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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경매 연말결산] 9·10부동산대책 덕 '톡톡'…2013 경기호전 '맑음'

수도권 아파트경매 낙찰가율 75.2%…2·3금융권 경매청구 늘어

박지영 기자 기자  2012.12.28 09: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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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2012년은 부동산경기 침체가 우리나라 사회·경제에 어떠한 파장을 일으키는지 직접 피부로 느끼게 해준 한해였다. 올 부동산경기 침체는 부동산에 낀 거품의 반작용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이 보다 주택가치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면서 본격화됐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자산가치 기준이었던 아파트 값이 불황 앞에 무릎을 꿇으면서 부동산 가치 하락에 대한 공포를 키웠고, 그로인한 손 절매 투매현상도 속출했다. 이 과정에서 경매는 무너진 부동산 평가기준을 재정립하는 중요한 척도가 됐다.

실수요나 투자수요 할 것 없이 경매에 큰 관심을 보였고, 도출된 낙찰가는 곧 부동산 가격의 새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올 경매시장 주요 동향에 대해 알아봤다.

올 법원경매 26만6000건…낙찰가율 67.7%

경매정보업체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올해 전국 법원에서 진행된 경매건수는 26만6000여건으로, 지난해 26만7396건과 비슷하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매년 12월17일 기준 수도권 경매건수는 2011년 10만5541건에서 2012년 11만7408건으로 1만1867건 늘었지만, 같은 기간 비수도권이 15만1293건에서 13만8032건으로 1만3261건 줄면서 전체적으로 균형을 맞췄다.
   
2012년 12월17일 기준, 2000년대 연도별 전국 법원경매 진행건수.
이처럼 경매 진행건수는 지난해와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낙찰가율에서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올 평균 경매 낙찰가율은 지난해 70.7% 보다 2.97%p 떨어진 67.77%로 잠정 집계됐다.

이에 따라 경매 낙찰가 총액도 1조3419억원 감소했다. 이는 올 경매시장에 유입된 시중자금이 지난해 보다 1조3000억원이상 줄어든 것을 뜻한다.

수도권 아파트경매 3만건…낙찰가율 '글쎄'

올해 진행된 수도권 아파트 경매건수는 3만1546건으로 연말까지 약 3만3000건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말 3만779건에 비해 7.22% 증가한 수치며, 2000년대 들어선 최고점을 찍던 2005년(3만3850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다.

신건 수도 늘었다. 올해 경매장에 처음 나온 아파트 신건은 12월17일 기준 1만2155개로 이미 지난해 1만1953개 신건 수를 훌쩍 넘어섰다. 12월 중 남은 매각기일을 감안하면 올해 신건 수는 1만2600개에 육박할 전망이다. 역시 2005년(1만3234개) 이후 가장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2012년 12월17일 기준 연도별 수도권 소재 아파트경매 진행건수.
경매건수는 늘었지만 입찰자 수는 5만1673명에서 5만751명으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다. 자연히 입찰경쟁률도 5.78대 1에서 5.15대 1로 0.63명 떨어졌다.

낙찰가율도 지난해에 비해 5.45%p 떨어진 75.20%를 기록했다. 이는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것으로 최고점이던 2007년(91.85%)에 비하면 16.65%p 감소한 것이다.

박종보 부동산태인 연구원은 "올해 경매장에서는 최대 장점인 가격 메리트를 누리려는 입찰자 비중이 높아지면서 유찰 사례가 증가했고 낮아진 최저가 언저리 근처에서 입찰가를 써내는 등 예전 고가낙찰이나 신건낙찰 풍조가 유행할 당시와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고가낙찰은 196건, 신건낙찰은 140건에 그쳤다.

경매청구 1금융권 '줄고' 2·3금융권 '늘었다'

올해 경매시장을 통해 알 수 있었던 주요 동향 중 하나는 아파트 담보대출의 질적 하락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1금융권에 집중됐던 담보대출이 2·3금융권은 물론 대부업체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 이는 금융권별 금리 차이를 감안할 때 대출로 인한 가계 부담이 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부동산태인이 올해 경매가 진행된 전국 아파트 4만9000여건 중 채권자가 금융기관 명의인 아파트 신건 9907개를 분석한 결과 1금융권이 경매청구한 신건은 4476개, 2·3금융권이 청구한 신건은 5431개로 각각 파악됐다.
   
금융권역별 연도별 경매청구 신건 수.
   
금융기관별 경매청구건 증감현황.
그간 흐름을 보면 2009년까지는 1금융권 경매청구 신건 수가 더 많았고 2010~2011년에도 2금융권 경매청구 신건 수가 1금융권 대비 고작 200여개가량 많은 정도였다. 그러나 올해는 2·3금융기관 경매청구가 지난해보다 1000개 가까이 더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도 증가세가 두드러진 곳은 새마을금고와 대부업체였다. 특히 대부업체가 경매로 넘긴 아파트 신건은 2000~2008년까지 3개에 불과했으나 경기불황이 본격화된 2009년 10개를 넘어선 이후 2010년 40개, 2011년 129개에 이어 올해 240건으로 급증하며 적은 수에도 불구하고 인상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이 같은 양상이 계속될 경우 가계대출 상환부담이 늘어나고 이로 인한 원리금 연체 가능성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금융권이나 국내 경제에도 좋을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2013년 경매시장 1분기 고비…경기 '긍정적'

취득세 감면과 미분양 주택 양도세 면제를 골자로 한 9·10대책 발표로 가장 활발했던 부동산시장은 다름 아닌 경매장이었다. 실수요나 투자수요 가릴 것 없이 급매가보다 저렴한 값으로 주택을 마련할 수 있는 경매법정으로 몰린 것이다.

단적으로 9·10 대책효과가 실제 시장에 파급되기 시작한 10월 수도권 주택경매 입찰자 수는 올 들어 처음으로 9000명을 돌파하며 연중 최고점을 간단히 뛰어넘었다.

입찰자가 늘어나면서 10월과 11월 들어 수도권 소재 주택 낙찰건도 급증했다. 1~8월 평균 1400개꼴로 낙찰되던 수도권 주택은 9월 1684개로 시동을 건 데 이어 10월과 11월 연속 1830개가 낙찰되는 등 9·10대책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정 팀장은 "경매는 경매개시 결정 이후 법원에 신건으로 나오기까지 평균 5개월 정도가 소요된다"며 "올해 3분기(7~9월) 경기가 안 좋았기 때문에 이때 경매로 넘겨진 담보들이 경매장에 나오는 내년 1분기(1~3월)까지는 경매물량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정 팀장은 "취득세 감면혜택 연장 이슈가 있고 내년 상반기 집값 바닥론이 서서히 힘을 받고 있어 물량이 늘어나도 경매를 포함한 부동산경기는 한층 나아질 것"이라며 "경매는 집값 상승기라 해도 여전히 가격면에서 장점이 있어 일반 매매시장보다 더 빨리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