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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G생명 인수 무산, KB의 겨울잠은 어떤 모습?

'비은행강화'여전히 유효…내실강화+체제손질 필요↑

임혜현 기자 기자  2012.12.19 12: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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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KB금융그룹의 '포트폴리오 다각화 M&A 실험'이 무산됐다. 어윤대 KB금융 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해 온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추진 건이 일부 사외이사들의 반대로 18일 밤 결국 실패로 막을 내리면서, 파장과 KB금융의 향후 움직임의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겠다는 어 회장의 꿈은 당분간 숙제로 남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어 회장의 레임덕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같은 각도에서 접근하는 흐름의 이해보다는 어 회장의 구상이 실패로 돌아간 상황에서의 차선책 마련, 그리고 '어 회장식 큰 그림'을 앞으로 어떻게 승계·발전시킬 것인지에 관심을 모아야 할 필요가 더 높아지고 있다. 

번번이 발전 동력 마련 막는 '내부 리스크 해소' 절실

어 회장의 이번 M&A 추진 실패는 정권 말을 맞아 어 회장에 대한 견제심리가 더 강해졌다는 측면이나 세계적 경제 불안 속에서 보험업에 손을 댔다가는 리스크 부담이 크기에 신중을 요하는 변수가 작용했다는 점 등 외에도 여러 숙제를 남기고 있다.

예를 들어 2011년 3월에는 KB국민카드를 분사시켰고, KB투자증권과 KB선물을 통합하는 등  비은행 부문을 강화는 지속적으로 추진돼 왔다. 일종의 메인 스트림으로 하나의 경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M&A를 필요에 따라 추진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과거 KB카드 분사 등에서 나타난 문제를 돌아볼 필요가 높아지고 있다. 당초 카드 분사 문제는 지주사 전환(2008년 9월 매듭) 후 1년 내 추진한다는 구상이 있었다. 물론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라는 대형 변수의 파급력을 부인하기는 어렵지만, 우리은행 재직 시절 문제로 인한 제재로 황영기 전 지주 회장이 낙마하고, 이후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의 지주 회장 등극 상황을 둘러싼 진통 등 경영권 공백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유효하다. 일련의 경영권 공백 사태 속에서 시일을 더 지체한 감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ING 인수 시도 실패는 KB금융그룹에 많은 화두와 숙제를 던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명동 KB금융지주 본사.
이번 보험사 인수 추진과 무산 역시 '일종의 CEO 리스크' 틀에서 볼 수 있다. 임기 후반으로 갈 수록 M&A 치적 쌓기 욕구가 강해지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어 회장의 '공개구애'와 겹쳐지면서 문제가 됐다. ING 문제는 (이번에 무산되기는 했지만) 과거에도 이미 어 회장이 제안했다가 무산되기도 했던 것으로 잘 알려지면서 시장 관심을 모아온 이슈다. 일각에서는 어 회장의 이 같은 행보가 "(어 회장의) 발언이 나올 때마다 (저쪽의 매각) 가격만 높인다"는 불만을 낳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메가뱅크론자가 상층부에 영업돼 들어오면서 변주돼 온 'M&A 불안과 이에 대한 달래기, 또다른 영역의 M&A 초점 이동과 뒤이은 불만'이 연착륙 실패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즉 이번에 내부 진통으로 ING 인수 가격이 당초 예상치보다 좀 낮아지는 파급 효과가 나오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던 바와 결국 인수안이 부결된 일은 KB의 한계를 극명히 드러내는 예다. 사외이사들과 어 회장이 짐짓 밀고 당기기를 하며 상대방에 대해 값을 '알뜰히' 깎을 기회를 잡는 '회장-사외이사들의 좋은 역할 분담'이 아니었다는 것. 

강수를 두는 어 회장과 이에 대한 반발, 그리고 그로 인한 여파로 가격 인하 효과라는 '생산적이지 않은 논쟁과 단가 낮추기'가 나왔을 따름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손발이 맞지 않는, 더 깊게는 서로 신뢰감이 부재하는 국면에서는 '부산물'이 나올 뿐 생산적인 '부수입'은 기대하기 어렵고, 또 실제로 획득하기도 어렵다는 점이 입증된 셈이다.

