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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승진과 '삼성 미래 전략' 함수관계

삼성전자 진두지휘 예고…승계 가속화, '실질 오너십'은 아직?

나원재 기자 기자  2012.12.18 16: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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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 막바지 잰걸음으로 포스트 이건희 체제에 한발 더 다가섰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신상필벌(信賞必罰) 인사원칙을 강조하며 "이재용 사장의 승진은 없다"고 잘라 말한 지 꼬박 1년 만이다. 그룹은 이를 두고 '승계 가속화'는 아니라며 일찌감치 못 박았지만,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 승진 전후에 벌어진 사장단 인사를 여전히 주시하고 있다. 이 부회장을 구심점으로 한 옛 구조본의 일보 전진이 적절히 안배된 모양새라는 게 이유다.

삼성그룹의 행보가 다이나믹하다. 지난달 말 이건희 회장은 취임 25주년 기념식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야 한다"며 "부단히 성장하는 기업, 국민과 사회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이 초일류기업이다"고 메시지를 통해 밝혔다.

이후 그룹 정기 인사가 단행됐고, 단연 눈에 띄는 인물로 이재용 부회장이 떠올랐다. 이 회장은 1년 전 "인사 방침은 예전과 다를 바 없다"며 "이재용 사장과 이서현 부사장의 승진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능력만큼 인정하겠다는 의중이 에누리 없이 적용된 셈이다.

이 때문일까. 이 사장의 부회장 승진까지의 1년이 새삼 재조명되고 있다. 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이 부회장에 대해 글로벌 경영감각과 네트워크를 갖춘 경영자로서 경쟁사와의 협력관계 조정, 유대관계 강화 등을 통해 스마트폰·TV·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이 글로벌 1위를 공고히 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대목은 이 부회장이 글로벌 경쟁사들마저 심각한 경영난을 겪는 가운데 최전선에서 삼성전자의 경영 전반을 지원, 창립 이래 최대 경영성과를 올리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이 부회장은 그간 해외 바이어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해왔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동차와 태양광, 식음료까지 다양한 업태의 글로벌 CEO들과 교류의 폭을 넓혀왔다. 고 스티브 잡스의 추모식은 물론, 중국 총서기 및 부총리와 소니 등 친분을 두텁게 쌓으며 견문을 넓히기도 했다. 올해 분기별 최대 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가 이 부회장의 후광으로 자연스레 떠오르고 있는 대목도 눈여겨볼 점이다.

   
삼성그룹 정기 인사에서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은 이재용 부회장이다. 그룹은 '승계 가속화'라는 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이 부회장을 둘러싼 핵심 인묾의 전진배치를 놓고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어찌 됐든 그룹은 이 부회장의 승진을 두고 최고운영책임자(COO)로서 CEO를 보좌했던 과거와는 달리 최고경영진으로서 깊고 폭 넓게 삼성전자의 사업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그룹은 이 부회장의 승진을 경영승계와 연관시키는 것은 부적절한 풀이로, 단지 경영의 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 회장이 주 2회 정기 출근을 계속하고 있고, 연 100일 이상을 해외출장을 다닐 정도로 일선에서 의욕적으로 경영을 해오고 있어 '승계 가속화'라는 해석은 적절치 않다는 게 이유다.

◆승계 가속화 아니지만…눈에 띄는 핵심인사

그룹의 말마따나 이 부회장의 승진을 곧 '승계 가속화'로 해석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이 부회장을 둘러싼 핵심 인물의 전진배치를 놓고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는 우선, 그룹의 순환출자 구조 해소란 이슈와 맞물린다. 삼성그룹은 금융회사가 비금융 계열사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한 '금융 산업의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금산법)'에 따라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끊어야 한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삼성카드가 삼성에버랜드를 지배할 수 없다는 게 핵심이다.

그룹은 현재 삼성카드가 보유 중인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5% 남기고 처분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 다양한 방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무래도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 여부가 가장 큰 숙제다. 이와 관련, 삼성에버랜드를 지주사로 전환해 삼성전자 등 비금융권을 이하 계열사를 두고, 삼성생명을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해 카드와 화재, 증권 등을 계열사로 두는 해법도 회자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이 현재 0.57%로, 이 회장의 지분 3.38%를 향후 물려받더라도 절반을 세금으로 내야하는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계열사 간 포괄적 주식 교환(스와프)이 이 부회장의 향후 그룹 내 오너십 강화를 위한 묘수가 될 가능성은 농후하다.

최근까지 삼성그룹 인사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그룹은 이달 초 이 부회장의 승진 등 연말 인사를 단행했지만, 앞서 그룹 핵심 계열사에 이 부회장을 고려한 듯 핵심 인사의 전진배치를 꾀했다.

◆핵심인물 곳곳 배치, 시너지 기대  

올 6월 삼성전자 부회장에서 삼성 미래전략실장에 임명된 최지성 부회장이 단연 눈길을 끈다. 그룹에 따르면 최 부회장은 '실전형 CEO'로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에 가장 잘 대응해 나갈 최적임자다.

최 부회장은 빠른 의사 결정력과 공격적인 경영을 통해 TV와 휴대폰 사업을 세계 1위로 성장시킨 삼성 간판 CEO다.

장충기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 사장의 지난해 미래전략실 실차장 임명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장 사장은 김순택 전 미래전략실 부회장과 함께 '이학수-김인주' 체제에 비견돼온 인물로, 구조본 기획팀장 출신이다.

   
그룹 핵심 계열사에 옛 구조본 인사의 전진배치가 눈에 띈다. 이재용 부회장과 미래 삼성을 어떻게 준비해 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은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 부회장(좌),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우)
앞서 출자구조 핵심 계열사에 전진 배치된 인물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박근희 삼성생명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해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으로 부임 후 사업 전반에 대한 폭넓은 경영안목과 추진력으로 제2의 도약을 이끌어온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박 부회장은 국내 보험시장을 지속적으로 선도함은 물론, 초일류 보험사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박 부회장은 지난 2001년 삼성 구조본 전무에서 부사장을 거쳐 삼성카드 대표이사 사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지난해 말 삼성SDS 부사장에서 삼성에버랜드 대표이사에 오른 김봉영 사장도 1982년 입사 이후 삼성 구조본 경영진단팀 임원과 삼성SDS 경영지원 총괄을 거친 인물로, 삼성에버랜드의 안정적인 수익 창출과 경영혁신을 추진한다.

동년 삼성카드 고문에서 삼성선물로 사장으로 이동한 김인주 사장도 삼성 비서실 재무담당을 거쳐 구조본과 전략기획실 사장을 역임하는 등 그룹 내 재무통으로 꼽힌다.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의 DS(device solution), 윤부근 사장의 CE(Consumer Electronics), 신종균 사장의 IM(It & Mobile communication) 발휘할 시너지도 이 부회장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이재용 부회장과 그룹 내 핵심인사가 미래 삼성을 어떻게 준비해 나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