해 12월 어느 날 당시 지인들과의 약속을 마치고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급히 지하철 시청역으로 내려갔다. 임씨는 역내에 있던 역무원에게 장애인화장실 위치를 물었다. 역무원은 "현재 1호선 지하철 화장실은 개선공사 중이라 폐쇄 됐는데 2호선 방향으로 가면 화장실이 있다"고 안내했다.
 
화장실 이용이 급했지만, 임씨는 어쩔 수 없이 휠체어를 타고 2호선 쪽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휠체어가 진입할 수 없는 계단이 버티고 있었다. 다른 편의시설도 없었기 때문에 화장실 접근은 불가능했다.
 
임씨는 다시 주변에 있던 상점 주인에게 장애인화장실 위치를 물었지만 "을지로 지하보도 쪽으로 가(장애인) 화장실이 있다"는 답을 듣고 그쪽으로 급히 갔다. 하지만 또 한번 크게 좌절하고 말았다. 그곳 역시 휠체어를 타고 갈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기자와 인터뷰 도중 당시 상황을 떠올리던 임씨는 눈물까지 보이며 서글펐던 마음을 구체적으로 전했다. 본인의 불편도 이만저만 슬펐던 게 아니었지만, 그 장소에서 수많은 장애인들이 겪었을법한 황당함이 너무 컸을 것이란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했다.
 
   
임씨는 장애인화장실을 찾기 위해 주변을 이리저리 해메던 중 '시민청'이란 표지판을 보고 쓴 웃음을 지었다고 한다.
"
몸이 불편한 장애인은 화장실도 맘대로 갈 수 없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화장실 쓰고 싶은 마음은 다 같은 것일텐데, 너무 하다 싶었습니다. 그래도 명색이 시청역인데 새로 지은 시청 청사 가는 길에 붙어있는 '시민청'이란 이름을 보고선 그 급한 와중에서도 쓴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장애라는 차별과 편견의 벽처럼 시청역 안의 진입장벽들이 가슴을 찢어 놓는 것 같았는데 비장애인이라면 아무 상가나 다른 역이나 성큼성큼 걸어가 해결 했을텐데 장애가 있어 삶에 있어 정말 장해가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임씨는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가 덕수궁 관리직원에게 다시 안내를 받은 후 한참을 이동해서 장애인화장실을 이용했다.
 
인근 장애인화장실 직접 세어 보니
 
본지 취재팀이 시청역 주변 장애인화장실을 점검해본 결과, 1호선 시청역에 있던 화장실 한 곳은 개선공사 이유로 폐쇄된 상태였다.
 
   
1호선에서 2호선 방향 이동로에 있는 계단. 을지로 지하보도에 있는 화장실에 장애인용 화장실은 설치가 돼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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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선 시청역에는 지하1층과 2층에 화장실이 각각 한 개씩 있고, 을지로 지하보도에 한 개, 지하상가에 한 개, 서울시청 신청사입구에 한 개가 있다. 그러나 장애인용 화장실이 있는 곳은 2호선 시청역 지하1층과 2층 그리고 시청 신청사 입구에 있는 화장실뿐이다.
 
하지만 그나마도 휠체어가 갈 수 있는 편의시설이 없어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였다. 을지로 지하보도에 있는 화장실에도 장애인용은 없었고, 상가 안에 있는 화장실에도 없었다.
 
결국 휠체어를 탄 중증장애인이 지하철 시청역에서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덕수궁까지 가야 한다는 결론이다.
 
공공시설 장애인용 화장실 설치는 법적 의무사항이다. 우리나라의 중심인 서울특별시 청사가 있는 시청역 부근의 화장실 수준이 이 정도니 서울시가 장애인들을 배려하는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되는 대목이다.
 
1호선 화장실 개선공사는 1월중 마무리 된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스러운 마음이지만 최소한의 대안을 마련해두지 못한 점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쉬운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