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예대마진과 수수료로 편하게 돈을 벌던 시대는 당분간 잊어야 한다. 은행마다 돈을 굴릴 방법을 찾지 못해 수익 창출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에 금융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어느 때보다 강화되고 있다. 여기에 경제 침체는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은행권은 '긴 터널'을 통과하고 있다.
저성장ㆍ저금리ㆍ저수익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은행들은 새로운 전략을 마련하는데 그 어느 때보다 고심이 깊은 한 해를 보냈다.
지난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논란에 이어 금년에는 경기 악화에 따른 기업 대출 연체율 증가, 주택시장 침체에 따른 가계대출 부실화 등이 주요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이런 기조는 내년에도 이어져 은행 이익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이 양적 완화의 기본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보여, 우리 경제 역시 저금리의 궤도를 따라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전방위에서 실적에 직접적인 압박이 가해질 수밖에 없었던 만큼 은행권의 2012년은 "더 이상 아날로그 방식의 영업 스타일과 상품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김정태 하나금융 회장)"는 인식을 새롭게 한 해였다고 할 수 있다.
◆ 2012년에도 실패한 우리금융 '새 주인 찾아주기'
우리금융 민영화가 무산됐다. 2010년과 2011년에 이어 또다시 무산되면서 문제가 다시 안갯속으로 숨은 것이다.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혔던 KB금융이 발을 뺀 데다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 IMM 등이 매각 주관사로부터 투자설명서를 받아갔지만 결국 예비입찰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아 문제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제 우리금융의 민영화는 다음 정권 출범 후를 기약하게 됐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위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집할 것인지도 함께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 하나금융, 외환은행 인수 매듭
긴 산고 끝에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를 성공시켰다. 하나금융에서 임명한 윤용로 외환은행장이 외환은행 노조로부터 첫 출근을 기념해 장미 꽃다발을 선물받고 있다. |
◆ 비판받은 '은행의 탐욕'
오랫동안 쌓여온 은행의 손쉬운 이익 창출에 대한 불만이 고조된 한 해였다. 특히 대출 등에 지표가 되는 CD금리에 금융기관간 담합 문제가 불거졌고, 여기에 국민은행의 대출서류 조작 의혹과 신한은행 학력별 금리 차별 논란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은행들은 문제의 재발 방지 약속과 함께 각종 사회공헌 행보로 공적 책임을 다하며 '초심'으로 돌아갈 방안을 찾는 모습을 보였다.
◆ 본사조직 줄이고, 희망퇴직 받고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신한은행이 연초에, 한국씨티은행이 이번 연말에 희망퇴직을 받는 등 조직을 슬림하게 가꾸려는 접근법이 시도된 한 해였다.
꼭 인력을 줄이는 외에도 부행장 자리를 축소하고(우리은행·농협은행) 본점 인력을 외부로 배치하는 안건을 검토하는 등 영업에 적합하고 기동력 있는 젊은 조직이 핵심 키워드로 선택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 미국 은행들보다 앞서는 바젤 III 절차 마무리 단계
9월 바젤 III를 도입하는 내용으로 은행업 감독규정과 시행세칙 규정 변경이 예고된 데 이어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등에 이어 연내에 '내년 초 바젤 III 도입'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내 은행들의 자본비율 건전성이 충족돼 발빠르게 바젤 III 체제로의 전환에 나서도 무리는 없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영업에 족쇄가 될 수밖에 없는 체제를 굳이 미국 등보다 더 빨리 시행할 필요가 있냐는
지나친 빚을 안고 있는 하우스푸어가 은행 부실의 도화선이 될 것으로 우려되면서 은행별 대책이 등장했다. 사진은 은행 창구에서 진행되는 상담 모습. |
◆ 은행권, 하우스푸어 대책 메스 들었지만
집값 하락으로 빚을 안고 집을 사 고생하는 이른바 하우스푸어가 금융권의 새 폭탄으로 부각된 가운데, 하우스푸어에 대한 해법 마련에 개별 은행들이 나선 한 해였다.
우리은행의 소유권 신탁과 신한은행의 힐링 프로그램은 신청자 규모가 극히 저조하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당국에서 은행권 종합 대책을 마련해 접근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 스마트 점포, 본격 시동
2012년은 그 동안 은행들이 준비해 온 스마트 점포가 꽃을 피운 한 해였다. 각 은행들이 대학가 및 오피스 밀집 지역에 스마트 점포를 대거 개설하면서 '비대면 채널' 강화가 본격화됐다는 평이다. 은행에 따라서는 일반 영업점처럼 전문적인 상담 서비스를 강화한 스마트 점포도 등장하는 등 발전 방향도 분화되고 있다.
IBK 스마트브랜치 영동점 개점 첫날 기기 시연 장면. |
◆ 해외 진출 바람
정체된 국내 시장 대신 차세대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노력도 이어졌다. KB금융과 국민은행이 중국에 PB 영업 본격화 등에 초점을 맞추면서 진출할 뜻을 천명했고, 기업은행은 중국은행과의 MOU를 기반으로 어음할인 중개 등 특화된 틈새 시장 개척에 나서는 등 '무작정' 진출보다는 경쟁력을 생각하는 신시장 상륙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 저축은행 사태 연착륙, 아직은 요원
지난해에 이어 많은 저축은행들이 퇴출된 한 해였다. 또 문제가 됐던 저축은행들이 4대 금융그룹을 새 주인으로 삼아 새로운 도약을 추진하기도 했다. 다만 4대 금융그룹이 인수한 저축은행들은 적자를 기록하는 등 아직 제 자리를 찾는 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이는 단계에 있다.
◆ 농협, 신경분리 통해 금융시장 노크
그간 독특한 위상을 가져온 농협이 신경분리를 통해 금융시장에 본격 노크하면서 관심을 많이 받은 한 해였다. 3월 신경분리로 출범한 농협금융이 조직 정비를 통해 각 금융 영역에서 본격적인 경쟁 상대로 명함을 내민 것. 농협금융은 최근 계열사들의 자본확충에 나서면서 또 한 번 시선을 모으고 있다.