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금철·이수영·이정하 기자 기자 2012.12.27 15:03:02
[프라임경제] '2013년 계사년(癸巳年)' 증시흐름은 올해처럼 '상저하고(上低下高)'로, 코스피 밴드 상단 전망은 2000에서 2400포인트까지로 예측되는 가운데 글로벌 증시의 부활 키워드는 '유동성 확장'과 '리스크 완화'로 집중되고 있다. 올해 증시는 2011년 5월2일 2228.96 전고점을 찍은 이후 지루한 횡보세를 이어오며 투자자들에게 심리적 투자부담을 안기기도 했다. 또한 상반기에는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이, 하반기 '전차'(전기전자·자동차)가 증시를 주도했지만 결국 대형주 위주의 판세인 만큼 개인투자자들은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렇다면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이 올해와는 다소 대조적으로 내년도 증시는 완만한 상승세가 지속되리라 진단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관심 있게 지켜볼 업종별 이슈는 무엇일까?
27일 국내 20개 증권사 연구원들의 내년도 업종별 전망을 모아 정리한 결과, 관측이 엇갈리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어느 정도는 명암이 가려졌다. 일단 전기전자(IT)와 운송, 화학, 제약·바이오업종 등은 내년도 관심을 가질만한 상승모멘텀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변함없는 IT·정부 믿는 제약·바이오…화학·운송 등도 매력 충분
내년 가장 '핫'할 것으로 보이는 업종은 단연 전기전자다. 내년 IT업황이 수요둔화 국면에 진입하더라도 업체들의 설비투자 축소 등 수급개선 가능성이 높아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진단이 일반적이다.
세계적으로 IT산업이 구조조정에 들어갈 경우 국내 하드웨어 업체들은 시장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고, 삼성전자가 스마트 모바일기기 판매 목표를 공격적으로 잡은 것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반도체 업황도 공급 조절을 통해 수요를 회복하며 올해 부진에서 벗어날 것으로 분석되며 디스플레이 부문도 LCD TV의 대형화에 따른 수급 개선이 점쳐지고 있다.
다만 반도체의 경우 PC와 모바일 DRAM 생산능력이 수익 향상의 관건으로, 디스플레이는 대형 터치제품과 모바일 기능 강화가 관건으로 지적되고 있다.
위성에서 본 지구 밤과 낮의 경계선처럼 내년도 업종별 전망도 밝은 쪽과 다소 어두운 쪽으로 구분되고 있지만 회의론보다는 긍정론이 우세한 편이다. 각 업종이 겪을 악재 역시 이미 올해 업황 및 주가에 반영됐다는 진단도 이어지고 있다. |
이와 관련 한국투자증권 홍종길 연구원은 "한류와 비자 이슈 외에도 의료관광 활성화 정책 등에 힘입어 인바운드 관광객이 증가할 것"이라며 "외국인 방문객 80%가 찾는 서울은 이를 수용할 객실이 상당히 부족해 호텔, 숙박업 호황도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화학업종은 수요 약세 속에서 제품가격을 결정짓는 두바이 원유가격의 하락 안정화로 제품가격도 안정권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일시에 비중을 늘리기보다는 대형주 위주로 뉴스흐름에 따라 조금씩 투자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IT와 함께 전문가들이 '탑픽' 업종으로 꼽은 제약·바이오 부문은 반등을 넘어 재도약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넘치고 있다. 약가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 극복과 신시장 개척 등이 상승 포인트다.
조윤정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내년엔 실적회복이 본격화하면서 영업력·제품력을 겸비한 상위제약사의 신규처방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정부지원 정책 수혜도 연구개발(R&D) 능력과 해외 수출비중이 높은 상위업체로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외 곡물가 상승 둔화와 환율 하락으로 내년 업황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음식료업종과 유료 방송시장의 구조적 성장으로 수익성 개선 여지가 커진 미디어업종도 긍정적인 흐름이 예상된다. 음식료업종은 내년 해외시장 공략 강화로 인한 성장동력 부각, 미디어업종은 한류 지속 및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에 따른 방송수신료 시장의 질적 성장도 호재로 꼽힌다.
