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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재규어랜드로버의 충격적인 '한국 푸대접'

김병호 기자 기자  2013.01.08 15: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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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수입차시장이 나날이 커져가고 있는 가운데 수입차 브랜드들은 저마다 특색 있는 고객만족 서비스 내세우며 치열한 생존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일본차들은 선두 독일차를 바짝 뒤쫓고 있고 최근엔 미국차들이 일본차를 위협하는 등 긴장감 넘치는 레이스가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 않는 곳이 있어 눈에 띈다. 마치 '노는 물이 달라 함께 하지 않겠다'는 듯 보인다. '전통적인 프리미엄 브랜드'란 인식이 강한 재규어랜드로버 이야기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지난해 말 우리나라에서 XF차량 일부에 대해 리콜을 실시했는데, 알고 보니 일본에 비해 무려 6개월이나 지난 뒤 진행된 리콜이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특히 이번 리콜엔 국내 대표적인 자동차 전문가인 김필수 대림대 교수까지 직접 관련되면서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측의 '늑장 대응' 실상이 속속들이 밝혀졌다.

최근 김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 11월23일 구매한 지 3년을 갓 넘긴 재규어 FX 차량의 변속기가 고장이 났다"며 "이로 인해서 극히 위험한 상황이 벌어졌지만 (재규어 측은) 별다른 대책을 보여주지 않았고, 공임과 대차 등의 부담에 대한 스트레스가 커 프리미엄 브랜드에 대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지적도 놀라운 일이지만, 정작 중요한 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가 지난해 12월 리콜을 발표했다는 시기의 문제다. 지난 12월14일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의 자발적 리콜 내용은 2008년 1월18일부터 2009년 9월7일 사이에 제작된 325대에 대한 후방등 LED 무상 수리와 2007년 12월21일부터 2008년 8월27일에 제조된 같은 차종 35대에 대한 기어변속장치 무상 리콜 등이다.

후방등 결함은 그렇다 치더라도, 사고를 야기할 수 있는 기어변속장치 문제는 간단히 따질만한 게 아니다. 재규어 XF 승용자동차 35대에서 자동변속기의 기어 변환(P↔R, R↔N, N↔D 등)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문제점이 발견돼 기어변속장치를 교환한다는 것이었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리콜시기가 현저히 달랐다는 점은 더더군다나 이해하기 어렵다. 같은 결함이었음에도 일본에서의 리콜은 지난해 2월과 5월에 진행된 반면 국내에선 지난해 12월에야 이뤄졌다. 일본에선 J모델에 대한 차량 변속기 리콜은 지난해 2월10일, 후방등 리콜 발표는 5월10일에 있었다.

대개의 경우, 리콜은 영국 본사와 '같은 시기'에 세계로 통보되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일본에 비해 반년 이상이 늦어졌다. 이 반년의 시간 동안 우리나라 고객이 그 결함으로 인해 큰 사고라도 당했다면 누가 어떻게 책임을 지려고 했던 것일까.

이해하기 힘든 이 상황에 대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도 나름 할 말이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12월에 (국내에서) 진행된 리콜은 세계적으로 진행된 리콜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12월 리콜 차량들에 대해선 세계적으로 '서비스 액션'(일종의 리콜 전단계) 발효 단계며 일본에서 리콜은 일본의 재규어 지사에서 제품의 안전에 대한 판단 하에 리콜신청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도 이 결함에 대한 중요도를 생각해 12월 리콜 신청을 본사에 하게 됐다"며 "이는 나라별 서비스 차이의 문제('서비스에 대한 각 국가별 경중 구분의 차이'로 해석됨)인데, (본사 차원에서) 일본은 먼저 리콜하고 한국은 (나중에) 리콜을 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을 보탰다.

또 "이번 결함에 대한 리콜 조치는 안전에 대해선 직접적인 영향이 없는 문제며 변속기 부분도 드라이버 모드에서 중립다이얼과 스포츠 다이얼로 변환되지 않아 이를 리콜조치한 것뿐"이라고 부연했다.

결정적 안전 문제와는 상관없는 부분에 대한 리콜이었고, 한국과 일본의 리콜 시기가 달랐던 것도 나라별로 안전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느냐의 차이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는 주장이었지만, 이런 설명은 자동차 담당 기자 입장에서도 이해하기 어렵다.

결국 일본이 한국보다 자동차 안전에 대해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에 일본에서 6개월 먼저 리콜이 진행됐다는 주장인데,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피해 당사자인 김 교수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6개월 간의 조치 차이는 6개월 동안 국내 소비자들을 무시한 처사"라며 "이러한 브랜드의 안일한 대응도 문제고, 윤리적인 차원에서 정부의 현실적인 제제나 징계조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문제점을 알면서 이를 바로 진행하지 않았다. 이번 문제의 핵심은 서비스 마인드인 것 같다. 자동차는 완제품 상태에서 여러 기능들을 탑재하고 출고된다. 약간의 문제라도 있다면 빠른 시정조치를 취해야 한다.

하다못해 손잡이 하나 고장이 나도 리콜하고 수리하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변속기 부분의 문제를 인지하면서도 이를 6개월이나 지난 뒤 리콜 조치한 태도를, 그곳도 바로 옆 이웃나라에선 이미 조치가 진행되고 있는 걸 알면서도 뻔뻔스럽게 버티고 있었던 그들의 마인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야기가 나온 김에 좀 더 깊게 들어가 보자. 이들은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대체 무슨 근거로 이런 주장을 한 것일까? 실제로 안전에 문제가 없는 것일까?

기어변환(P↔R, R↔N, N↔D 등)이 이런 식으로 순조롭게 되지 않는다는 결함인데, 이런 상태를 두고 "사고 가능성 제로"라고 어떻게 감히 확언할 수 있을까. 솔직히, 얼렁뚱땅 넘어가겠다는 수작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또 6개월이나 고장난 차를 타며 소비자가 이 위험을 안고 갈 수는 없는 일이다. 5000만원이하 차량은 존재하지도 않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자동차 회사가 할 짓이 아니다. 사소한 문제 하나까지 신경을 써도 부족한 마당에 이런 미지근한 대응은 국내 들어온 수입차에 대한 AS 신뢰를 더욱 약화시키고 있다.

기본이 안 된 이들은 여전히 '프리미엄' '최고급' '최상의 가치' 등의 이미지를 앞세워 우리나라에서 차를 팔고 있다. 이들은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재규어 1197대를 팔아치웠다. 똑같은 문제로 리콜을 일본보다 무려 6개월이나 늦게 진행해놓고도 이에 상응하는 대응이나 사과조차 없이 말이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관계자는 심지어 이런 말까지 했다.

"다른 나라에선 서비스 액션만 진행하고 리콜을 하지 않는 곳도 많지만, 국내에선 (리콜을) 실시했던 것이다."

참으로 거만한 태도다. 그나마 리콜을 실시해준 데 대해 고맙게 여기라는 말로 들릴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