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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줄을 서다'와 '줄서기'의 한 끗 차이

이정하 기자 기자  2012.12.28 17:4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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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얼마 전 친구의 손에 이끌려 서울시립미술관에 다녀왔습니다. 영하 10도가 넘는 추운 날씨에 누가 왔나 싶었지만 웬걸요. 전시회는 관람 온 사람들로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고 대기 순번을 받고 나서야 입구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길게 늘어선 줄을 보다보니 대선 이후에 매번 연출되는 인사잡음과 함께 '줄서기' 현상이 불현듯 생각나더군요. 줄서기는 권력이 있는 사람이나 기관 등에 붙어 친분을 맺어 후일(?)일 기약하는 것을 의미하죠.

지난 19일 실시된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한나라당 소속 박근혜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박 후보는 총 선거인수 3072만1459명 가운데 1577만3128명의 득표를 얻어 51.6%를 기록하며 대한민국 첫 여성 대통령이 됐습니다.

박 당선인은 대선 승리 다음날인 20일 한나라당 당사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대탕평 인사를 통해 분열을 치유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새누리당 주변에는 인수위원회에 줄을 대려는 사람들로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이 선거 막판까지도 치열한 경쟁을 벌인 만큼 선거기간 동안 관망세를 보이다가 뒤늦게 줄서기에 들어가면서 그 열기가 뜨겁다고 하네요.

물론 정권 교체기마다 되풀이는 현상이라 낯설 것도 없지만 새로운 정부는 매번 구태의연한 줄서기 현상을 근절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문제는 반복해서 불거져 나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공직자들이 인수위에 오는 것이 앞으로 부서 내 처신에 도움된다고 생각하면 위험한 발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으며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인사청탁을 하면 패가망신 당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줄서기 없는 인사가 이뤄졌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인수위의 인사 논란은 벌써부터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특히 수석 대변인에 입명된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의 임명은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윤 대표는 언론인 출신의 보수 논객으로 그가 이전에 야당을 향해 던졌던 거친 발언 등이 문제가 되며 박 당선인이 밝힌 대통합·화합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라는 평가로 인해 곤혹을 치렀습니다.

논란을 의식한 듯 윤창중 수석대변인은 몸 낮춘 신고식을 치르며 "제 글과 방송으로 상처입은 분께 깊이깊이 송구스러운 마음을 갖고 있다"며 국민대통합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남자의 자격'이라는 오락 프로그램에서 '절대권력'이라는 주제를 다뤘습니다. 과거 권력을 상징하는 이경규와 투표를 통해 새롭게 선출된 김국진을 통해 권력의 본질에 대해 풍자했는데요.

당선이 되면 '상생의 정치'를 실현하겠다는 밝힌 김국진이 선거를 통해 당선됐지만, 그는 애초 공약과 달리 통합 대신 보복과 응징을 택했습니다. 나머지 멤버들도 눈치보기와 줄서기로 권력에 붙어 기생하려는 모습을 보였죠.

줄을 선다는 건 일종의 차례를 기다린다는 의미있데요. 줄서기가 네편과 내편을 가르기를 위한 도구가 아닌 차례를 기다려 마땅히 받아야 할 사람이 받는, 그런 의미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