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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PP전문 외환은행도 '아파트 카드'는 이지스와… 왜?

은행권 EBPP 발전에도 정보장악력 탁월 특화업체 '장악'

임혜현 기자 기자  2012.12.27 17: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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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금은 일부에서 할인 조건 등이 일부 조정되고 있지만, 아파트 카드(결제액에 따라 관리비 할인 등을 제공하는 상품)는 어느 특화상품 못지 않게 치열한 경쟁이 치러지는 영역이다. 특히 우량 고객들을 유치할 수  있는 통로라는 점에서 은행과의 연계 접점이 커, 은행계 카드와 전업계 카드의 경쟁 구도가 형성되기도 한다.

특히 이 영역에 선구적 모델을 제시했던 기업은행(시장 선점효과)이나 우리은행(관련 홈페이지인 '아파트몰http://www.woorihomestory.com/' 제공) 등이 선전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아파트 카드의 선구 모델을 제시한 업체로 꼽히고 있다.
그런데 이 아파트 상품을 뜯어보면 특이한 구조가 눈에 띈다. "아파트 관리비를 자동이체하고 일정액 이상 사용하면…"이라는 상품 구조를 좀 더 들여다 보면, 카드업체들이 개별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손을 잡는 게 아니라 아파트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전사적 자원관리) 업체와 협력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는 전업계 카드사에 국한된 게 아니라 은행계 카드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ERP는 간단히 말하면 재무, 인사 등을 통합해 관리하는 시스템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ERP를 다루는 회사로 아파트 카드를 취재하면서 주로 언급된 회사는 이지스엔터프라이즈와 나이스.

특히 이지스엔터프라이즈는 아직 옛명칭인 이지스효성으로 불리며 높은 점유율로 관계자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이지스효성 시절인 2007년 전자금융업 1호 등록업체로 언론에 오르내린 바 있는 이지스엔터프라이즈는 전자지급결제대행(PG) 및 전자고지결제(EBPP) 업체로 이름이 높다.

그런데 일명 은행계 카드의 경우 이미 은행들이 요금 고지를 전산화해 편의성을 높인 EBPP망을 2000년대 초반 구축한 점을 생각하면, ERP를 취급하는 회사와 굳이 손을 잡는 게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은행권, EBPP 이미 2000년대 초부터 닦았지만…

EBPP와 ERP 등은 명칭은 다르지만 넓게 보면 비슷한 외형을 나타낼 수 있다. 아파트 카드의 경우를 보면, ERP를 통해 아파트 정보를 카드사 내지 카드업 겸영 은행이 제공받아 고지를 하고 돈이 오가는 등 구조를 짤 수 있다.

EBPP는 일반적으로 아파트 관리비 등의 고지서를 인터넷상에서 고객에게 직접 혹은 인터넷 빌링회사를 통해 고지하고 고객이 이를 인터넷상에서 확인, 결제하게 돕는 것이다. 기업은행이 2000년 EBPP를 활용한 인터넷뱅킹 공과금 납부를 선보였고,이 무렵 조흥(이후 신한으로 합병), 한빛(오늘날의 우리은행) 등 은행권이 차차 이 영역에 발을 들인 바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 망을 가진 은행이 카드업을 겸영한다고 하면 이를 적극 활용해 고객 편의를 높이고 카드 관련 업무(여기서는 아파트 관리비의 수납을 카드화함)를 연결하는 새 사업 모델을 구축할 여지도 존재한다.

실제로 EBPP를 이미 아파트 관리비 수납 기능에 활용한 완성체의 예는 2004년경에도 있었기 때문에 '아파트 카드'는 '아파트 인터넷 수납'의 아들뻘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당시 외환은행은 '인터넷 통합공과금 납부서비스'를 통해 ATM이나 인터넷을 통한 관리비 수납을 했었다. 이때 외환은행이 선보였던 아파트 관리비 수납의 대상은 전국의 아파트 약 6000단지, 350만세대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은 EBPP 달가워 하지 않는다" 우려 현실로?

하지만 EBPP를 통한 인터넷 관리비 수납은 EBPP 수납이고, 이를 카드업과 결합한 때엔 다시 ERP 업체와 협력을 하고 있는 어찌 보면 별개의 트랙을 두는 셈이다.

'통합적 모델'로 뻗어나가는 '고리'를 은행권이 열지 못한 격인데, 외환은행은 투엑스카드-베타 등 아파트 카드의 경우 이지스와 나이스를 같이 이용하며, 우리V 아파트카드의 우리은행도 ERP 업체와 협력한다. 이는 은행의 업무망과 상관이 없는 전업사 KB카드가 ERP 회사와 아파트 카드 관련 계약을 하는 것과 유사한 구조다.

여기에는 EBPP에 대해 은행권이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이미 2000년경에 존재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EBPP를 쓰면 고객은 대금결제에 따른 거래은행에 계좌운영 수수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고 고지금액의 확인 및 결제가 전자적으로 이뤄져 편리하며, 아울러 서비스 제공업체가 전자청구서 및 영수증을 장기간 보관해줌으로써 영수증을 일일이 보관 내지 관리해야 하는 부담이 사라진다.

하지만 당시 이런 은행권 우려론이 2000년대에 갓 진입했을 당시 고개를 든 것은 은행이 새 수익모델을 창출하는 면도 있지만 대고객 업무에서 일정한 감소 상황을 겪는 이중적 위치(딜레마 직면)에 있었기 때문이고 이는 비대면 거래 대세를 이룬 스마트금융시대인 현재와는 다소 달랐던 시대 분위기를 감안하면 설득력 있는 우려였던 셈이다.

◆"이지스효성, 아파트 정보 80%는 갖고 있을 걸?"

은행권이 이미 갖춘 EBPP를 적극적으로 파생상품화하고 새 시장을 더 넓게 개척하지 못한 틈에 전산회계 등 여러 점을 강화한 전문업체들이 블루오션을 창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외환은행은 인기상품 2X의 변종 모델인 베타 버젼을 선보이며 아파트 카드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고 보니 A은행 관계자는 "아파트 카드를 하는 회사들(카드사, 카드업 겸영 은행)은 모두 이지스 등과 손을 잡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할 정도다.

B은행 관계자는 "이지스효성(이지스엔터프라이즈의 구명칭을 혼용)이 아파트 관리소 정보의 80% 이상은 갖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업체의 특화된 장악력을 방증하기도 했다.

이는 더 잘 할 일에 집중해 더 돈을 벌자는 기회비용과 비교우위의 문제로 풀 수도 있지만, 기본적인 맥락을 다 짚어놓고 통섭적 발전을 못 한 것으로도 볼 수 있어 은행업과 카드업은 물론 경제 전반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