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2012년 임진년(壬辰年) 마지막 날 오전 6시40분 출근길. 서울 기온 영하 12도, 체감온도 영하 15도 이하.
두 아이의 아비다보니 기온이 낮은 날에는 식솔이 걱정됩니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cm 이상 부쩍 자란 아이들은 아직 곤한 잠에서 허우적거리고 있겠지만 곧 잠에서 깬 후 엄마를 닦달해 놀러나가자 보챌 게 분명합니다.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는 한겨울 이즈음은 우리나라를 광명으로 이끄는 희망 가득 섞인 시간이지만 동 트기 전 어둠이 가장 짙어서인지, 차가운 공기 탓인지 이 시간까지는 어두운 기운이 더욱 강한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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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은하수를 건너서 구름나라로 구름나라 지나선 어디로 가나. 멀리서 반짝반짝 비치이는 건 샛별이 등대란다 길을 찾아라." -윤극영(1903-1988) 작사·작곡 '반달'
한국 최초의 창작동요로 윤극영 선생이 일제강점기인 1924년 만든 '반달'은, 어린이들의 정서에 맞춘 당시 일본 동요와 달리 시대상을 반영하며 세대를 초월한 사랑을 받았고 민족의 노래로 추앙받기에 이르렀습니다. 일본 총독부 학무국은 노래 내용이 불순하다며 금지시켜 탄압했지만 우리 민족의 입을 막을 순 없었죠.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메타포(metaphor, 은유·비유)가 가득한 이 노래에는 탄생비화가 있습니다. 일본 동경에서의 조선인 학살로 몸을 사리던 윤 선생은 우리나라로 귀국하자마자 10년 연상 친누나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했고, 충격을 받아 서울 종로구 삼청공원에서 눈물을 흘리다가 악상이 떠올라 '반달'을 만들게 됐다고 합니다.
새벽하늘에 둥실 뜬 반달은 정처를 잡지 못하고 나라 없이 중국, 간도를 떠도는 자신과 민족의 모습을 닮은 쪽배, 쪽배가 건너가는 드넓은 바다이자 민족이 처한 역사의 길인 밤하늘, 희망으로 민족을 이끄는 샛별 그리고 등대….
무척이나 쓸쓸한 플로우를 풍기고 있지만 가사를 차분히 음미해보면 '반달'은 희망가(希望歌)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해방의 나라이자 유토피아인 서쪽 나라를 향해 돛대와 삿대도 없이 샛별을 등대삼아 떠나는, 태어나자마자 죄도 없이 최악의 상황에 놓인 어린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려던 민족해방 염원을 담은 저항의 노래.
비록 '유토피아(utopia)'가 그리스어 ou(없다)와 topos(장소)를 조합한, 어디에도 없는 곳(no place)이라는 의미를 가졌다는 사실과 윤극영 선생의 친일 논란은 불편한 진실이지만 우리 민족이 한마음으로 해방의 희망을 담아 불렀던 '반달'의 본질에는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본질적 가치는 변하지 않을 희망에 대해 얘기하다보니 문득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주인공인 앤디 듀프레인(팀 로빈스 분)이 인생의 친구인 레드(모건 프리먼 분)에게 약속장소에 숨겨 전한 편지 중 가장 감명 깊었던 부분도 떠오릅니다.
"희망은 좋은 거예요. 모든 것 중 최고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좋은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