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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의 스포츠세상] 우리네 '물놀이 문화' 수출 그날까지…

한국 여가문화 넘어선 한국형 워터파크 독특한 공간, 창의적 개발 아쉬워

김재현 칼럼니스트 기자  2012.12.24 17: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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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우리나라 사람들 대다수는 목욕을 즐긴다. 목욕 문화로 치자면 우리나라처럼 다이내믹한 나라도 드문 것 같다.

누구나 한번쯤은 어릴 적 어머니 손에 이끌려 목욕탕에 끌려가 일명 '이태리타올'이라는 무시무시한 도구 앞에 살이 한 두 번은 벗겨진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한 때 우리나라 특정지역에서는 이태리타올로 만들어진 원형 판이 빙빙 돌아가는 놀라운 때밀이 기계까지 등장, '때 손님들'로부터 사랑을 독차지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인데다 곳곳마다 계곡, 저수지가 널려 있는, 그야말로 물 좋고 물 많은 나라다. 또 다른 나라에 비해 수질이 뛰어난 온천이 많아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난히 물과 친숙하다.

이런 환경 때문에 우리네는 물과 관련한 다양한 놀이시설을 즐기는 데 익숙하고, 또 온천욕을 흔히 여가활동의 주요 메뉴로 삼는다. 수요가 많으니 관련사업도 다양하게 진행된다. 다수의 대기업이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워터파크 등 물놀이 문화 사업에 진출하거나 뛰어들 계획을 세워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여가생활을 즐기는 이들이 갈수록 늘어나니 당연한 일일테다.

업계에 따르면 캐리비안베이, 오션월드 등 대형 물놀이시설들은 각각 연간 150만명의 입장객을 맞고 있다. 우리나라 워터파크 시장이 세계 랭킹 10위 안에 들 정도라고 하는데, 인구수에 비해 상당히 큰 규모다.

매머드급 물놀이 시설인 워터파크와 스파가 혼재된 최신식 휴양 시설들도 속속 들어선 가운데, 최근에는 전에 없던 디자인으로 세계적인 명소를 꿈꾸는 곳도 있다. 수도권 어떤 곳에선 빌딩식 실내 워터파크 건립이 진행 중이기도 한데, 한 층당 1만평 규모의 시설이 총 10개층으로 지어지는 전무후무한 종합 물놀이 시설이 들어서게 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왕성한 국내 '물놀이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해외 유수한 휴양시설 디자이너들과 설계 전문가들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데, 미국 디즈니랜드를 디자인한 캐나다 W사는 캐리비안베이 등 국내 워터파크 시장의 65%정도의 시설을 건립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최근 W사를 방문한 필자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은 소비자가 놀기 좋아할만한 시설 디자인에만 몰두하는 게 아니었다. 인간의 다양한 '놀이 심리'를 바탕으로 치밀한 '놀이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었다.

신제품 개발 부서의 수십명 연구진들은 최고의 쾌감 추구 디자인을 고안해 내는가 하면, 인간이 극도의 불안감을 극복하고자 하는 심리적 요소를 자극하는 제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놀이시설 하나하나에 섬세한 연구가 적용되는 현장을 처음 봤던 터라 신기하고, 부럽기도 했다.

물놀이 시설의 대명사 워터파크는 온천과 목욕이라는 한국의 여가 문화를 넘어 하나의 특별한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드는 생각이 있다. 서로 비슷한 꼴로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는 워터파크들이 아닌, 개개별 차별화된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진다.

단순한 놀이시설 건립이 아닌, 독창적인 문화산업 차원에서 워터파크 사업이 진행됐으면 한다. 이를 위해선 창의적인 인재개발시스템이 필요할 것인데, 두뇌 명석하기로 유명한 우리 민족이 어느 시점에 가선 워터파크를 해외에 수출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한국방송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었던 '스폰지'에서 방영된 바 있는 '빙빙 돌아가는 원판형 때밀이 기계'. 어느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즐기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물놀이를 이토록 즐기는 우리 민족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뛰어난 물놀이 시설을 만들어낼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네 물놀이 문화가 전세계에 수출되는 그날을 꿈꾼다. 

김재현 스포츠칼럼니스트 / 체육학 박사 / 문화레저스포츠마케터 / 저서 <붉은악마 그 60년의 역사> <프로배구 마케팅> 외 / 서강대·경기대·서울과학기술대 등 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