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직장인 A(34)씨는 요즘 속이 시커멓다. 자주 가는 인터넷 주식카페 회원들이 '정치 테마주' 투자로 한 몫 단단히 잡았다는 얘기에 솔깃한 게 화근이었다. 부인 몰래 적금 2000만원을 유력 대선후보의 '대장주'에 털어 넣을 때만해도 곧 상한가로 치솟을 차트를 기대하며 들떴던 A씨. 하지만 기대와 달리 문제의 '대장주'는 그의 바람과 정반대로 움직였고 결국 해당 후보가 선거에서 지면서 끝도 없이 곤두박질쳤다. 혹시나 하며 문제의 종목을 사고 팔 때마다 A씨의 잔고는 확연히 줄어들었고 그는 지난 주말 마지막 손절매를 끝으로 컴퓨터와 스마트폰에서 주식거래 프로그램을 모조리 삭제했다.
'대선 테마주'가 휩쓴 국내증시가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테마주 대부분이 비상식적인 주가 급등락을 거듭하면서 이달 들어서면 평균 52.5% 급락했다. 심지어 특정 종목을 최고가에 투자해 계속 보유한 경우 투자원금의 88.0%를 날렸을 것이라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테마주 평균 28.2% 추가 하락 가능성
26일 금융감독원 테마주특별조사반에 따르면 정치 테마주 150개의 주가 흐름을 분석한 결과 주가변동폭이 평균 302.3%에 달했다. 1000%를 초과한 종목도 4개나 됐다. 써니전자가 3146.2%로 최고치를 기록했고 에스코넥과 우리들생명과학이 각각 1109.7%, 1064.2%의 주가변동폭을 보였으며 바른손도 1044.1%를 기록했다.
거래대금 급감 등 돈가뭄에 시달렸던 국내증시가 올해 유독 대통령 선거 관련 이슈에 크게 휘둘렸다. 전문가들은 선거 결과에 상관 없이 인맥, 정책테마로 묶인 종목들은 대부분 빠른 시간 안에 가격 거품이 빠지기 마련이므로 섣부른 투자는 절대 금물이라고 조언한다. |
급격한 주가 급등락으로 인해 주식의 '손바뀜' 현상도 두드러졌다. 해당 종목들의 분석기간 전체 매매회전율은 평균 2628.4%에 달했다. 그중에서도 미래산업과 우리들제약은 하루 거래량이 상장주식수의 2배를 넘는 기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들 정치테마주가 이달 들어 급격한 하락세로 투자자들의 손실폭을 급격히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조사반 관계자는 "지난 21일 현재 주가 수준은 최고가 대비 반 토막 수준"이라며 "일례로 써니전자의 경우 최고가에 투자해 계속 보유한다고 가정했을 때 원금 손실이 88.0%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종목별로는 인맥 혹은 정책테마 여부에 따라 하락 충격에서 다소 차이를 보였다. 대표적인 인맥주 15개와 정책주 15개의 최근 3주 간 주가 흐름을 분석한 결과 인맥주는 대선종료가 임박하면서 평균 31.9% 급락했다. 반면 정책주는 정책실행 기대감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적은 20.9%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상한가 따라잡기' 오히려 손해 키워
비정상적인 테마주의 주가흐름은 고스란히 개인투자자들의 손실로 이어졌다. 주가가 잠잠했을 때보다 오히려 급등했을 때 손실이 커지는 기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조사대상 테마주의 주가 상승기 일평균 총 손실액은 1억5760만원으로 횡보기 2080만원보다 컸다. 일례로 '상한가 따라잡기' 전략에 따라 전일 상한가 종목을 추격매수해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은 기대와 달리 손해를 보는 경우가 대다수였다는 얘기다.
조사반 관계자는 "테마주는 높은 변동성과 함께 예측이 어려워 주가가 하락할 때뿐 아니라 오를 때도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며 "우량주 위주의 견전한 투자가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한편 금감원은 불공정거래 혐의가 있는 종목에 대해서는 정치 일정 종료와 상관없이 추적감독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한국거래소 역시 지난 3월 시장경보제도를 정비한데 이어 이상급등 종목에 대한 매매거래정지 제도 도입 등 시장관리 강화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