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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롯데주류 '눈물의 이중주' 어떻게 헤쳐 나갈까?

전지현 기자 기자  2012.12.20 17:2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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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기존 소주광고는 술자리를 즐기는 분위기를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아쉽게도 이번 롯데주류 광고는 모델의 섹시함을 앞세워 주류 문화의 화려함만을 내세운 게 문제 아니었을까요."

결국 롯데주류가 선정성이 논란이 된 최신 '처음처럼' 동영상 광고 중단을 선언했다. 최근 술 광고에 아이돌 모델을 쓰지 말아 달라는 서울시의 자제권고에 따른 조치다.

롯데주류는 지난 5년 동안 이효리와의 '처음처럼' 모델 관계를 청산하고 지난 1일부터 이씨의 대안으로 걸그룹 카라 구하라, 씨스타 효린, 포미닛 현아를 광고모델로 발탁했다.

문제는 선정성이었다. 새롭게 구원투수로 투입된 아이돌 세 미녀들의 동영상은 서로의 댄스실력으로 포장된 섹시함을 경쟁하듯 과감하게 연출했다. 특히 현아를 주인공으로 추가 제작된 개인 동영상은 과감한 '쩍벌춤'으로 최근 조회수 200만에 육박하는 등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서울시는 17일 주류회사에 아이돌 연예인 광고모델 기용 자제를 권고했고, 계속될 경우 해당업체를 대상으로 수입 누락, 광고로 인한 부당 이득 등에 대해 국세청에 세무조사를 요청하겠다고 경고, 결국 롯데주류가 광고 중단을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청소년의 우상인 아이돌들이 주류광고에 출연할 경우 청소년들의 음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주된 이유였지만 사실상 롯데주류의 판단 착오가 초래한 결과로 보인다.

롯데주류는 모델 선정과정에서 과거의 히어로인 이효리를 대변할 비슷한 이미지를 지닌 아이돌을 영입하려 했던 게 주된 목적이었겠지만, 그들이 간과한 게 있다. 이씨가 연예계에서 쌓아온 10여년의 포스와 이미지였던 것이다.

이효리는 단지 섹시함만을 지닌 연예인이 아니다. 핑클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토크쇼와 음악방송을 통해 비춰진 그녀의 모습은 수많은 경험과 세월 속에서 쌓여진 솔직하고 담백한 이미지였다. 데뷔 초반 섹시함을 강조했던 그녀의 이미지는 뒤늦게 드러난 힘들었던 유년시절을 바탕으로 형성된 가족에 대한 사랑과 동료에 대한 우정임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은 그녀가 단순한 화려함만을 추구하는 하나의 연예인이 아닌 인성을 갖춘 사람으로 여기게 됐다.

이씨의 공백을 수적으로 채우려 했던 롯데주류의 전략은 결국 이효리가 갖고 있던 것은 화려하고 섹시함만을 노렸던 착오가 불러온 결과였을 것이다. 특히 새 모델들이 갓 스무살을 넘겼다는 점에서 이효리의 이미지를 넘을 수 없는 장벽이 될 수밖에 없었다.

또 하나의 아쉬움이 있다. 최근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롯데주류의 최근 광고를 두고 음주 문화의 즐거운 분위기를 전하는데 초점을 맞추지 못했음에 아쉬움을 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음주라는 것이 자칫 '그날의 여정을 한잔 술로 달램'이 아닌 '그저 마시고 신나게 놀자'라는 데만 주안점을 둔 퇴폐문화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국내 소주 광고는 음주를 즐기는 분위기를 전달했다.

지난 1990년대 후반 배우 이영애와 황수정은 깨끗한 이미지를 내세워 소주 시장을 공략했고 김태희는 '오늘 소주 한 잔 할까요?'라는 멘트로 민간인의 느낌을 전달했다. 배우 남상미는 회식에 참석해 노래를 부르는 모습으로 직장인들의 분위기에 공감을 일으켰으며 문채원은 하얀 블라우스를 입고 청순한 모습으로 유아인과 함께 풋풋한 학생 커플의 모습을 연출해 대학생 소비층까지 공략했다.

지금껏 롯데주류 역시 젊은 소비자들이 무조건 마시고 취하는 음주문화보다 다양한 주종의 술을 즐기며 부드럽고 재미가 있는 술자리로의 건전 음주문화를 주안점으로 삼아왔다.
 
지난 2010년 '청하'의 광고에서 '좋은 술자리 문화 만들기'라는 슬로건 아래 술을 청하로 바꾸니 '불편한 술자리'에서 '즐겁고 깔끔한 술자리'가 된다는 것을 주 내용으로 삼았고 유이를 내세운 '처음처럼 쿨' 광고에서는 '한방에 안 간다'라고 이야기하는 식의 재미를 가미한 중의적 표현으로 소주도 좀 더 즐겁게 마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도 그러했다.

   
 
그런데 왜 이번에는 이렇게 두 가지 점 모두에서 아리송한 선택을 했을까? 롯데주류가 이번 '처음처럼' 광고를 선정적으로 연출한 것, 기존의 좋은 패턴을 깬 것이 이효리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흐름을 한 번 벗어난 실수, 단순한 '판단 미스'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