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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떼에게서 인간의 때를 보다'

시인 설정환, 파리 소재로 한 '파리, 날다' 출간

김성태 기자 기자  2012.12.28 15: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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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출신 포토그래퍼 ‘매그너스 무어’와 공동작업으로 이색적 시도
◆파리를 통한 인간의 삶의 편린들 톡톡 튀는 해학적 코드로 버무려
◆전 세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기상천외한 파리들의 유쾌한 삶!

[프라임경제] 광주에서 활동 중인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의 설정환(42. 현 사단법인 에코미래센터 이사) 시인이 포토에세이 ‘파리, 날다’를 출간해 화제다.

‘파리, 날다’(한스미디어)는 자연경관과 인물사진, 누드 사진을 주로 찍어 온 스웨덴 출신의 포토그래퍼인 매그너스 무어의 사진과 일러스트 작업에 설정환 시인의 글이 결합된 공동작업으로 탄생한 합작품이다.

   
'파리날다' 표지

첫 시집 ‘나 걸어가고 있다’ 이후 2년 만에 출판계에 얼굴을 드러내는 설 시인의 이번 작품은 첫 시집 발간 당시 천편일률적인 작품 해설을 배제하고 시인들의 대담 형식을 도입하는 다소 파격적인 시도를 감행했던 작가다.

그는 최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이버문학광장 문학집배원 코너에 첫시집 수록작품인 파지 줍는 사람들의 어려운 생활현실을 담은 ‘삶의 무게’가 선정되기도 할 만큼 시적 완성도를 인정받고 있다.

그런 점에서 ‘파리, 날다’를 통해 보여 줄 시적 감성과 사유의 간결함을 내세운 대중적 호소력을 갖춘 세계가 어떻게 펼쳐질 지 주목된다. 여기에 스웨덴 포토그래퍼와의 만남, 그리고 독특한 소재인 곤충 파리와의 만남을 어떻게 버무려 놓았는지 독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다.

국내 출판계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매그너스 무어는 첫 책 ‘파리 날다 The Life Of Fly’를 2009년 출간해 현재 6개국 이상의 나라에 판권이 수출되었으며, 이 책에 수록된 작품은 베를린과 영국의 몇몇 미술 전시회에 선을 보일 만큼 폭발적인 화제를 뿌렸다.

매그너스 무어는 우연히 파티 장소에서 발견한 죽은 파리를 대상으로 사진과 일러스트를 곁들인 독특하고도 해학적인 작업은 입소문을 타고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무어의 이 같은 작업은 본명이 알려지기도 전에 인터넷에서 플라이켈란젤로(미켈란젤로의 패러디)로 화제가 되었고 영국의 서머스데일 출판사(Summersdale Publishers)로부터 출간 제의를 받게 되었다.

‘파리, 날다’에 등장하는 파리들의 삶은 인간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다. 총 57편의 파리 작품은 골프, 피겨스케이트, 권투 등 각종 스포츠를 즐기고, 꿈을 꾸며, 기도하고, 술에 취하고, 사랑하고, 결혼하고, 남과 비교하며, 경쟁하고, 협력하며, 살다,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이처럼 이 책은 늘 우리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상들을 파리를 통해 객관화해서 보는 재미를 주고 있다. 그러면서 ‘파리와 인간의 삶이 다른 게 무언가?’하는 근원적 사유의 세계로 인도한다.

플라잉피싱하는 파리 작품을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손에 꼽는 매그너스 무어는 한국어판 저자 서문에서 “웃음은 언어와 국가를 초월하는 전 우주적인 미덕”이라면서 한국에서도 큰 웃음을 선사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한편 설 시인은 서문 ‘파리 떼 인간의 때’에서 “시종일관 파리가 똥에게 날아드는 것처럼 파리의 먹이가 되어 똥 취급당하는 것에 대한 모멸감과 박탈감으로 정신적 혼돈이 여간한 것이 아니었다”면서 작업의 고충이 적지 않았음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내가 똥이 되어보자 하는 순간, 드디어 파리의 음성이 들리기 시작했다”면서 “ 파리 떼를 배불리 먹이는 똥으로 돌아오니 웃음이 돌아왔다”고 고백했다.

   
설정환 시인

또한 그는 “아이들은 똥이라는 말만 들어도 웃는다. 아빠의 방귀소리를 들어도 웃는다. 이것이 아이들의 힘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힘의 원천을 아주 쉽게 잃어버린다”며 세태를 비판한데 이어, “유치원이 그렇고 학교와 가정이 그 일을 도맡아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똥이라는 말로도 웃을 수 있는 삶을 폐기처분하고 똥 같은 삶을 사는데 참 많은 정력과 자본을 들여 세상을 더럽히며 살고 있다. 그만할 때도 된 것 아닌가”라고 독자들을 향해 돌직구를 던졌다.
특히,

이 책을 접한 한 독자는 “ 가벼운 듯 무겁고, 무거운 듯 가볍고, 쉬우면서 어렵고, 위로를 주면서 한편으론 성찰을 요구하고, 갸우뚱하다 끄덕이다, 노트 같은 책이면서 책 같은 노트”라며 소장용 가치가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설 시인은 이 책의 판매 수익금 중 일부를 광주지역 ‘지적장애인 및 자폐성 장애인 거주시설’인 사회복지법인‘예수마리아 요셉부활의 집’ 장애인들을 위해 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설정환 시인은 1970년 전북 순창에서 태어나 조선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04년 ‘함께 가는 문학’ 신인상으로 창작활동을 시작, 2010년 시 전문지 ‘시와사람’으로 등단했다.

5․18기념재단 ‘주먹밥’ 편집장과 광주․전남작가회의 사무처장을 거쳐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활동하다 현재 지하 수자원의 보존과 보호를 통한 지속가능한 물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환경단체인 에코미래센터에서 환경운동에 전념하고 있다. 시집으로 ‘나 걸어가고 있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