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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와이즈홈의 분루, 왜? '아파트 카드' 전쟁터는 재편中

우리은행, 기업銀보다 높은 대행 수수료도 대납…M/S따라 요지경속

임혜현 기자 기자  2012.12.26 18: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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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때 일합을 겨뤘던 아파트 카드 시장에서도 긴축 바람이 불고 있다. 아파트 카드란, 관리비를 카드에 자동이체 신청해 놓으면 카드의 결제실적에 대비, 다달이 꼬박꼬박 내야 하는 아파트 관리비를 일정액 깎아주는 신용카드를 말한다.

고객들은 자칫 관리비가 연체될 수 있다는 걱정을 없앨 수 있고, 카드사 입장에서도 아파트 카드는 우량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고객 유치에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조건이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다. 아파트 카드 빅뱅을 치렀던 시점이 불과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 격세지감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업계 카드도 아닌 이른바 은행계 카드인 기업은행이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끌고 있다. 기업은행은 금융지주 산하 은행 중심으로 구도가 재편된 은행권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비중을 갖고 있다.

KB국민카드, 와이즈홈 고민에 혜택 급격히 조정: 장기전 위한 포석?

   
기업은행은 아파트 카드 영역에서 독보적 위상을 일찍부터 쌓으며 관심을 불러 일으켜 왔다.
아파트 카드에는 혜택 조건을 충족하기가 은근히 어렵다는 불만이 따른다. 더욱이 이런 혜택의 문턱이 점차 높아질 전망이다.

하나SK카드의 '스마트 APT카드'와 우리은행의 '우리V아파트카드'는 그나마 문턱이 다소 낮은 상황. 관리비를 제외하고 카드를 30만원 이상 쓰면 1만원까지 할인해 준다.

신한카드의 '생활愛카드'는 80만원 이상 쓰면 최대 월 2만원까지 할인해 준다. 40만원 이상이면 1만원이다.

한편 KB국민카드의 혜택 축소 추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B국민카드의 '와이즈홈카드'은 지금은 80만원 이상 쓰면 월 2만원까지 할인되는데, 내년 3월부터는 실적 구간별 할인 혜택이 조정되어서 월 120만원 이상 써야 2만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물론 불경기에 카드업계가 혜택 축소에 전반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와이즈홈카드의 경우에는 이런 일반론 대신 아파트 카드 시장에서 기업-신한과 맞붙기 위해 초반 강공책을 지속하기 보다 전체적인 포트폴리오를 조금씩 손볼 필요를 느낀 게 아니냐는 풀이도 나오고 있다. 장기전 포석이 아니냐는 것.

당초, 지난해 3월 KB에서 와이즈홈카드를 내놓을 때만 해도 '아파트 카드계의 빅뱅 주인공'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KB국민카드의 경우 같은 금융그룹 산하에 있는 국민은행이 워낙 오래 전국 부동산 관련 자료를 축적해 와 간접적 노하우 이득만 해도 상당할 것이라는 해석이 따랐던 것. 와이즈홈카드는 출범 초기부터 1만5000여개의 아파트단지에 할인이 적용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을 전부 장악할 수도 있을 것으로 여기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몇 년에 걸쳐 천천히 쌓은 기업은행과 신한카드의 아성을 한꺼번에 모두 잠식하기 위해 무리수를 둔 점이 오히려 자승자박이 된 것으로 보인다. 강기정 의원실(민주통합당) 자료에 따르면, KB국민카드의 와이즈홈카드는 514억원의 손실을 내면서 우리나라 대표적 불효자 카드로 등극했다. 아파트 카드 영역의 선구적 상품으로 꼽히는 신한의 생활애카드 역시 와이즈홈과 비교해 만만찮은 손실을 내며 경쟁 중이지만, 시장장악 문제 등과 관련해 전체적 그림을 보면 KB의 속이 더 쓰릴 것이라는 풀이다.

대행 수수료 처리, 카드 영역 전반의 사정 반영 바로미터?

일부 아파트 카드의 경우, 관리비 자동이체 시 고객이 결제 대행 수수료를 내야 한다.

그런데 이 문제가 아파트 카드의 명암과 내부 사정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이야깃거리를 낳고 있다.

금융회사마다 수수료 부과 기준은 다른데, 기업은행의 경우 아파트 카드의 결제계좌를 기업은행으로 지정한 경우 면제, 다른 은행으로 카드의 결제계좌를 정한 경우 330원의 대행 수수료를 물리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어느 은행을 결제계좌로 쓰는지 상관없이) 면제하고 있으며 이 점은 KB국민카드 역시 같다.

   
우리은행의 V아파트 카드는 우리아파트몰 등 관련 정보 제공 사이트 운영 등 감성 경영으로 후발주자의 한계를 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우리은행의 야심작인 우리V 아파트 카드의 경우 원래 500원의 대행 수수료를 물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를 은행에서 부담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우리은행이 아파트 카드 영역에서 아파트 우리知 카드를 밀다가 우리V 아파트 카드를 지난 연말에 내놓으면서 각종 매력 높이기에 여념이 없어 세심한 부분에까지 관심을 기울인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기업은행이 같은 경우 330원을 무는 상황에 다소 부담이 큰 것은 카드 부문에서 우리은행의 마켓셰어(M/S) 위상과 무관치 않다는 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통크게 이런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대신 모두 떠안고, 한쪽에서는 '우리아파트몰' 같은 정보성 사이트를 운영하는 등 스토리텔링 기법 활용에도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홍보 등에 요란하게 나서지 않지만 차분한 페이스 관리 패턴을 보이는 우리은행의 영업 패턴이 아파트 카드에서도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한편, 하나SK카드의 경우 동업 모델 때문에 수수료 절감 혜택을 고객에게 못 주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하나SK카드과 일부 전업 카드사 등은 건당 330원씩 내야 한다. 하나SK카드는 같은 하나금융그룹 산하의 외환은행 뿐만 아니라 카드사의 모체였던 하나은행으로 결제계좌를 지정해도 대행 수수료를 물린다는 점에서 "아무래도 SK와 사업을 동업하고 있는 처지라 그런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참고로 SK쪽은 OK캐시백을 독립적 수익 모델로 키우는 등 일찍이 수수료 사업에서 독보적 능력을 갖고 있다. 당연히 고객이 물어야 될 구조인 대행 수수료까지 대신 내주자는 의견을 관철하기 어려운 사업파트너가 아니냐는 호사가들의 이야기를 낳는 근거가 여기 있어 흥미를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