이는 국민은행 시절부터 계속 '전통'으로 굳어져 온 사외이사들의 강한 역할 행사 모델이 갖는 한계로도 볼 수 있다. 'CEO 리스크'라는 악재를 만나면 제 아무리 사외이사들이 외부의 객관적 시선으로 독립적으로 판단을 내놓는다는 KB 스타일의 시스템이 있어도 좋은 방향에서 모멘텀으로 작용하는 데 한계에 직면하게 되고 오히려 부작용이 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차기 회장이 누가 되든(예를 들어 정권이나 당국과의 관계), 경영권을 판단, 행사하는 데 있어 불필요한 잡음이나 공백이 없도록 최대한 정비를 하는 거시적이고 전반적인 제도 손질할 필요가 높다는 분석이다.  

비은행 강화, 영역별 협업 모델 강화 필요성 대두

어 회장의 이번 추진이 불발됐지만, 그럼에도 앞으로도 어떤 형태로든 비은행 강화는 지속적으로 갖고 가야 한다는 점에서는 반론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현재 KB금융그룹 영업이익 가운데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4%로 경쟁사인 신한금융지주(약 62%)를 크게 웃돈다.

은행에 편중돼 있는 KB금융의 포트폴리오가 갈수록 한계를 보일 것은 이미 점쳐지고 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현재 추세대로라면 은행업이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처럼 은행의 저성장-저수익 상황 직면은 앞으로 '뉴 노멀'로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업 쪽에서 이익이 은행 이익에 많이 치중해 있으면 금리나 환율, 여러가지 은행 고유 리스크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특히 국민은행 의존도가 높은 KB금융에게 예견되는 '은행업의 고전' 추세는 반가울 리 없다. 보험 등 비은행 구조와 수익 구조 다각화해 리스크를 분산해야 할 필요 또한 더 강해진다고 할 수 있다.

당분간 KB카드와 국민은행간 공조로 체크카드 시장에서 선전한 것처럼 금융그룹 내 여러 영역의 '융합과 협력'을 통한 효율 극대화가 집중 이슈로 부각될 공산이 크다. 또 이미 어 회장 시절에 부각된 바 있는 몸집 줄이기 역시 다시금 '전가의 보도'처럼 등장할 여지가 있는데, 다만 이 문제는 어 회장에 대한 국민은행 노조의 불만 표출 등에서 보듯, 쉽게 추진하기에는 차기 회장에게도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쟁 금융그룹들의 자책골 기다리며 내실 다지기 간다?

다만 앞으로 직면할 은행업의 위축과 세계적인 경제 위기로 인한 금융 전반의 냉각은 KB만이 겪는 문제는 아니라는 점이 위안거리라고 할 수 있다. 또 4대 금융그룹 경쟁자들의 움직임도 여전히 빠르지 않은 상황이다.

일례로 외환은행 인수 마무리로 하나금융이 급부상할 것으로 점쳐졌지만 아직 그 효과가 나오지 않는 점 등을 볼 수 있다. 우리금융 역시 민영화 문제 해결이 여전히 숙원 과제로 남아 있다.

하나금융의 합병체제가 안정화되기까지는 2~3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될 것이라는 시각도 나오는 만큼, 신한-우리-하나 등과의 본격적인 영업 경쟁 등은 이후가 될 것으로 볼 수 있다.

KB로서는 따라서 이 기간 내에 묵묵히 내실 강화로 가면서 향후 좋은 M&A 매물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정중동 국면이 예상되고 있다.

KB의 이번 겨울잠은 영양 보충(비은행권 강화의 체계적이고 적절한 추진)을 완비한 이후의 느긋하고 깊은 숙면이 되기 보다는 졸다 깨다를 반복하는 '불완전한' 겨울잠이 될 것이지만, 바로 그런 면에서 생존본능이 어떤 식으로 날카롭게 발휘될지 시선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