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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배임죄 구성요건으로는 '창의적 경영' 어려워"

학계·정계·법조계 미래지식성장포럼 토론회, 경영행위와 배임죄 현안 짚어

임혜현 기자 기자  2012.12.27 15:4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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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제대로 경영활동을 할 수 있게 해주고, '꼼수'를 부리는 경우는 엄격히 처벌하고 이렇게 구분을 하자는 것이다."(김형성 성균관대 법학전문대원 교수)

'배임죄와 경영행위'를 논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다. 헌법·상법·형법 영역을 넘나드는 통섭이 요청되는 복잡한 주제인 이유도 있지만, 기업범죄(재벌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논란이 되풀이돼 온 상황에서 '기업 편들기' 논란을 껄끄러워 하는 시각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의 명쾌한 발언처럼, 경영행위에 배임죄를 적용하는 현재의 상황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고 제대로 된 경영활동을 독려하기 위해 언젠가는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배임죄 적용 논란과 개선 논의 확대 토론회: 글로벌 경영 시스템 상황에서의 법적 한계' 세미나에서는 정치권과 학계, 법조계를 망라해 배임죄가 기업 경영에 적용되는 상황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 방안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배임죄 적용 논란과 개선 논의 확대' 토론회는 기업경영의 창의성과 진취성을 보장하는 배임죄 모델 마련에 관한 다양한 논의의 장이 됐다.

미래지식성장포럼(이사장 박세경)은 특히 경영행위에 대한 배임죄 처벌의 문제가 이전에도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라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온 점에 착안, 이번에 재벌범죄에 대한 마녀사냥 논리에서 분리, 새 모델을 정착시킬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다.

"경영행위 배임죄 적용, 세계적 추세 아니다"

주제발표에 나선 이경렬 숙명여대 법대 학장은 우선, 배임죄 영역이 가진 한계를 언급했다. 이른바 '셰도우 디렉터(그림자 이사)' 등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배임죄를 이런 부분에까지 확대적용해
   
이경렬 숙명여대 법대 학장.
처벌하면 논리적 모순이 된다고 우려했다. 

실무에서 엄연히 특별법인 상법상 특별배임죄 대신 업무상 배임죄-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에관한법률(이하 특경법)상 배임죄가 애용되는 현 상황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논리적 구조로 볼 때 "경영판단에 업무상배임죄-특경법을 적용하는 것은 사실상의 사법권 남용"이라는 게 이 학장의 지적이다.
    
이 학장은 아울러 이런 문제점의 해결 방안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경영판단이론'의 한국법률학 안착 문제에 대해서도 짚었다. 이에 "경영판단이론은 형사법상 범죄론의 체계적 위치가 무엇인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소개하는 한편, 상사법 판례에서의 수용 상황도 전했다. 

이 학장은 배임죄 관련 논의와 경영판단이론 등 개선 방안의 검토에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함을 강조했다.
   
박민영 동국대 법대 교수.
미국에서도 경영판단이론이 하루 아침에 정립되거나 불변의 진리로 굳어진 것은 아니었다며 1989년 델라웨어주 형평법원 판결로 경영판단이론이 큰 전기를 맞았음을 소개했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 우리나라에서 배임죄 등 재벌범죄에도 치열한 변화 시도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학장은 "일명 '3+5 공식(3년 징역에 5년 집행유예)'으로 형량을 부과하는 경향에 대해 앞으로 사회봉사명령을 함께 부과하거나,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해 민사적 책임을 강화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 등도 언급했다.

토론 사회자인 박민영 동국대 법대 교수는 "기업인의 배임행위는 일반적인 배임행위와 다른 측면이 있기 때문에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최근 경제민주화 논의에 편승해 자칫 '기업 때리기' 일환으로 변질될 우려가 적지 않기 때문임을 논증했다. 

박 교수는 특히 "세계적으로 볼 때도 사법 만능주의는 지양되는 추세"라면서 "법관의 판단에 모든 영역에 대한 지나친 개입을 하게 하는 것은 문제"라고 경영판단에 관련해 배임죄 적용과 검토가 과도하게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경영행위의 배임 처벌, 위헌적 요소 우려

   
김형성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형성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 헌법은 헌법 제119조의 경제의 자유와 창의 보장 외에도 기본권에서도 기업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면서 행복추구권, 직업의 자유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 같은 경영활동의 자유를 형법에 모호한 규정을 둬 해석에 따라 처벌이 좌우된다면 '법치국가' 원칙에 어긋날 것이라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아울러 "순수한 경영판단(의 결과)에까지 배임 해석을 적용하면 위헌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도 했다.

아울러 국가의 정치적 판단에 면책권을 인정하는 '통치행위이론'이나 '경제적판단이론' 등이 있다며, "기업의 경영행위에도 이런 정신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검찰 출신 김진태 의원(새누리당, 법사위)은 현재 일각에서 일고 있는 업무상 배임죄 처벌 강화 움직임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김진태 새누리당 국회의원.
현재 국회에는 △업무상 배임죄로 처벌받은 기업인의 경우 일부 업종에 대주주를 할 수 없게 하자는 안 △일정액 이상의 업무상 배임죄를 저지른 기업인의 경우 집행유예를 원천적으로 불허하도록 법 규정을 바꾸는 안 등이 제출돼 있다.

김 의원은 기업의 경우 활동의 특성상 피해액이 천문학적 액수로 규모가 커질 수 있다고 현재 논의되는 안의 맹점을 강조하고 "이렇게 범죄의 태양(형태)이나 죄질 등을 검토하는 대신, 액수만으로 단순히 판단하도록 하자는 것은 일종의 표퓰리즘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창의경영 가능하게 배임 관련 논의 큰 틀에서 다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을 지낸 김영선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효과적 범죄억제나 배상기능이 필요하다면 형식적 논리의 틀에 박힌 기존 형벌이론에서 벗어나 전형적이고 개방적이며 실용적인 태도에 입각해 다양한 방식의 형사제재를 도입하는 것이 범죄억지나 피해배상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개선 대안을 밝혔다.

   
김영선 금융소비자연맹 회장.
김 회장은 "현재 경제 환경과 기업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다"며 과거 배임죄가 주주에 대한 배신을 다루는 구조였지만 오늘날의 기업은 주주와의 관계뿐 아니라 근로자의 경영 참여, 국민들의 평가 등 중첩된 구조 하에서 영업을 하고 있어 법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단언했다.

아울러 오늘날 기업은 경제의 사이클에 따라 큰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고 언급하고, 창의적 경제활동을 보장하고 기업의 경제 사이클 변화에 대한 적응이 가능하려면 리스크 감수에 어디까지 면죄부를 줄지 새 논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배임죄처럼 처벌해서는 창의경제나 경제사이클 변화 이슈에 대한 대응을 할 수 없으므로 가능성을 열어주고 허용하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게 김 회장의 역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