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현대사회는 빠른 속도가 특징이다. 특히 정보시대에서 속도는 단순히 시대를 구분하는 것을 넘어 인류가 받들어야 할 신성한 가치 중 하나가된 지 오래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문명의 이기들은 따지고 보면 모두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물건들이다. 자동차가 그렇고 휴대전화와 패스트푸드, PC 등이 그렇다.
속도라는 시대의 가치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 긍정적인 것으로는 신속한 의사결정, 지식의 광범위하고 빠른 전달 그리고 개인 여가시간의 확보 등을 들 수 있다. 반면 부정적인 것은 지나치게 재미만 추구하는 경박함, 복잡함과 신속함 사이에서의 갈등으로 인한 신경쇠약 그리고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소외자 발생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빠른 속도로 인한 변화 중 가장 특징적인 것을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지식의 변화 주기'라고 지적했다. 얼마 전까지 세대만 해도 한번 배우면 평생 쓸 수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살아왔다. 어렸을 때 부모나 이웃으로부터 배운 농사기술만으로도 평생 농사를 짓고 사는데 별 문제가 없었다. 도자기를 굽는 사람도 장사를 하는 사람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세상이 변하는 속도가 그만큼 느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요구되는 지식 역시 더 많아지고 범위가 넓어졌다. 어제까지만 해도 훌륭하게 적용되던 지식이 하루 사이에 전혀 쓸모가 없는 것이 되기도 한다. 오랫동안 공들여 닦은 주판실력이 전자계산기와 엑셀 프로그램의 등장으로 전혀 쓸모없는 존재가 된 것처럼 말이다.
앨빈 토플러는 이렇듯 쓸모없게 되는 지식을 '무용지식(Obsoledge)'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무용지식이란 빠른 시대의 변화에 따라 소용이 없게 된 지식을 말한다. 그리고 변화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유용한 지식이 무용지식으로 변하는 속도도 빨라진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끊임없이 지식을 업데이트 하지 않으면 직장이나 사회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가치 역시 줄어들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단기간의 수익에 집착하지 말고 긴 안목으로 시장 전체를 관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자신의 지식을 총동원하여 내린 판단과 결정이 이미 용도폐기된 무용지식은 아닌지 뒤돌아보는 진중함이 필요하다. 투자에서 무용지식은 그저 쓸모없을 뿐 아니라 손해를 부르는 독이될 수도 있다.
이홍규 현대증권 광산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