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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톡] 하나은행 가상계좌 재판매 점검, 배경은?

임혜현 기자 기자  2012.12.21 09:4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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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가상계좌를 활용한 은행 및 금융 업무가 늘고 있는 가운데, 올해 하나은행이 가상계좌 재판매를 일신, 정리를 단행해 좋은 결과를 얻은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 등 전자상거래에 있어 중요한 양대 요소라면, 거래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애스크로와 대량의 거래를 무리없이 진행되게끔 도와주는 가상계좌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은행이 금년에 단행한 조치는 후자를 정리, 투명성과 은행의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가상계좌, IT 발달된 세상에 금융-유통 발전 기반으로 떠올라 

실제의 은행 계좌로 거래를 하는 게 원칙이지만, 대량 거래의 필요성이 높은 사업자는(입금 거래가 많고 상시로 일어나는 경우 불편이나 혼선이 빚어지게 되므로) CMS를 사용하거나, 가상계좌를 활용한다.

CMS이체를 추진하면 지로거래(지로용지를 사용하는 거래)나 별도로 수금인력을 두는 경우보다 대금의 집금 속도가 빨라진다는 장점이 있다. 한 번 신청을 해놓으면 잔고만 있으면 매번 기계적으로 인출을 요청하는 것이니, 지로를 입금하러 나설 수고 등에 비해 내는 쪽에서도 수월해지기 때문.

하지만 CMS는 코드를 넣어야 하는 등 사용에 불편이 많기 때문에, 일정 기간 반복적 거래를 하는 경우(예를 들어 신문대금을 다달이 통장에서 빠져나가게 하는 것)가 아니면 활용이 어려운 면도 있다.

그래서 '일시적으로' 그때에 한정해서 '특정액' 입금을 받아야 하는 경우 효자상품으로 등장한 게 고객전용계좌라는 이름으로 흔히 불리는 '가상계좌'다.

즉 CMS계좌는 집금용 실계좌지만, 이에 반해 가상계좌는 말그대로 실계좌 아닌 가(假)계좌로서 쉽게 만들 수도 폐기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일시적으로 사용할 계좌번호를 받았다는 경우 예를 들어,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산 뒤 "어느 은행 계좌로 대금을 입금하면 되는데 대신 액수를 정확히 맞춰 달라. 날짜는 언제로 해달라(이후엔 신청취로 보겠다)" 등의 요구조건이 부여된 상황에 통장번호를 받게 된다면 이건 가상계좌라고 이해하시면 쉽다.

투명성 낮았던 가상계좌 재판매, 은행 고삐 당긴 까닭은?

아울러 이 같은 가상계좌도 기본틀에서 점차 발전, 가상계좌를 '재판매'하는 등 활용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일반 물건이나 금융 상품, 계약 등을 재판매·하청·유동화하기도 하는 것처럼, 가상계좌 역시 PG사에서 은행에서 여러 개 발급받은 뒤 활용성을 높이기도 하는 것이다.
   
하나은행의 가상계좌 관련 점검, 거래중단 상황에 따라 금년에 일부 사이트들은 거래계좌 변경 등 조치에 나서는 홍역을 치렀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가상계좌 활용 상황에 대한 관리 강화가 이뤄졌다는 풀이다. 사진은 관련 내용을 공지하고 있는 某 사이트 화면.

금년에 일부 사이트에서 회원들에게 하나은행 계좌번호를 통해 입금을 받던 것을 변경하도록 공지가 뜨거나 실제로 하나은행과 거래를 끊는 등 잠시 소동이 있었는데, 이 같은 가상계좌 (재판매) 상황에 하나은행이 정리를 시도하면서 비롯된 것이다.

하나은행은 실제로 한 번 정리를 시도한 바 있고 몇 개 업체와 가상계좌 관련 거래를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 같은 시도를 '투명성'이라는 주제로 설명했다. "재판매 업체에서 가상계좌를 어떻게 쓰는지 파악이 안 되는 면을 정리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즉 VAN사에서 가상계좌를 발급받아 이를 어떻게 쓰는지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는 이야기다. 가상계좌는 관리에 있어 방임되는 측면이 있고 범죄 악용 소지 등이 없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주목, 가상계좌 재판매 관련 현황 점검, 일부 정리를 시도했다는 게 이번 상황의 배경이다. 실제로 "3,4개 업체를 정리했다"는 게 하나은행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같은 투명성 제고 움직임은 가상계좌를 활용한 거래가 점점 느는 등, "언젠가 한 번은 털어야 한다"는 필요를 은행권에서 절감하고 있었던 게 현실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일부 은행(신한은행에서는 가상계좌를 접목한 '주머니' 앱을 출시한 바 있다)에서는 가상계좌를 부여한 뒤, 오래 사용하는 거래관계로 발전하기도 하는 등 변화와 발전이 이뤄지고 있기도 하다. 가상계좌 역시 실계좌를 활용한 거래에 준해 장악, 관리할 필요가 높아지고 있는 시대적 변화와 은행권 대응이 일반 소비자들이 모르는 사이에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