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의 9세대 어코드는 브랜드 특유의 보수적인 색채는 유지하면서 전체적인 분위기에는 변화를 가하면서 이전 모델이 갖고 있던 '하이테크'한 이미지 대신 '질리지 않는 대중적인 느낌'을 부각시켰다. |
[프라임경제] 혼다 어코드가 국내 시장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최근 혼다가 극심한 판매 부진을 겪었던 만큼, 이번 9세대 어코드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미 중형 시장은 독일 브랜드뿐만 아니라 출시 이후 높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캠리(토요타) 및 알티마(닛산) 등과 같은 일본 브랜드와의 경쟁도 전망되고 있는 상황. 과연 어코드가 치열한 경쟁에서 '수입차 1위'라는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직접 시승을 통해 살펴봤다.
'권위 및 지위 등을 부여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혼다 어코드(Accord)는 미국에서 생산된 최초의 일본차로, 1세대(1976년) 모델 출시 이후 36여년간 160개국에서 1600만대 이상 팔린 월드 베스트 셀링카다. 그동안 8세대에 걸친 변화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받았으며, 9세대로 거듭나면서 국내에서 부진을 털고 새로운 도전의 시작을 예고 있다.
혼다코리아에 있어 이번 어코드 출시는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물론 다른 일본 브랜드처럼 주력 모델인 동시에 자사 전성기였던 2008년 판매를 주도했던 차종이기 때문이다.
정우영 혼다코리아 사장은 "혼다의 과거이며 혼다의 미래인 신형 어코드는 새로운 모델이 출시될 때 마다 세단의 가치 기준을 바꿔오며 이제 9세대 모델로 돌아왔다"며 "혼다의 자부심이 담겨있는 신형 어코드는 그 어떤 동급 모델과의 경쟁도 거부하는 새로운 클래스의 제품으로 국내에서 혼다의 돌풍을 재현하게 될 것"이라 자부했다.
◆'패밀리 세단의 품격' 무난한 디자인, 프리미엄으로 전환
이번 9세대 어코드는 혼다 특유의 보수적인 색채는 유지하면서 전체적인 분위기에는 변화를 가했다. 패밀리 세단으로써 이전 모델이 갖고 있던 '하이테크'한 이미지를 줄이고 '질리지 않는 대중적인 느낌'으로 디자인했다.
무난한 외관과 달리 내부는 우드그레인도 하이그로시 도장이 되는 등 소재 질감 향상을 위한 노력을 가했으며 이전 모델에서 지적받던 센터페시아의 많은 버튼도 깔끔하게 정리됐다. |
특히 두 개의 수평 바(Bar)로 단단한 이미지를 형상화한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은 어코드 특유의 존재감을 소비자들에게 어필한다. 여기에 그릴 주변을 'U'자 형태로 감싸는 크롬 가니쉬로 역동성을 표현했으며, 일본 중형 모델로는 처음으로 LED 헤드램프를 채택하면서 강력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군더더기 없다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매우 단순화한 측면도 최근 트렌드인 '에어로 다이나믹(공기역학성)'을 배제하고 직선과 곡선이 적절히 섞었다. 스포츠 세단이 아니라 패밀리 세단으로서 지나친 유선형보다는 직선의 모습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후면부는 제네시스(현대차)와 유사성을 피하지 못했다. 물론 어코드는 제네시스보다 좁고 정후면에서 보면 완전히 다른 차로 보이지만, 리어램프 형태에서 느끼는 유사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것이다.
치명적 매력이 없는 무난한 외관과 달리 내부는 보면 볼수록 마음을 사로잡았다. 우드그레인도 하이그로시 도장이 되는 등 소재 질감 향상을 위한 노력이 눈에 띄며 이전 세대 모델이 지적 받았던 센터페시아의 지나치게 많은 버튼이 깔끔하게 정리됐다. 특히 센터페시아는 최근 유행에 따라 공조와 오디오를 개별 공간에 두는 계단식 디자인을 채택했다.
◆뛰어난 정숙성과 응답성 눈길…연간 4000대 판매 목표
어코드의 매력을 느끼기 위한 시승 코스는 지난 13일 어코드 2.4 EXL 모델을 타고 경주 보문관광단지 호텔현대경주에서 포항시 호미곶 새천년 기념관을 왕복하는 총 137km 거리다.
본격적인 시승에 들어갔다. 시동을 걸면 부드러운 엔진음이 들린다. 2.4ℓ I4 엔진에 CVT를 장착하고 있어 저속구간에서는 엔진음이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다. 특히 시속 90km까지는 마치 '하이브리드' 차량을 타고 있는 느낌이 들 만큼, 소음은 비교적 잘 억제된 편이다. 이는 신형 어코드 전 모델에 적용된 ANC(액티브 노이즈 컨트롤)와 ASC(액티브 사운드 컨트롤) 시스템이 외부 소음을 줄여 조용하고 안락한 실내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변화를 가져온 2.4 모델은 심장부터 업그레이드됐다. 4기통 SOHC에서 DOHC 직분사방식으로 바뀌면서 기존 5단 자동변속기에서 한층 진화한 CVT 변속기와의 조화로 188마력(6400rpm)의 최고출력과 25.0㎏·m(39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했다. 이전 MPI 모델 대비 10% 향상된 출력과 4% 개선된 효율성을 보인다. 연비 역시 복합연비 기준으로 2.5모델 12.8㎞/ℓ(신연비)로 나쁘지 않은 연비를 자랑한다.
고속도로에 들어섰을 때 있는 힘껏 가속 페달을 밟았다. 스티어링 휠과 페달의 응답성이 뛰어났고 부드럽게 앞으로 나갔다. 가속페달을 밟아도 RPM 오르내림이 타브랜드 차량과 달리 많은 변화 없이 속도가 일정하게 증가하며 순식간에 120km/h를 넘겼다.
하지만 지나치게 가벼운 스티어링 휠은 고속 주행시 양손으로 꽉 움켜지고 운전하지 않으면 차량이 흔들렸다. 또 급정거할 때에도 손에 힘을 조금만 빼도 좌우로 심하게 흔들렸다.
9세대 어코드만이 갖춘 특이한 편의사양은 측방 사각지대를 내비게이션 화면으로 보여주는 '레인와치(Lane Watch)' 기능이다. 이는 우측 사이드 미러 아래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동승석 방향의 '사각지대'를 LCD 화면으로 비춰줬다.
지난 12일 출시한 어코드의 계약대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혼다는 내년부터 연간 4000대의 어코드를 판매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9세대 어코드는 국내에서 트림별로 △2.4 EX 3250만원 △2.4 EX-L 3490만원 △3.5 EX-L 4190만원에 판매된다. 비슷한 가격대의 △캠리(토요타) △알티마(닛산) △퓨전(포드) 등과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더군다나 이들이 최근 높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이번 시승 결과, 9세대 어코드는 2008년 국내에게 크게 사랑받은 8세대 모델의 장점을 모두 지니면서도 시대에 맞게 업그레이드된 모델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수입차 1위'라는 과거 영광의 재현에 나선 만큼 2013년 4000대 판매 목표를 초과달성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