◆차·금융·건설·조선·유통 "빛 들 구석은 있다"
올해 원화 강세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주간2교대 시행 이슈 등에도 양호한 실적을 거둔 자동차업종에 대한 전망은 전문가별로 큰 편차가 있었지만 올해보다는 암울할 수 있다는 쪽이 비교적 우세했다.
엔화 약세·원화 강세 기조에서 특히 큰 타격을 입는 업종으로 알려진 자동차업종은 새로 출범한 일본 아베 정부가 양적완화 정책으로 기존 엔화 약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 매크로 환경 여건이 나쁘다. 일본 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이 강화될 경우 국내 업체의 실적이 둔화될 수 있기 때문.
이밖에 미국이 실업률 개선을 위한 고용창출 방안으로 자동차산업 육성책을 펼쳐 자국 기업보호 정책을 실시하면 리스크는 더욱 커질 수 있으며 최근의 현대·기아차 연비 과장 논란과 수입차 약진도 위협요소로 지목된다. 그러나 성장률 둔화 우려는 지속적 신차 출시와 생산능력 확대로 해소할 수 있다는 의견도 상당수다.
금융업종은 증권과 보험에서의 성장세가 관측된다. 그러나 은행은 내년 이익 감소를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정욱 대신증권 최정욱 연구원은 "고정금리 대출 확대를 위한 적격대출 판매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될 것"이라며 "은행업종의 내년 추정 순이익은 약 9조4000억원으로 올해 추정 순이익 10조1000억원에 비해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확언했다. 은행에 대한 정부 규제와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여론도 리스크 요인이라는 부연도 추가했다.
증권은 글로벌 유동성 확대와 저금리 기조, 주가하락에 따른 밸류에이션(가치대비 주가수준) 부각 등의 호재가 있어 올해보다는 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은 생명보험의 경우 보험료 인상과 저축성 상품 판매 자제 등에 힘입은 3%가량의 매출 상승이, 손해보험 역시 보장성과 저축성 모두 5~10% 내외의 매출 성장이 예상돼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는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추정된다.
건설은 분양가 상한제 폐지, 취득세 감면혜택 기간 연장 등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과 수도권 광역급행 철도 사업, 20만호 행복주택 프로젝트 등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에 따라 대표적인 '근혜노믹스' 수혜업종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이는 공약이 예정대로 실행됐을 때의 얘기다. 사탕을 뱉어내고 당장의 현실만 따지면 건설업종은 내년에도 침체국면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인 국내 아파트 가격은 주택 주요 구매층인 30~54세 인구수 감소로 반등 기미를 찾기 힘들고 고질적인 공급 과잉문제도 뚜렷한 해소방안이 없는 상태다. 중동 지역의 플랜트 수주 경쟁 심화도 마진율 둔화를 예상케 하는 악재다.
내년 상반기까지 명확한 수주 개선세를 찾기 힘든 조선업종에 대한 전망은 암울한 편이다. 공급과잉 리스크가 치명적이다. 공급과잉이 지속되면 선가가 하락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는 게 당연한 일이다.
아울러 중소 조선사의 경우 내년 하반기 수주잔고가 완전히 소진되면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철강파트 또한 국내외 시장 경쟁심화에 따른 어려움이 찾아올 것이라는 진단이 주를 이루고 있다.
유통업종은 상대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박 당선인의 주 공약에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대형 유통업체 규제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영업규제 외에도 대형마트는 신규출점 한계, 온라인쇼핑몰·슈퍼마켓 등 타 업태와의 경쟁심화 등이 악재로 지목되며, 백화점은 경기침체 및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고가상품 판매부진, 합리적 소비패턴 확산, 부유층 소비심리 악화 등의 걸림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